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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거실에서 7개월 된 아이를 재우고 있던 김아무개(31·서울 강서구)씨는 ‘펑’ 하는 폭발음에 놀라 부엌으로 달려갔다. 아기 젖병을 끓이고 있던 가스레인지 상판이 터져, 부엌 바닥에 유리 파편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신고를 받고 온 제조회사 직원은 “소비자 잘못인지, 제품에 문제가 있는지 파악한 뒤 손해배상을 하겠다”며 가스레인지를 가져갔다. 2주 뒤 김씨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가스를 사용하는 제품이라 안전성이 중요한데 폭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설명은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김씨의 경우처럼 상판을 강화유리로 만든 가스레인지의 폭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자료를 보면, 강화유리 가스레인지 폭발과 관련해 2008년 8건, 2009년 12건, 올해 들어서는 지난주까지 모두 20건의 상담이 접수됐다. 상담 사례 가운데는 물을 끓이던 중 갑자기 유리가 터져 화상을 입은 경우도 있었다.

강화유리를 사용한 가스레인지는 보기에 좋고 청소하기도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 유리에 비해 10배 이상 충격에도 강하다. 하지만 일반 가스레인지보다 열에 약할 수밖에 없고, 특히 가열된 유리의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질 경우 유리에 균열이 생겨 큰 충격이 없어도 저절로 깨지는 ‘자파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가스레인지 제작사 관계자는 “제작이나 운반 과정 또는 사용 중에 유리에 흠집이 생길 수 있는데, 가스레인지 상판의 온도가 오르내리길 반복하면서 흠집이 점점 커질 경우 결국 유리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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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피해가 신고되기 시작하면서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2008년 9월 가스레인지 상판유리의 안전기준을 강화했다. 기존 150도로 가열된 유리에 5도의 물을 10㎖ 붓는 내열충격 시험을 250도 이상 달궈진 유리에 5도의 물 500㎖를 붓는 실험으로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안전규정 강화가 오히려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동욱 한양대 교수(신소재공학부)는 “강화유리는 기계적으로 특정 온도까지는 폭발하지 않도록 유리를 강하게 압착해 놓은 것”이라며 “기술표준원의 강화된 기준대로 하려면 더 큰 압착력을 가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폭발할 때 더 큰 충격과 소음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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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표준원 내부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존재한다. 기술표준원 화학세라믹과 관계자는 “상당수 전문가들이 강화유리를 가스레인지 상판에 사용하는 게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며 “불에 직접 닿는 곳에 강화유리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곰국 등을 끓이느라 오랜 시간 가스불을 켜놓는 일이 잦아 더 위험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강화유리를 가스레인지에 사용하지 않는다. 신 교수는 “유리를 가스레인지 상판에 사용하려면 내열성이 강한 붕규산 유리나 결정화유리를 쓰는 게 적합하다”며 “일본에서는 결정화유리를 사용하는데 이는 강화유리보다 5~20배가량 비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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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