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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08 08:52 수정 : 2008.07.08 09:59

방통심의위가 삭제 결정을 내린 게시글 예시.

다음,방통심의위 요청따라 게시글 무더기 삭제
‘광고주 리스트’ 구글에 단순 링크한 글도 없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주 압박 게시글에 대해 삭제 심의 결정을 내린 뒤 포털사이트 다음에 이와 유사한 내용은 심의 사례에 따라 처리하라고 요청해, 광고 압박 관련 게시물을 링크해 놓은 글까지 마구 지워지고 있다.

다음 쪽은 우선 지난 4일 심의에서 삭제 결정을 받은 압박운동 관련 게시글 58건을 삭제했다. 또 다음은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유사한 내용의 게시글 600건 이상을 지운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관계자는 7일 “우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로부터 요청받은 수백 건에 대해 심의 결정에 따라 삭제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2일 심의 결과를 통보하는 공문에서 향후 유사 사례에 대해서는 심의 사례에 따라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제는 광고주 리스트가 직접 포함되지 않은 게시물들도 삭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 아고라의 한 누리꾼은 “내가 올린 글은 불매운동 하자는 글이 아니라, 광고주 리스트가 매일 업데이트되는 구글 쪽에 링크를 건 것뿐인데 조선일보로부터 신고를 당해 게시글이 삭제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서도 유사 게시물들을 삭제하고 있다. 포털이 모든 게시물을 살펴보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누리꾼들에게서 주목을 많이 받은 게시물들이 삭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다음의 행보는, 방통심의위의 결정이 포괄적으로 광고주 압박운동을 하지 말라는 취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다음 관계자는 “공문에서는 유사 사례가 무엇인지 구체적이지 않았지만, 삭제 결정을 받은 건과 그러지 않은 건을 비교해 보니 기준은 광고주 리스트 포함 여부였다”며 “유사 게시물도 심의 사례에 따라 처리하라는 시정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음이 기준이 애매모호한 유사게시물까지 삭제에 발빠르게 들어간데 대해 신중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광고주 리스트가 있는 웹사이트에 링크를 걸어놓은 게시물은 이번 심의 대상에 오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김보라미 변호사(법무법인 문형)는 “게시물 유형이 매우 다양하고, 그동안 대법원 판례로 보아 광고주 리스트를 공개하는 것만으로 업무 방해에 해당한다는 것도 모호해 광범위하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 방통심의위 위원은 공문 내용에 대해 “심의를 요청한 건 이외의 다른 건은 이번 결정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판단하라는 것”이라며 “그러나 (심의위 결정을 근거로) 조·중·동이나 광고주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하면 다음 쪽이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시행령에 따라, 심의를 요청한 다음뿐 아니라 게시글의 작성자들도 삭제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방통심의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방통심의위의 결정이 뒤집어지더라도, 이미 삭제된 게시글은 복원하기 어렵다. 앞서 진보네트워크는 포털사들에 보낸 공문에서 “광고주 불매운동 관련 게시물을 불법이라고 판단할 근거는 매우 취약하고, 방통심의위의 심의 결정은 권고적 효력만이 있다”며 신중한 판단을 내릴 것을 당부한 바 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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