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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10 20:15 수정 : 2010.06.11 23:04

천정배 의원은 민주당에 대한 한홍구, 서해성의 비판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그가 보기에도, 민주당은 확 바뀌어야 산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민주당 비주류 중진 천정배 의원과 함께 ‘대한민국 정통야당’을 성토하다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제4화 민주당 찍어야 해?

게스트, 좀 곤혹스러웠다.

주인장인 한홍구와 서해성은 대화가 무르익을수록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한홍구는 한민당으로부터 시작되는 민주당의 변천사와 지난 10년의 집권 과정에서 벌인 실책들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서해성은 현 민주당이 얼마나 한심하고 답답하고 희망이 없는지에 관해 격한 언어로 비판했다. 게스트의 목소리는 늘 낮은 톤을 유지했고, 주인장의 목소리는 수시로 높아졌다. 주인장의 말이 더 길기 일쑤였다.

첫 게스트다. ‘직설’ 코너 탄생 이후 4주 만이다. 민주당 엠비심판 국민위원장직을 맡고 있고, 비주류 중진들의 당내 쇄신모임을 이끄는 4선의 천정배 의원. 참여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던 그는, 근래 ‘악법무효’ 피켓을 든 채 거리의 1인시위 현장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곤혹스러운 척했지만, 사실 천정배 의원은 흔들림이 없었다. 민주당을 향한 공격에는 대체로 차분하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말기 암환자’ 등의 노골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판하기도 했다. 어쩌면 세 사람이 의기투합을 해도 될 정도였다.

진행·정리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서해성(이하 서) 짝짝짝, 첫 손님을 모셨습니다. 마구 다루어야 재밌을 텐데 걱정이 좀 되기도 하고.


한홍구(이하 한) 잘 대접해 드려야지. 잘못 소문나면 앞으로 손님 안 올라.

요새 야당을 평가하자면 국회의원은 딱 6명뿐 아닌가요. 민주당 천정배, 최문순, 이종걸에다가 창조한국당 유원일, 민주노동당 강기갑, 이정희. 나머지는 그냥 월급쟁이죠^^. 그래도 천 의원이 거기 포함돼 모신 셈이죠.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천정배(이하 천) 그 말에 동의하고 나면 내가 심각하게 곤란해지지.(웃음)

첫번째 덫을 무사히 통과하셨습니다.

정말 4대강 사업 반대하는 거 맞아?

‘이명박 탐욕정권’의 기만과 폭력을 견제하는 데 좀 시원치 않았다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1회전용으로 우리 두 사람이 3대 질문을 준비했습니다. 이 질문은 다 합쳐 봤자 10자를 안 넘습니다. 불과 아홉 자. 아주 짧습니다. 먼저 세 글자, 이겼나?

예스 또는 노로 대답해 주세요.

민주당으로선 ‘노’가 아닌데, 연필 굴려 90점 나온 거예요.(웃음)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졌으니 100점은 아니지.

두번째 질문, 놀랐나?

크게 놀랐지요. 민심은 정말 하늘밖에 모르는가 싶었어요. 막판에 아주 비관적이었어요. 제 지역구인 안산지역 여론조사도 선거 3일 전 지는 걸로 나왔어요. 이틀 전엔 더 지는 걸로 나왔어요. 그 전엔 이길 줄 알았거든. 아주 패닉상태였어요.

솔직하십니다. 그럼 마지막 질문. 좋은가?(웃음)

끝내주죠!(웃음) 일부에선 선거 뒤에 민주당 의원들더러 왜 웃느냐고 하는데 좋은 건 좋은 거지요. 반성과 별도로.

이번 선거를 보면 민주당엔 슬로건이 없었어요. 노무현 대통령 말기 레임덕까지 합해 한나라당으로 정권 넘어간 지 실질적으로 5년 가까이 됐는데, 어떻게 민주당 입이 명진 스님 한 명만도 못합니까?

그만큼 말발이 약해진 거죠. 명진, 도올 한마디 빽 했을 때 언론이나 네티즌들이 보인 반응에 비해 민주당 의원들은 아무리 떠들어도 소용이 없어.

왜 그렇게 됐을까요? 마이크는 많은데 스피커에 문제가 생겼단 말이죠.

