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서울시 강남구가 관내 일선 학교에 한국전쟁의 진상을 왜곡하거나 폄하하는 내용의 도서를 구입하도록 지원해 물의를 빚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 3월 “청소년들의 안보의식 제고를 위해 교육경비 보조금으로 ‘6·25 바로 알리기 국민운동본부’가 펴낸 <6·25 전쟁>을 각 5질씩 구입해 학교 도서실에 비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관내 초·중·고교 74곳에 보낸 사실이 24일 확인됐다. 교육경비 보조금은 구가 매년 각 학교에 도서 구입비로 50여만원씩 지급하는 예산으로, 이 책 구입을 위해 모두 3천여만원이 지원될 예정이었다.

지난해 12월 발간된 <6·25 전쟁>은 12권짜리 만화책으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정부의 과거사 진상규명을 폄하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제주 4·3사건’의 경우, 정부는 “남로당 중앙당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다는 자료를 발견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냈는데, 이 책에선 “(정부의) 진상조사 과정에서 남로당의 지령을 받아 양민을 부추긴 극좌 공산주의자들까지 보상을 했다”(12권 148쪽)고 적고 있다. 또 전쟁 기간 중 미군의 오폭에 대해서도 “미국 공군은 실수를 했지만, 불가항력적일 수도 있었다”(3권 48~49쪽)며 미군을 옹호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는 “미군이 군인과 민간인을 구별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았다”고 미군의 과실을 지적한 바 있다.

광고

이 책을 만든 ‘6·25 바로 알리기 국민운동본부’의 김병관(55) 대표는 “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 기록을 토대로 했기에 왜곡이나 편향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현재 재향군인회 서울지부장과 반핵반김협의회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강남구 교육지원과 관계자는 “요즘 청소년들이 6·25가 북침인지 남침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교육 목적에서 구입을 지원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남구의 지원 방침은 일선 학교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최근까지 관내 학교 74곳 가운데 이 책을 구입한 학교는 10여곳에 지나지 않는다.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봤다는 이아무개(18·ㅈ고 2)군은 “책 내용 곳곳에 과격한 표현들이 많고 전체적으로 너무 보수적이었다”고 말했다.

광고
광고

김민경 김성환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