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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07 19:27 수정 : 2010.07.07 22:53

로저 셰퍼드(44)

90일간 종주 뒤 영문 안내서 낸 뉴질랜드인 로저 셰퍼드

지인 보러 왔다가 지리산 탐방
‘외교경호’ 그만두고 한국 정착
“산악 문화 널리 알리고싶어”

백두대간에 흠뻑 빠진 뉴질랜드인이 영문판 백두대간 종주 안내서를 냈다. 최근 발간된 <백대간 트레일>(BAEKDUDAEGAN TRAIL)(서울셀렉션 펴냄)의 저자 로저 셰퍼드(44·사진)는 7일 인터뷰에서 “백두대간이 내 인생을 바꿨다”고 말했다.

2007년 9월2일부터 90일간 백두대간을 종주한 그는 “백두대간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문화와 역사를 풍부하게 담고 있는 공간”이라며 “히말라야를 세계에 알려 유명하게 만든 서구인들처럼 백두대간을 널리 알린 첫 외국인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 백두대간은 로저의 인생행로를 바꿨다. 그는 종주를 마친 뒤 책을 쓰면서 정기휴가 외에 무급휴가까지 써가며 백두대간에서 뻗어나온 낙남정맥, 호남정맥, 금남정맥까지 걸었다. 사찰, 산신사상, 선도, 풍수지리 등 산에 깃든 한국의 산문화는 매혹적이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이런 문화를 알리고 싶다는 열망이 마음 속에서 솟구쳤다. 결국 지난해 말 사표를 던졌다. 그는 뉴질랜드 최고 엘리트 부대로 꼽히는 외교경호부대에서 요인 경호 담당이었다.

그가 백두대간을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2006년 여름휴가 때 산악동호인인 앤드류 도치가 영어 교사로 일하는 안동을 찾은 그는 산에 가려고 지도를 보다 백두대간을 알게 됐다.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등뼈이자 물줄기의 시원이었다. “발음도 정확하지 않았지만 백두대간이라는 말만 외운 채 지리산으로 가 산행을 시작했다.” 한 달 동안 350㎞를 걸어 중간지점인 월악산에 도착했을 때 장맛비가 거세 더 산행이 어려웠다. 다음을 기약하고 산에서 내려왔다.

“날씨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제가 그때까지 아무런 기록도 않고 그냥 걷기만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맙소사.”

로저는 다음을 기약하고 뉴질랜드로 돌아갔다. 2007년 3개월 동안 휴가를 받아 9월2일 중산리에서 종주에 나섰다. 친구인 앤드류 도치도 함께 했다. 산행은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나뭇가지에 달아 놓은 백두대간이라는 글씨만 따라갔다. 간혹 길을 잃으면 “언제나 친절한 한국사람들이 알려줬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중이라는 말을 듣고 요사채를 내어준 스님이 있었고, 끼니를 챙겨준 시골 아낙네들도 많았다. 이번에는 자료도 꼼꼼히 챙겼다. 지도와 설명서 등은 물론 산행길에 만나는 안내 표지판이나 문화 유적 안내 간판 등은 빠짐없이 사진으로 찍었다. 백두대간 종주는 그에게 특별한 체험도 안겨줬다. 감각이 예민해졌고, 장소에 따라 산의 기운이 서로 다름도 느낄 수 있었다.

90일째인 11월10일 마침내 백두대간의 남한쪽 북단 향로봉에 이르렀다. 길은 북쪽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철조망이 막고 있었다. 백두산까지 걸어가고 싶었다. 북한 공식 홈페이지에 백두대간을 걷고 싶다는 글을 올리기까지 했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어렵다는 정중한 답변”에 만족해야 했다. 길이 열리고 걸을 수만 있다면 언젠가 갈 생각이다.


로저는 앞으로 한국에 머물며 한국의 산악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려고 한다. 요즈음 그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 귀빈들을 상대로 사찰, 템플스테이, 선도 등 ‘산 문화’ 체험을 도와주는 회사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백두대간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산이자 훌륭한 문화공간입니다. 외국인들이 많이 알고 찾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