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들이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전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의혹과 관련해 6일 삼성을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삼성이 또다시 검찰 수사대상에 올랐다.
특히 정치권이 삼성 관련 의혹에 대해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구하고, 이번 사건이 정치권에서 추진중인 '반부패 연대'의 매개고리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자칫 불안한 대선 정국에 얽혀들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김 변호사가 지난달말 자신 명의의 차명계좌에 괴자금 50억원이 있으며 이것이 삼성의 비자금이라고 주장했을 때만 해도 단순히 이 차명계좌를 둘러싼 진위공방에 머무는 듯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2차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 떡값 리스트' '삼성에버랜드전환사채(CB) 편법배정 사건 증인 조작' '이건희 회장의 로비 지시' '이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재산증식 과정' 등 삼성과 관련한 온갖 부정과 비리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의혹 하나 하나가 워낙 민감하고 폭발력이 있어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국내 최고기업으로, 또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이미 확실히 자리매김한 삼성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런 의혹이 제기된 것 자체만으로도 자존심과 명예를 손상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삼성은 그동안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소극 대응하다 김 변호사가 언론매체들과 인터뷰를 통해 연이어 의혹을 제기하자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고 경영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현재까지 제기된 것은 물론 앞으로 제기될 허위사실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반삼성 기류' 다시 고개드나 = 삼성은 김 변호사의 폭로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전면 부인하면서도 여론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변호사의 폭로가 구체적인 증거로 뒷바침되지 못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실체가 없다고 할 수 있으나 폭로 내용들이 워낙 메가톤급이어서 삼성이 정.관계, 검찰, 언론 등 사회 요소요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삼성공화국론'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가 제기한 주요 의혹 가운데 하나인 에버랜드CB 편법 배정사건은 삼성의 후계구도와 관련된 것으로 삼성은 10여년 전에 발생한 이 사건으로 인해 지금까지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은 1,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며 시민단체들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을 소환조사하라며 검찰에 대한 압박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검찰이 에버랜드CB 편법 배정사건을 다시 수사하게 되면 어쨌거나 마무리되가던 이 사건은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삼성이 '반삼성 기류' '삼성공화국론'으로 몸살을 앓았던 것은 2005년 이른바 'X파일' 사건이 터졌을 때로, 당시에도 삼성은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을 받다가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뒤 지난해 초 8천억원의 사회헌납을 골자로 하는 '2.7 선언'으로 이를 일단락지었다.
삼성은 당시 선언 때 정도.투명경영, 사회공헌 확대를 국민 앞에 약속했다.
삼성은 '2.7선언' 후 2년이 못돼 또다시 전방위 로비, 비자금조성, 편법 승계 의혹에 휘말리게 됐다.
◇ 신경영 20주년 앞두고 '뒤숭숭' = 인사 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한 삼성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종의 '내부고발'로 인해 이건희 회장의 취임 20주년을 앞두고 그룹 수뇌부의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삼성은 다음달 1일 이 회장의 취임 및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5일에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이에 앞서 이달 19일은 이병철 선대회장의 20주기여서 생가복원, 호암자서전 보완출간 등 기념사업을 준비중이었다.
그러나 김 변호사의 폭로로 이같은 행사 일정과 계획들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김 변호사의 폭로로 그룹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상황에서 이런 행사들이 어떻게 치러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당초에도 삼성은 대선 등으로 인한 민감한 사회분위기를 이유로 이 행사들을 대내 행사로 조용히 치른다는 방침이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이 행사들은 더 축소될 가능성이 생겼다.
이와함께 그룹의 핵심사업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좀처럼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연말연초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분위기 쇄신 차원의 대규모 인사설까지 나돈 상황이어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어수선한 분위기가 더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삼성의 고위 관계자는 "유가, 환율 등 경제와 경영과 관련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런 일로 경영역량을 집중하지 못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현경숙 기자 ksh@yna.co.kr (서울=연합뉴스)
검찰에 고발 또 고발…바람잘날 없는 삼성
- 수정 2007-11-0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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