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참여연대에서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 국민운동 소속 대표들이 삼성이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돈다발을 보내며 뇌물전달을 시도했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 뇌물이 지난 2003년말에서 2004년초 삼성 법무팀 소속의 이경훈 변호사가 이용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현장] 이용철 당시 법무비서관 물증 공개 “2004년 책 위장 5백만원 돈다발 받고 돌려줘 삼성전자 상무 ‘차떼기’수사 와중 명절선물로”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재직 시절 삼성으로부터 명절 선물로 위장한 현금다발을 전달받았다가 돌려준 적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했다.
이런 사실은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고백을 통해 밝힌 사실이 삼성쪽 주장대로 ‘근거없는 모략’이 아닌 ‘사실’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이다. 또한 청와대 반부패 제도개혁 담당비서관에게 삼성의 현금 다발이 제공되었다는 것은 삼성의 로비대상이 검찰만이 아닌 권력의 핵심부를 포함했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문제제기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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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등 6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삼성이건희일가 불법규명 국민운동’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전 비서관이 2004년 1월 평소 알고 지내던 삼성전자 법무실 소속 이경훈 변호사(당시 직책 상무, 현 퇴사)를 통해 현금 500만원이 들어있는 명절 선물을 전달받았다는 사실을 밝히고 당시 찍은 돈다발 사진을 공개했다.
[국민운동 기자회견] ‘떡값 돈’ 500만원, 제공자 명함, 발송장 등 증거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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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비서관은 “당시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한나라당의) 차떼기가 밝혀져 온 나라가 분노하던 와중에 당사자 중 하나인 삼성이 청와대에서 반부패 제도개혁을 담당하는 비서관에게 버젓이 뇌물을 주려는 행태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집사람에게 ‘삼성이 간이 부은 모양’이라고 하고 이 사실을 폭로할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등 6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삼성이건희일가 불법규명 국민운동’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재직 시절 삼성으로부터 명절 선물로 위장해 받았다가 돌려준 현금다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뇌물 제공자 명함 부분을 확대한 것으로 이경훈
이용철 전 청와대 비서관의 ‘삼성이건희일가 불법규명 국민운동’ 진술 내용 2003년 9월1일자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에 임명되었습니다. 2003년 12월 20일경 청와대 비서실 조직 개편으로 박범계 변호사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법무 비서관과 민정2비서관을 법무 비서관으로 통합한 보직으로 보직 이동되었습니다. 2003년말 또는 2004년 초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삼성 법무실 소속 이경훈 변호사로부터 위 보직이동 관련 뉴스들을 보고 생각이 났다면서 안부를 묻는 전화가 와서 얼마 후 점심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이경훈 변호사를 알게 된 경위는 1996~8년 경 도봉구 창동 삼성아파트 최상층 주민들이 시공회사인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소음 진동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상대방 변호사로 장기간 함께 소송을 진행하면서 법정에서 자주 만나고 연배도 비슷하여 서로 마음을 트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분이 생긴 바 있습니다. 함께 식사를 하던 중에 이경훈 변호사가 명절에 회사에서 자기 명의로 선물을 보내도 괜찮겠는지를 물어, 한과나 민속주 따위의 당시 의례적인 명절선물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괜찮다’고 대답했습니다. 2004년 1월16일경 청와대 재직으로 휴직 중에 있던 법무법인 새길의 직원으로부터 명절선물이 법인사무소로 배달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바쁠 것 없으니 명절(당시 설 연휴는 1월21일부터 1월23일이었음) 지나고 가져다 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2004년 1월26일 변호사 사무실로부터 선물이 집으로 전달이 되어 퇴근 후 뜯어보고서, 책으로 위장된 현금다발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대선자금 수사중이었고 차떼기가 밝혀져 온 나라가 분노하던 와중에 차떼기 당사자중 하나인 삼성이 그것도 청와대에서 반부패제도개혁을 담당하는 비서관에게 버젓이 뇌물을 주려는 행태에 분노가 치밀어 함께 선물을 뜯어본 집사람에게 “삼성이 간이 부은 모양”이라고 말하고 이 사실을 폭로할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민감한 시기에도 불구하고 자신있게 떡값을 돌릴 수 있는 거대 조직의 위력앞에 사건의 일각에 불과한 뇌물꼬리를 밝혀봐야, 중간전달자인 이경훈 변호사만 쳐내버리는 꼬리자르기로 끝날 것이 자명할 것으로 판단되어 후일을 대비하여 증거로 사진을 찍어두고 전달명의자인 이경훈 변호사에게 되돌려주고 끝내기로 작정했습니다. 2004년 1월말경 이경훈 변호사에게 만나자고 연락하여 시청앞 프라자호텔내 일식집에서 점심을 함께 하면서 전달된 선물의 내용을 설명하며 ‘매우 불쾌하였지만 당신의 체면을 보아 반환하는 것으로 끝낼까 한다’는 뜻을 전달하자 이경훈 변호사가 ‘자신도 의례적인 선물일 것으로 알고 명의를 제공한 것이었고 현금을 선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매우 죄송하다’고 여러차례 사과를 했습니다. 최근 확인해 보니 당시 선물을 전달하는 데 명의를 제공했던 이경훈 변호사는 삼성을 퇴직하고 미국유학중이라고 합니다. 최근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를 보며 당시의 일이 매우 조직적으로 자행된 일이며, 내 경우에 비추어 김 변호사의 폭로내용이 매우 신빙성이 있는 것이라고 판단되어 적절한 시기에 내 경우를 밝힐 것을 고민하다가, 모든 경위와 증거를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 국민운동’에 제출했습니다. 2007년 11월19일 변호사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