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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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예측 어려워 연말 정기인사 등 손놔임원진 “조정·감독기능 문제 생길까 우려”‘경영권 승계 의혹’ 방어에 총력 기울일듯

“여론이 돌아섰는데 어쩔 수 없지 않으냐!”(삼성그룹 고위 임원)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리 의혹의 ‘종합판’을 공개한 26일, 삼성그룹은 “법적 대응”이라는 강경한 공식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에 대해 검찰이 전격적으로 출국금지 조처를 한 것으로 알려지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맞닥뜨린 삼성 수뇌부들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은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의혹의 신빙성을 깎아내리는 데 주력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차가웠고 결국 ‘장기전’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삼성의 광범위한 비자금 조성, 불법 경영권 승계, 전방위 로비 등 각종 의혹에 대한 본격적 수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건희 회장과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계열사 사장단 등 그룹 경영을 이끌어온 세 축이 핵심 수사 대상이 되는 상황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삼성은 실제 내년 경영계획과 연말 정기 인사, 이 회장 취임 20돌(12월1일) 행사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 사실상 비상 경영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검찰 수사 장기화로 계열사별 투자나 사업 계획에 대한 조정·감독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 가장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대외 신인도 하락 우려는 절대 엄살이 아닌데, 도대체 그 결과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지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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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삼성은 이건희 회장을 보호하고 경영권 승계 문제를 방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문민정부에서 이뤄진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수사 때 말고는 지금까지 수차례의 고소·고발에도 한 차례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특히 이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씨의 경영권 불법 승계 논란이 다시 수사 대상에 포함됨으로써, 이 문제가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삼성의 원죄’임이 거듭 확인됐다. 지난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이 회장 일가의 사재 8천억원을 사회에 헌납한 지 불과 1년6개월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또다시 ‘사과와 헌납’이란 카드를 꺼내기도 민망한 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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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경영권 승계 논란을 매듭짓기 위해 이번에 뭔가 ‘통 큰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란 분위기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경영권 승계 문제는 삼성이 1990년대 중반부터 면밀하게 진행해 온 ‘10년 공든 탑’이다.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일종의 ‘마지노선’인 셈이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삼성은 여전히 “이 전무의 계열사 승계는 적법한 절차를 따른 것”이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삼성 위기의 근원인 경영권 불법 승계 문제를 그대로 놔두고 아무리 사재를 내놓고 사과를 해도 더는 여론을 설득할 수 없다”며 “삼성 스스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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