(한참 시간을 끈 뒤) 조직이 무너졌기 때문이겠죠. 예전의 일사불란한 1인 보스 체제가 무너지면서 창조적 파괴가 이뤄져야 하는데, 파괴는 됐는데 창조가 안 일어났어요. 새롭게 조직화되지 못하고 계속 밀려버린 거죠.

지난 5년여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한번 짚어봐야 합니다. 현 민주당은 한국의 야당사에서 가장 존재감이 없는 최약체 야당이에요.

간단하게 말해서 노무현 때는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해서 열받았고, 지금 민주당은 아예 우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고 있어요.

그 이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보수면 보수대로라도 포지셔닝이 돼야 한다는 거죠. 정체성이 뭔지 워낙 혼란스런 상태가 계속된 거예요.

집권 의지가 없어 보이니 찌그러진 거죠. 민주당의 엘리트 기득권 세력은 호남인데, 이 사람들은 집권해서 대한민국을 바꿀 생각보다 자기 지역구에서 재선하는 데 더 관심이 있거든. 사실 따지고 보면 4대강 사업 반대한다고 하지만, 민주당에서 힘이 나올 수가 없어요. 토건업 관계된 의원이 한둘인가요?

호남은 4대강 반대 안 하는 것 아닌가요. 가령 박준영 전남지사가 지난번 엠비 만났을 때 사정했어요. “영산강을 꼭 ‘개발’해야 한다”고. 선거 뒤에 말이 좀 바뀐 듯도 하고. 경인운하에 대한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도 그렇지 않나요? 앞뒤가 안 맞는 거죠.

철학도, 투지도, 전략도, 비전도 다 없다

김대중, 노무현 있을 때는 정말 이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바꿔보겠다고 의지를 보여주니까 바람이 불었는데, 지금은 민주당 의원 80여명이 모여도 선풍기 수준이죠.

신민당 때 보세요. 고작 40명 못 되는 숫자로 박 정권과 붙었죠. 평민당 시절에도 국회의원 몇 명 안 됐잖아요? 그래도 함부로 못했거든.

열린우리당 때의 그 무력증, 버릇인 거 같아.

에이, 한마디로 정리할게. 동네 왈패들이 싸움을 꼭 숫자로 하나? 깡으로 하지.(웃음) 이게 없다는 거지. 민주당은 옛날 민주당에서 배워야 해요.

지난 15년간 민주당의 상당수 사람들 변한 게 없어요. 그 사람들이 원래 진보적이냐? 썩 그렇지 않아요. “여당 되고 국회의원 떨어질래, 야당 되고 국회의원 할래?” 하면 아마 후자를 택할 겁니다. 게다가 한국 정치는 대통령의 식민지예요.

대통령의 식민지, 그 말 좋네요. 식민지 종류가 한 가지 더 늘었네, 이런.

대통령이 자기 정당을 다수파로 만들고 국회를 장악함으로써 전체 정치를 식민지화하는 게 한국 정치의 모습이에요. 사소한 차이는 있었겠지만, 박정희 이후 디제이나 노무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무단통치냐 문화통치냐가 문제겠네.(웃음)

대통령이 식민지 정치인들을 디바이드 앤 룰(분할통치)합니다. 솔직히 여당 의원 되면요, 장관 하려면 대통령과 가까워야 해요. 장관 겸직을 금지시켜야 해. 내가 해먹어 그런가?(웃음) 혼란을 극복하려면 좋은 지도자가 필요한 거죠.

좋은 지도자가 없으면 천 의원 같은 분들이 소두목 노릇을 잘하셨어야 하는데….

저는 중두목 정도인데.(웃음)

이명박 정부는 촛불집회로 출발했어요. 레임덕으로 시작한 셈이죠. 노무현보다 더 취약하다 할 수 있죠. 결국 엠비는 불특정 다수에게 복수하듯 정치했어요. 대중이 맞짱을 뜨던 그때 민주당은 뭘 했죠? (한참 구체적 예를 들며 성토한 뒤) 2003년 박근혜가 한나라당 대표일 때 차떼기당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천막당사로 옮겼잖아요. 쇼도 흥행에 성공하면 진실이 되는 게 정치죠. 민주당은 촛불집회 같은 때 뭘 했나요? 왜 이토록 지리멸렬해졌을까요?

