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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경연장 된 ‘아이들 학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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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달 전부터 팀 짜고 강사 붙여 준비해야
월 5~6만원 ‘학예회 사교육’…과도한 경쟁
워킹맘 자녀들 팀에서 소외…학교는 ‘뒷짐’
“학예회가 아이들의 장기자랑 대회가 아니라 학부모 ‘능력 검증대회’같아요. 과외까지 받아가면서 꼭 해야 하는지 ….”
경기 ㅁ초등학교 학부모 ㅎ아무개씨는 11월에 열리는 3학년짜리 아들의 학예발표회 준비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ㅁ초등학교는 한 해 걸러 한번씩 학예회를 열어 모든 학생들이 1인당 2가지씩 개인기를 발표하게 한다. 한 가지는 개인 종목이고, 또 하나는 단체로 발표해야 한다. 학교에선 그저 학예회 날짜와 장소만 정해주기 때문에 준비는 고스란히 학부모들 몫으로 남는다.
문제는 학부모들이 학예회를 ‘평소 배우고 익힌 것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라 ‘내 아이를 남들보다 돋보이게 만들어야 하는 자리’로 여기다 보니, ‘학예회 사교육’이 생기는 등 과도한 경쟁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학예회 서너달 전부터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모아 팀을 짜고 학원 강사를 붙여 학예회 준비에 돌입한다. ㅎ씨는 “풍물놀이, 발레, 합창, 태권도 등을 하는데, 5~6명이 팀을 이뤄 1명당 한달에 5~6만원씩을 내고 3~4달 동안 학원 선생님을 모셔다 과외를 받는다”며 “따로 옷을 맞춰 입고 무대장식까지 하려면 돈이 만만치않게 든다”고 말했다. ㅎ씨는 “심지어 한 학부모는 아이가 연주할 그랜드 피아노를 트럭에 싣고 오고 무대조명까지 손수 설치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평소 학부모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워킹맘’의 아이들은 팀을 짜는 데서도 소외된다. 아들이 서울 ㅅ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학부모 ㄱ씨는 “같은 반 엄마한테 우리 아이를 풍물팀에 끼워달라고 부탁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며 “발표회 때 노래나 한 곡 부르게 하고 끝내고 싶지만, 그러면 가뜩이나 내성적인 아이가 더 기가 죽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ㅅ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과외, 학원 등으로 아이들 일정을 맞추기 힘들다보니 학예회 준비는 대개 밤 늦게 하게 된다”며 “학예회 준비 장소와 집을 오가는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는 것도 결국 엄마 몫”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예회 때 의상을 대여해주거나 무대장치를 설치해주는 업체와 마술 등 학예회 공연 내용을 지도해주는 업체들도 성업 중이다. ㅇ사 관계자는 “본격적인 학예회 시즌인 9~10월에 문의가 크게 는다”며 “요즘엔 공연의상부터 무대장치, 공연음악, 펼침막에 이르기까지 한꺼번에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박범이 서울지부장은 “학예회는 담임 선생님의 지도로 학생들이 함께 준비하며 협동심과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행사”라며 “학교는 학예회 준비 부담을 학부모에게 떠넘기는 것을 중단해야 하며, 학부모 역시 과도한 경쟁심이 비교육적인 행태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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