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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내부고발 현준희씨 명예훼손 무죄 확정
대법원 파기로 6년 허송…“책임지는 사람 없어”
“말도 마세요. 12년이라니 ….”
12년 법정 싸움을 끝낸 소감을 묻는 기자의 첫 질문에 휴대전화 너머에서 돌아온 것은 한숨이었다.
현준희(55)씨는 1990년대 한국 사회의 부정부패에 정면으로 맞선 ‘1세대 내부고발자’다. 대기업 비업무용 토지 보유 실태 감사가 “삼성 로비로 중단됐다”는 양심선언을 한 이문옥 전 감사원 감사관이 내부고발의 물꼬를 텄고, 군 부재자투표 부정을 고발한 이지문씨가 뒤를 따랐다. 그리고 감사원에서 기업 감사업무를 하던 현씨가 1996년 4월8일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실에서 양심선언을 했다. “효산그룹이 권력 실세들과 손잡고 콘도를 짓기 위해 불법으로 건축허가를 따냈고, 그에 대한 감사가 감사원 상부 지시로 중단됐다.” 검찰 수사 결과, 당시 청와대 부속실장이 ‘떡값’ 수천만원을 받고, 집권 세력의 측근들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평범한 공무원의 내부고발은 총선을 코앞에 둔 정권에 충격파를 일으켰다.
감사원은 19년 동안 일한 그를 곧바로 파면했다. 감사 중단 지시자로 지목된 감사원 간부는 명예훼손 혐의로 현씨를 고소했다. 두 달의 감옥 생활이 이어졌다. 그는 건강식품·학습지 판매, 휴대전화 영업 등으로 밥벌이를 해야 했다. 집도 전세에서 월세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의 지원을 받아 끈질기게 무죄를 주장해 온 현씨는 12년이 흐르고서야 마침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아냈다. 재판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현씨의 양심선언은 헌법상 독립적·중립적 기관인 감사원의 기능을 공정하게 수행하도록 촉구하고, 공공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며, 현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현씨는 “감사원보다 대법원이 더 밉다”고 했다. 그는 1996년 1심, 2000년 2심에서는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런데 2002년 대법원(당시 주심 이규홍 대법관)이 하급심 결과를 뒤집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했다. 그러나 2006년 파기환송심은 극히 이례적으로 대법원 판결을 깨고 다시 무죄를 선고했다. 그만큼 당시 대법원의 판단은 잘못됐다고 현씨는 말한다. 현씨는 40대 초반 싸움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간단한’ 사건이 12년을 끌지 몰랐다”고 했다. 그래서 “이겼다고 좋아해야 하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고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현씨는 2000년 서울 북촌에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 국내 첫 한옥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 방 두 칸으로 시작한 호구지책이었다. 그의 ‘서울 게스트하우스’는 이제 외국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 제법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현씨는 “내부고발의 효용성은 아직도 유효하다”며 “요즘의 감사원을 보면 12년 동안 변한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한겨레 주요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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