자기가 말 다해불고.(웃음) 민주당은 연명치료 받는 암환자 같은 상황이죠. 2008년 총선 끝나고 김대중 전 대통령한테 인사를 갔어요. 독대를 했습니다. 그때 이런 이야길 들었어요. 민주당에는 정체성도, 인물도, 정책도 없다고. 쇼크를 먹었어요. 그분은 민주당의 원조이고 밖에서 비판만 하시는 분이 아니란 말이에요. 요즘 민주당을 보면 그것만 없는 게 아니에요. 철학도, 비전도, 투지도, 전략도 없습니다. 자기반성도, 당내 민주주의도, 국민과의 소통도 없습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조리 다시 만들어야 해요. 어떻게 보면 정체성 부족은 일면적인 문제예요.

요번 선거가 독이 되겠습니까, 약이 되겠습니까?

‘하기 나름’이라고 봅니다. 현재 민주당은 가건물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열린우리당은 해소됐는데 새로운 민주당을 못 만든단 말이에요. 2008년 총선에서 참패하고 정세균 지도부가 출범한 뒤, 당의 정체성과 비전을 만들고, 또 한편으론 야당답게 견제세력으로서 투쟁해야 하는 두 가지 사명이 주어졌어요. 저는 정세균 대표가 2009년 1월까지 뉴민주당 플랜 낸다고 해서 큰 기대를 걸었어요. 그런데 내지도 않았어. 완전히 직무유기예요. 뭐 얻어낸 게 없죠.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5개 요구를 했어요. 법무부 장관 해임 요구부터 검찰 개혁까지, 단 한 개 정도가 아니라 한 개의 반의 반의 반, 아니 머리털 한 가닥만큼도 못 얻어냈어요.

정세균 대표 집권 2년 평가를 비유하자면, 세균이 숙주를 먹어치웠다고나 할까? 민주주의의 근원적 위기와 민생파탄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정세균 지도부가 당권을 차지한 건 386 정치인들 덕분 아닌가요?

친노 플러스 386이죠.

요번 선거에서 송영길, 안희정, 이광재가 당선됐습니다. 일부에서는 세대교체로 바라보는데, 세대교체 맞습니까? 아니면 착시현상입니까?

세대교체라면 새로운 비전을 내보여야 하는데, 그런 점에선 미흡한 것 같습니다. 반사이익을 얻는 과정에서 당의 주도권을 쥔 사람들이 수혜자가 된 측면이 있습니다.

문제는 간단해요. 전통 민주당 지지세력과 친노세력 노빠들의 위기가 어우러져 교묘히 교집합이 이뤄진 거죠. 국참(국민참여당) 사람들 일부가 민주당 유니폼을 입고 뛴 것도 그 때문이죠.

6·2 지방선거의 야권연합 과정에선 민주당이 기득권 세력이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요?

당내에서 공정한 공천과정이나 공정한 경쟁 또는 정책대결이 잘됐느냐? 그렇지 못했어요. 이를테면 당내 서울시장 예비후보에 이계안씨가 나왔잖아요. 토론의 기회를 달라, 경선을 보장하라고 했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았어요.

여론조사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데 그친 인기투표였죠. 민주당이 당명만 민주지, 이름 그대로 민주적 절차를 지키지 못한 셈이죠.

한명숙-이계안 후보가 토론만 했더라도 본선에서의 결과는 달라졌을 겁니다. 경기도에선 민주당의 김진표 후보가 후보단일화에서 유시민한테 졌는데, 그 이전의 과정에서도 김진표-이종걸 사이에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아쉬워요. 부자 몸조심하듯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거죠.

무능한 지주의 자식, 밀어줄까 말까

선거 기간 중 국참당 포함한 친노 인사들이 써 붙인 “노무현처럼 일하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보면서 쓴웃음이 나왔어요. 이명박이 가진 폭압성을 폭로하는 데는 ‘놈현’이 유효하겠지만, 이제 관 장사는 그만둬야 해요. 국참당 실패는 관 장사밖에 안 했기 때문이에요. 그걸 뛰어넘는 비전과 힘을 보여주지 못한 거예요.

