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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18 14:54 수정 : 2008.05.18 14:54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28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선진화 역사위해 힘모아 나가자"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호남의 심장인 광주를 찾았다. 이날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28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5.18이 지난 1997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기념식에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재임 시절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모두 참석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전 10년의 진보 정권이 호남에 정치적 기반을 뒀던 것과는 달리 이명박 정권은 영남.수도권 중심이라는 점에서, 또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의 전신 정당들이 그간 호남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 왔다는 점에서 새 정권에 대한 호남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한 편이다.

한나라당 출신 이 대통령의 5.18 기념식 참석은 집권당의 이런 역사적 배경과 맞물려 더더욱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 여부를 두고 청와대 내부에선 찬반 양론이 엇갈렸다고 한다.

새 정부 출범 후 첫 5.18 기념일인 데다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기간 전국적 지지를 바탕으로 `국민화합'을 강조해 온 터여서 애초부터 참석하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었으나 일각에서 경호 문제를 우려해 반대입장을 나타냈던 것.


광주지역 행사 참여단체들도 이 대통령의 참석을 꺼려 했고 실제 이 같은 뜻을 직.간접적으로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청와대는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 행사 당일 광주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가 행사 이틀 전인 16일 오후가 돼서야 비로소 참석 쪽으로 입장을 최종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여기에는 이 대통령의 국민화합, 사회통합, 지역통합의 의지가 진하게 배어있다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평소 호남을 끌어안지 않고서는 진정한 국민화합이 될 수 없으며, 화합과 통합 없이는 경제 살리기는 물론 선진일류국가 달성도 힘들다는 소신을 피력해 왔다.

이 대통령은 그 취지에 맞게 이날 기념사의 상당 부분을 `통합'과 `상생'의 필요성을 역설하는데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은 크나큰 아픔으로 남았지만 지금과 같은 민주화 사회를 이루는데 큰 초석이 됐다"고 평가하면서 "민주화로 활짝 피어난 5.18을 선진일류국가를 건설하는 정신적 지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여러분이 5.18 정신을 국민통합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일에 동참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면서 "우리 모두 하나 되는 대동의 광장에서 미래를 향해, 선진화의 새 역사를 향해 힘을 모아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선진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창의와 실용으로 변화해야 한다. 갈등과 대립에서 벗어나 통합과 상생의 길로 나서야 한다"면서 "(지난 대선때) 낡은 시대의 차별과 지역갈등을 근원적으로 없애고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됐던 광주.전남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도록 힘쓰겠다는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다시 한번 드린다"면서 호남에 대한 지원도 거듭 다짐했다.

당초 준비한 원고 초안에는 광우병 사태를 빗대어 "최근 일부의 모습처럼 진실을 보지 않고 거짓과 왜곡에 휩쓸리는 경우도 있으나 진실은 승리하기 마련", "좌고우면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변화를 꿋꿋하게 밀고 나갈 것",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선진국 진입의 증명서" 같은 강한 표현들이 포함돼 있었으나 실제 기념사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은 모두 삭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28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친 후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 대통령의 이동 경로인 광주공항 입구에서 행사장으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 양편에는 사복을 입은 경찰이 50m 간격으로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펼쳤고, 행사 도중 한 유족이 자리를 뜨려고 일어서자 돌출행동 가능성에 대비해 경호원들이 유족을 에워싸고 함께 따라 나가는 등 과잉 경호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기념식 도중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지자 대형 스크린에 나오는 가사를 보면서 직접 따라 불러 눈길을 끌었다. 또 기념식 후에는 유가족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위로했고, 이 과정에서 5.18 행방불명자회 회원인 손금순 할머니는 이 대통령을 껴안으면서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