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문화방송(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 등 장학회 소유의 언론사 주식 매각 계획을 처음 암시한 것은 지난 9월27일 오후였다. 최 이사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10월 말쯤 되면 결승의 날이 다가오는 건데, 나도 한몫을 해야 할 것”이라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10월 말 발표’에 담길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대신 “이렇게 물러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곧 추석인데, 근황은 어떠신가요?
“내가 허리가 아파서, 척추 수술을 한 지가 얼마 안 돼 (장학회 사무실을) 그냥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이래저래 마음이 편치 않으시죠. 정수장학회 문제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고요.
“글쎄, 지금은 그게 어떻게든 그쪽(*박 후보 지칭)으로 연결되는 수밖에 없잖아요. 나 때문에 여당도 불편하게 생각하고 말이지.”
-박 후보 쪽에서 실제 (최필립)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습니까?
“그러니까, 지금 이야기하잖아요.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거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요. 내 생각에는 ‘너희들도 사람인데 남을 돕고 지켜줄 줄도 알아야지, 너희들은 단것만 찾아 먹고 쓴건 나 혼자 먹으라고 하면 되느냐’ 이렇게 치받고 싶은데 그러면 전쟁이 되잖우. 가급적이면 그쪽으로 말려들어가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데, 10월 말쯤 되면 나도 좀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때는 선거가 거의 막바지니까 (내가) 어떻게 하더라도 별 도리 없을 거 아니에요.”
-‘듣고 있다’는 건, 박 후보에게 직접 들었다는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자기들끼리 언론에 대고 떠드는 거지, 뭐.”
-박 후보가 직접 ‘물러나달라’고 연락해온 건 아니라는 말이죠.
“네, (연락이) 없었어요.”
-그럼 10월 말, 그때 뭐가 있는 겁니까?
“그때는 결승이, 결승의 날이 다가오는 건데, 나도 한몫을 해야 할 거 아니에요.”
-‘하고 싶은 말’이란 최 이사장의 거취와 관련한 이야기입니까?
“아니죠. 우리 이사회에서 내 임기를 2014년까지로 정해놨는데, 임기는 채워야 할 거 아니에요. 정치권에서 하도 지랄들을 하니까 그만두고 싶다가도 내가 그만두게 되면….”(*말꼬리 흐림)
-올해 초 저와 만났을 때는 거취 문제를 고민하셨잖아요. 오는 12월19일 대통령선거 당일 물러나겠다는 말씀도 하셨고요.
“그때는 그만둘 생각이 간절했다고. 그런데 정치권에서 나를 이렇게 모독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물러날 수는 없잖아요. 나를 이상한 괴물로, 문재인 같은 사람은 (나를) 장물아비로 몰아붙이는데, 그럼 자기는 뭐냐 이거야. 문재인이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자기가 민주화운동을 했어요? 변호사 마친 뒤 노무현 옆에서 정무수석(*실제로는 민정수석·시민사회수석 역임), 비서실장 한 거밖에 없잖아요.”
-(민주화운동) 했는데요.
“무슨 민주화운동…. 따지고 보면 자기가 죄인이야. 노무현이 자살하는데 방조한 거 아니에요. 그런 사람이 대통령 나온다고 누구를 장물아비라 그러고. 그런 사람에게 밀려서 물러나게 되면 내가 얼마나 모욕당하는 겁니까.”
-정수장학회 문제 해법에 관한 각계 의견을 좀 들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한쪽 이야기만 너무 듣지 마시고요.
“뭐 진보 쪽에 있는 정치인이나 여당 쪽에 있는 정치인이나 양쪽이 생각하는 건, 빛깔은 달라도 궁극의 목적은 똑같아요. 자기들 눈앞의 이해관계가 우선 아니에요.”
-어쨌든, 사퇴는 하지 않으시겠다는 거네요.
“네, 못 그만두겠다 이거예요. 자기들이 나에게 ‘그대로 있어주세요’, 이러면 내가 그만둘 용의가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렇게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내가 물러날 수는 없잖아요. 이건 완전히 신념에 가까운 거라, 임기 끝까지 그러니까 2014년까지 지킨다는 거지.”
-10월 말 발표에, 그런 입장이 담기는 겁니까?
“뭐 그런 입장도 밝히고, 여러가지 말할 때가 오겠죠.”
최필립 이사장과의 전화 인터뷰는 여기서 끝났다. 약 15분간 이어진 인터뷰 내내 그가 던진 말, ‘결승의 날(12월19일 대선)이 다가온다’, ‘나도 한몫을 할 것’, ‘10월 말’ 등의 열쇳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처음에는 그게 최 이사장이 자신의 사퇴를 암시한 발언이라고 여겼다. 질문을 바꿔가며 수차례 사퇴 의사를 물었고, 그는 그때마다 ‘물러나지 않겠다’는 말에 힘을 주었다. 최 이사장이 10월 말 어떤 말을 내놓을지 궁금증은 커졌다. 그 해답은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10월8일 극비회동이었다.
9월27일 최필립 이사장 전화인터뷰와 10월8일 비밀회동의 대화록을 순서대로 보면, 최 이사장이 왜 문화방송 지분과 부산일보의 매각을 결정했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는지, 언론사 주식 처분을 통해 최 이사장과 정수장학회가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 등에 관한 앞뒤 맥락이 그대로 드러난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관련 영상] ‘MB 남자’ 김재철의 정수장학회 커넥션? [김뉴타 193]
“박 후보가 물러나라고 연락? 없었어
결승의 날 오는데, 나도 한몫 해야지
이대론 절대 못 물러나…임기 지킬것”
- 수정 2012-10-1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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