지금 노무현을 이야기하는 건 그가 추구한 가치이지 치적이 아니죠. 이번 선거로 친노세력이 부활했는데, 이들 역시 민주당 무력화에 책임을 져야 할 집단이에요. 예컨대 충남지사에 당선된 안희정씨가 “우리는 폐족”이라고 울부짖었단 말이에요. 옛날식으로 말하면 주군을 죽게 한 신하로서의 뼈아픈 회한이죠. 노무현이 무얼 잘못했고 반성해야 하는지 성찰하면서 그걸 새로운 정책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당내에선 어떻게 보시나요?

워낙 맞는 말씀을 다 해버리니까.(웃음) 세상이란 건 어차피 힘 있는 사람, 가진 사람의 판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누가 집권해도 근본적 변화가 없다는 생각이 많이 깔려 있어요. 그걸 깨뜨리는 게 제 정치적 목표인데, 노무현 대통령이야말로 그걸 가장 깨뜨린 분이에요. 한데 민주당 안에서조차도 그런 노무현의 가치를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주체 역량이 문제라고? 동의할 수 없어요. 촛불집회에 500만명 나왔어요. 노무현 죽었을 때 700만명 나왔어요. 대중의 역량은 넘쳐나죠. 문제는 당의 전투능력과 불투명한 미래죠. 진보 영역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아요. ‘퍼블릭’을 얼마나 더 만들어내느냐에 달린 거죠. 그런 점에서 민생법안이야말로 진보의 핵심이죠. 민생 운운하며 여야가 다정하게 합의처리하는 걸 보면 기절할 것 같아요. 대표적인 게 무상급식입니다. 이게 민생이거든요. 대학 등록금 문제, 이거 조합주의 같지만 가장 정치적인 문제거든요. 대머리 의료보험, 치과 의료보험, 임플란트 의료보험 등 구체적인 이해관계를 제시하고 투쟁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중들이 지지합니다.

민주당의 가장 커다란 문제는 디제이와 노무현을 섬기는 데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북한만 유훈통치 하는 게 아니에요. 현재 민주당이야말로 유훈통치예요. 천정배 의원을 포함해서 지도급 되는 사람들이 노무현이 돼야 하고 김대중이 돼야 하는 거죠.

다 맞는 말이에요. 똑같은 생각인데. 정리하면 훌륭한 국민, 훌륭한 정당, 훌륭한 지도자 3박자입니다. 이거면 되는 거예요. 이번 선거는 국민 역량이 위축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게 가장 큰 성과입니다. 이제 훌륭한 정당, 훌륭한 지도자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이냐의 문제죠. 민주당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믿습니다. 야권에선 민주당이 누가 뭐래도 맏형이잖아요. 그래서 다가올 전당대회의 과정과 결과로 국민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해야 합니다.

옛날 집안에선 큰아들 빌빌대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잖아요. 부모는 늙고, 그렇다고 둘째, 셋째 아들은 아직 물려받을 만하지 않은데 큰아들은 아닌 것 같고. 국민들도 민주당을 바라보면서 어쩔 수 없이 찍어주면서 갖게 되는 불만,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한민당은 전통 지주세력이었잖아요. 지금은 무능한 지주의 자식 같아요.

그런 정서에 공감합니다. 만일에 이 국면에서 디제이 같은 정치적 힘이 있으면 신당 만들어야 합니다. 디제이 같은 힘을 가진 정치인이 없는 게 문제죠.

“지금 디제이라면 신당 만들 것”

정치는 사람이 하는데 인물 얘기를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민주당에 ‘잠룡’이 많았는데 당이 찌그러드니 졸지에 다 이무기라 불리네요.

디제이 정권 후반기에도 매우 전망이 흐렸어요. 그때 사실 저를 포함해 이른바 소장파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이 정풍쇄신운동을 벌였잖습니까. 그 결과로서 획기적 쇄신이 이뤄졌습니다. 국민참여경선이 도입되고, 한편으로는 노무현이라는 인물이 발굴됐어요. 2007년 대선 때 명백하게 정권 재창출 위기였지만 그런 정치력이 발휘되지 못했어요.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워낙 가까이 지냈어요. 농담 섞어 말하자면, 전 일찍부터 봤으니까 노 대통령 별거 아닌 줄 알았더니만 (웃음) 끊임없이 자기를 스스로 키우는 역할을 하더라고요. 디제이가 말했듯 정치인은 자기가 크는 겁니다. 지금은 민주당이 인물 없는 세력이 돼버렸죠. 앞으로의 전당대회를 통해 기존의 잠룡이라고 불리는 세력들이 내부적으로 경쟁하며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서 안주하면 가망이 없습니다. 여기서 제대로 쇄신하면 수권야당세력으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최고의 전략은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천 의원께서는 어떤 역할을 하실지. 당권 도전 생각은 없는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민주당이 새롭게 살아나는 모멘텀을 만들어내기 위해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온힘을 다할 생각이다, 그 정도로 하죠.

