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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기능직공무원 ‘무단 결근’ 이유로 선정돼
넉달 동안 밤10시까지 근무·휴일엔 봉사활동

그의 빈소에는 가족들이 허망한 눈빛으로 서 있었다. 사진 속의 망자도 입을 굳게 다문 표정이었다. 그들과 나란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낸 조화도 보였다.

지난 24일 경기도 수원의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에 서울시 공무원 안아무개(49)씨의 빈소가 차려졌다. 안씨는 지난 4월 서울시가 무능한 공무원을 퇴출시킨다며 만든 ‘현장시정지원단’에 포함됐다. 그곳에서 넉 달 가량 일해온 안씨는 지난 14일 “머리가 아프다”며 병가를 내 쉬다가 23일 밤 10시께 자택에서 숨졌다. 병원은 ‘병명 미상의 자연사’라고 밝혔지만, 유족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과로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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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살 때부터 서울시의 기능직 공무원으로 일해온 안씨는 ‘무단 결근’ 때문에 감봉을 받아 퇴출 후보에 포함됐다. 아내 이아무개(43)씨는 “당시 신장암을 앓고 있어 제대로 근무하기 힘들었다”며 “연말에 수술을 받았는데 아픈 몸 때문에 결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안씨에 대한 업무평가가 좋지 않았고, 의무교육도 무단으로 빠져 퇴출 후보로 선정됐다”며 “몸이 아팠다면 병가를 쓸 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신장암 수술을 받은 뒤 몸이 많이 좋아진 안씨는 현장시정지원단에서 일하면서 오는 10월께 원래 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최근엔 3~4시간만 자며 업무에 집중했다. 아내 이씨는 “평소 업무가 끝난 뒤 보고서를 작성하고 동료의 일을 돕느라 밤 10시가 넘어 집에 돌아오기도 했다”며 “집에서도 새벽 2~3시까지 컴퓨터 앞에서 보고서를 만들었고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아내는 이런 안씨한테 “당신이 대학생이냐?” “그렇게 하면 판사가 되겠다”고 핀잔을 줬다며 가슴 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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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는 휴일에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의무사항인 봉사시간 50시간을 채워야 했기 때문에 주말에도 서울 시내 병원이나 양로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심지어 휴가를 받은 지난 8월 초에도 아직 못 채운 10시간을 위해 서울의 한 병원을 찾았다. 그의 안간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가산점을 얻으려고 ‘워드 자격증’에도 도전했다. 아내 이씨는 “지난주 세 번째 실기시험을 본 뒤 ‘합격할 것 같다’고 웃었는데 …”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안씨는 때때로 “돈만 있다면 이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학비가 많이 들어가는 고1 아들과 중3 딸이 눈에 밟혔다. 안씨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꼭 좋은 평가를 받아 원직 복직 발령을 받겠다”며 “상수도사업본부가 민영화로 없어질 수도 있어 높은 고과를 받아야만 한다”고 아내에게 다짐해왔다. 안씨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25일 강원도 평창의 장지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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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시정지원단에는 지난 4월 88명이 선정돼 휴직·퇴직 신청 등의 이유로 빠져나간 12명을 제외하고, 76명이 ‘자질 향상과 업무 태도·능력 개선을 위한 재교육’을 받고 있다. 25일부터는 한 명이 또 줄었다.

글·사진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