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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불리한 자료는 뭉개는 검찰…공정재판 근간 ‘흔들’

등록 :2009-05-12 19:26수정 :2009-05-12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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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령, 권영국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차혜령, 권영국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검찰 “재판과 무관·증거로 못쓰는 수사기록” 공개거부
변호인단 “검찰 자료 선별공개 잘못된 관행 고쳐야”비판
‘용산 참사’ 수사기록을 전면 공개하지 않는 검찰의 태도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경찰의 과잉진압 여부가 재판의 핵심 쟁점인 상황에서 전체 수사기록 1만여쪽 가운데 경찰 핵심 지휘라인의 진술이 포함된 4분의 1가량의 수사기록이 변호인에게 ‘공개’(열람·복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가들은 “검찰이 수사기록을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공정한 형사 재판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검찰의 논리는 검찰은 공개 거부 이유에 대해 “공개를 거부한 자료는 재판과 무관하거나 재판에서 증거로 쓰일 수 없는 수사기록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검찰은 지난달 10일 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 등사 신청 관련 의견’에서 “공소사실과 무관하거나 증거로 신청된 바 없는 수사기록에 대한 공개는 불허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변호인은 검찰이 진압 경찰들로부터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진술을 받았기 때문에 기록을 비공개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인데, 이는 변호인이 해당 경찰을 증인으로 신청해 사실을 확인하면 된다”며 “경찰 관련 수사기록은 철거민 재판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밖에 ‘사건 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생명·신체의 안전을 해할 우려가 있는 자료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검찰사건 사무규칙’ 조항도 비공개의 근거로 꼽고 있다.

■ “공정 재판 불가능” 변호인들은 “검찰이 원하는 자료만 공개하면 공정 재판이 불가능해진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검찰은 공개 거부 자료가 재판과 무관하다는 설명과 달리, 지난달 23일 혐의 입증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찰 특공대원들을 증인으로 채택하기 위해 애초 비공개를 고집하던 3000여쪽 가운데 500여쪽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에 대해 법률가들은 혐의 입증에 유리한 자료만 선별적으로 공개하려는 검찰의 잘못된 관행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사건 변호인인 한택근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용산 참사’의 진실을 둘러싼 공방이기도 하지만, 검찰이 피고인들에게 유리할지도 모르는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형사재판을 진행하는 게 옳은 것이냐 하는 좀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공방”이라며 “자료를 반드시 받아내 잘못된 검찰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형사 사건을 오래 담당한 간부급 경찰 관계자는 “죄 지은 사람을 벌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억울하게 죄를 받는 사람을 없애는 것도 중요한 검찰의 의무”라고 밝혔다.

권영국 변호사는 “검찰 주장은 자신들은 모든 자료를 들여다보며 혐의 입증에 유리한 증인은 신청하고, 불리한 사람은 신청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관행이 굳어지면 앞으로 공정한 형사재판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검찰이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아 피고인이 불리해지는 상태에서는 재판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검찰이 못 하겠다면 법원이라도 재판을 중지하고 피고인들을 석방하는 방식으로 검찰을 압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길윤형 이경미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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