앞으로 선거에서 “민주당 찍어야 해”라고 할 근거가 있습니까? 딱 한마디로 뭐죠?

유일한 대안세력이죠. 시원찮다는 걸 부인할 수 없겠지만.

민주화운동 하던 놈들이 집권하면 세상이 이렇게 좋아진다 하는 걸 확실히 보여줘야 합니다.

정치인 천정배가 세우고 싶은 나라는?

정의로운 복지국가죠. 현학적으로 말하면 ‘시장의 민주화를 통한 정의로운 복지국가’.

집요함을 보여주세요. 뽀대나는 말로 ‘의제설정 능력’이라고 하죠. 4대강, 천안함 등의 이슈에서 중진 정치인들이 정치생명을 걸고 싸우는 모습을 보기 원합니다. 천 의원님은 예전에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온몸으로 막았잖아요. 더 집요하게!

두 분이야말로 정치했으면 좋겠어요.(웃음)

한 가지 더, 그걸 제대로 해내려면 깡으로 무장하고, 먼저 범생이 털을 뽑아야 하죠. ‘놈현’처럼.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DJ와 노무현의 유훈통치를 넘어서라
■ 직설잔설

이빨의 ‘국대’들

월드컵 철이다. 공차기에만 국대(국가대표)가 있는 건 아니다. 공차기 국대들은 발을 쓰지만 이빨의 국대들은 입술을 쓴다. 신문 같은 종이때기 소식이나 라지오, 테레비가 없을 때에 비하면 이빨들의 위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도 강한 힘과 굄(매력)을 갖고 있다. 직설에서는 그중 국대들을 불러들여 판을 벌일 참이다.

천정배 의원이 그 첫 손님이다. 소문대로 그는 범생이다. 소금 맛은 골고루 들어갔는데 고춧가루나 매콤한 양념 맛은 덜하다. ‘놈현’을 처음 지지한 국회의원으로 아주 친했다고들 하는데 정작 ‘놈현’스러운 데를 찾기 어렵다. 대신에 지난 두 해 넘게 그는 엠비정권과 싸우고 붙는 데는 제법 성깔과 맛을 보여주었다. 과연 국대라 할 만하다.

이빨에도 간이 있다. 국대일수록 잔디밭 경험도 중요하고, 해외원정에서 김치를 먹어야 하는 원리도 뺄 수 없지만, 그보다는 상대의 특성과 전적을 아는 게 중요하다.

한홍구는 이빨을 내보일 때 역사적 근거를 끌어들이는 편이다. 치기공술이 하루아침에 나오는 게 아니란 걸 탁월하게 보여준다. 서해성은 물 묻은 바가지에 깨 달라붙듯 말을 잔칫상에 올려놓고 대거리를 한다. 난수표 같은 분절언어들을 날리는 암호병. 몽타주 수법 같은 행간으로 상대에게 피로를 누적시키는 쪽은 고경태다. 긴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놀라운 역설이다. 이 또한 국대다.

다음 손님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다. 그는 성내고 눙치고 어르고, 또 낮은 포복(삼보일배)으로 민심에 다가가는 데 남다른 솜씨를 보여온 민중의 국대다. 이번에는 이빨로 ‘공중부양’을 해보여야 할 참이다. 장풍도 날려야 한다.

독자 여러분은 링에 올랐으면 싶은 이빨의 국대들을 추천해주기 바란다. 갖은 무술을 단련해온 선수들이 나와 으르렁거리고 또 사나워야 온전한 이빨의 링이랄 수 있다. 직설은 이빨의 국대들이 대중에게 바치는 밥상이다. 즐거운 전투라야 적이 더 통쾌하게 아픈 법이다. 말복이여, 손님 주인 가리지 말고 곧장 직설로 터져다오. 월드컵 골처럼.

서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