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08 14:09
수정 : 2008.08.08 14:09
뉴스 보고 토론…좌절·승리 오가며 사회비판 주도
10대들은 위축된 촛불에 ‘무기력’과 ‘실망감’을 토로했다. 바뀐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촛불을 든 뒤 “뉴스를 찾고, 비판적 사고를 하는” 스스로를 보면서 대견해하기도 했다.
10대들은 우선 다소 과격해진 집회 양상에 대해 부담감을 드러냈다. 인천 세일고 2학년 한연수(17)군은 “다치거나 연행되는 것이 두려웠다”며 “촛불이 폭력성을 띠면서부터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5월말 물대포가 등장하고 연행자가 속출하면서부터 10대들의 집회 참여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석 달이나 지났지만 바뀐 게 없다”(수원 장안고 1학년 김지인)는 것도 이들의 실망감을 키웠다. 서울 예일여고 1학년 조아무개(16)양은 “패배라고 보진 않지만 변화가 없다”며 “촛불이 장기화하면서 보수세력이 금세 우리를 따라잡았다”고 말했다. 10대들은 “어차피 이야기해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정서가 많이 깔려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런 무기력과 실망 속에서도 촛불 10대들은 부쩍 자란 모습을 보였다. 안산 단원고의 황은애양은 “뉴스를 보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생각을 정리해 보고 친구들과 얘기도 해보게 됐다”며 “무감각하게 여기던 사람들이 10대의 변화를 격려하고 후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연수군은 “집회 참석 뒤부터 정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며 “촛불집회를 처음 주도한 게 10대들이니까, 선생님들도 좋게 평가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학과 공부와 인터넷 등에 밀려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던 10대들이 촛불 정국에서 사회적 각성의 계기를 맞게 된 것이다.
김종엽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신문을 열심히 읽게 되고, 각종 사회 현안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 자체가 촛불의 중요한 성과”라며 “특히 촛불 초기를 이끌었던 10대들이 성숙하게 변모하는 것을 스스로 확인한 것은 대단히 큰 성과”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