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은 삼성이 관리하는 조직 중 작은 편”
“이해관계 맞물린 재경부·국세청 규모 더 커”
“현직 최고위급 검사 여러명 삼성 로비 받아”
김용철 변호사 “유서라 여기고 고백…나는 공범이었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5일 공개적인 자리에서 입을 열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오후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서울 제기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 구조본에서 검사 수십여명을 관리했다”며 “검찰은 삼성이 관리하는 조직 중 작은 편이었으며 이해관계가 맞물린 재경부나 국세청은 규모가 훨씬 더 컸다”고 주장했다 " 김 변호사는 “불법 로비는 (삼성) 모든 임원의 기본 책무인데 나는 법조계를 담당했다”며 “구조본에서 검사 수십 여명을 관리했으며 나머지 분야는 60여개 계열사가 나눠 맡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보통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까지 (로비) 지시를 받았는데 현직 최고위급 검사 가운데도 삼성 돈을 받은 사람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일주일 전인 10월29일 사제단 회견에 비해 서너배 많은 취재진이 참석해, 초미의 관심사임을 드러냈다. 200여명에 이르는 취재진으로 제기동성당 회견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회견은 사제단의 김인국 신부와 전종훈 신부의 배경 설명에 이어, 오후 2시 김용철 변호사가 사제단, 이덕우 변호사 등과 함께 등장하며 시작됐다. 아래는 김 변호사의 회견 발언과 기자들과의 문답 내용이다.

김용철 변호사 기자회견 ‘일문일답’
[김용철 변호사 기자회견 발언]
△김용철 변호사 = 여러분 반갑다. 제가 공개적으로 논의하기로 결심하면서 이런 자리를 기대했지만, 사실 절망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느님의 섭리로 사제단을 찾아뵙고 국민들의 신뢰로 여기까지 왔다. 죄인으로서 힘든 여정만이 남아 있다. 하지만 마음이 편하다. 제가 시대를 같이 한 국가사회의 건강성, 도덕성,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해서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삼성이 건강하게 새로 태어나기를 바란다. 삼성의 진실한 참회를 바란다. 언론인, 국가기관, 학계, 종교인 모든 국민이 함께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것을 확신했다. 국민에게 고맙다.
△ 문규현 신부의 호소문 낭독 = “간절히 청하오니, 불의를 저지른 모든 이들이 죄를 고백하고 뉘우쳐, 사함을 받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소서.”(호소문을 낭독하는 문규현 신부의 목소리가 떨림)
(현 국면에 대한 사제단 입장 발표(전종훈 신부) 이후 다시 김 변호사의 발언 이어짐.)
△ 김 변호사의 고백 = 저는 죄인으로서 속죄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이 글이 유서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양심에 고백한다. 다만 저로 인해 상처받을 사람들에 대해서는 죄송하다. 저는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부모의 장남에 태어났다 심장병으로 공놀이 해보지 못했다. 심전도 검사도 못받았다.
검사시절 음주운전 사고 낸 친동생, 폭력사건 낸 처남 구속한 일로 친가·처가랑 의절하고 지냈다. 그게 검사의 길이라 믿었다. 인천, 서울 부산 특수부 검사로서 있으며 수사 잘한다는 소리 들었다. 다시 태어나도 검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두환 비자금 수사할 때 김석원 회장이 은닉한 비자금 찾아냈다. 수사할 때 청와대가 수사 중단 지시했다. 의지 안 꺾고 검찰 떠났다. 변호사로서 사건 수임할 자신이 없어서 삼성으로 갔다. 삼성에 가면 망하지 않고 월급 나올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아들 대학 등록금은 빚 안지고 보내고픈 가난한 검사의 바람이었다. 삼성에 들어간 게 인생의 실수였다. 삼성에서 좋은 대우받고 사치했다.
삼성은 범죄를 지시했다. 돈으로 회유하는 게 임원의 기본 책무다. 법조계 인물도 관리했다. 구조본 안에서 검찰 간부 관리했고, 나머지 지방 검사들은 계열사가 관리했다. 일년에 설·추석·휴가 때 3회 정기적 뇌물을 건넸다. 수십억원을 전달 지시했다. 공범이라 괴로웠다. 현직 검찰 최고위층도 여럿 있다. 밝힐 기회가 오기를 기대한다.
검찰은 삼성이 관리하는 작은 조직이다. 국세청·재경부는 더 규모가 크다. 돈의 출처는 비자금이다. 대형 부실을 안고 있는 회사에서도 수십억 비자금 마련했다. 차명으로 관리했다. 삼성 출신 임원들이 재산 많은 게 이런 이유다. 수백억 수천억 재산 가질 수 있다. 사장단, 재무 담당 인사는 상당수 차명계좌 가지고 있다. 현재 차명계좌 임원진 명단도 가지고 있다. 금융실명제 위반, 사문서 위조, 조세포탈 등 범죄다. 삼성의 차명계좌를 갖고 있다는 것은 당사자에게 일종의 승진 징표·훈장이었다. 자신 명의로 비자금 계좌 만들어지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공적기관에서 밝혀야 한다.
에버랜드사건 증언을 조작했다. 돈과 힘으로 조작했다. 명백한 범죄다. (눈물) 공범으로서 처벌받을 순간이 되었다. 모든 간부가 삼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건희 회장을 위해서 살아야 했다. 괴로웠다. 국정원·검찰·청와대·언론이 삼성을 위해 움직이고 실시간으로 정보보고를 했다. 삼성에 가장 비판적인 시민단체 회의록도 회의가 끝나나마자 삼성에 보내졌다.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의 비리를 폭로하면) 뒷골목에서 쓸쓸하게 최후를 맞을 것이라는 주변 이야기가 많았다. 신문에 칼럼 쓰면서도 삼성 이야기 안 쓰려 했다. 그래도 삼성은 의심, 압박, 감시했다. 퇴사 전부터 감시했다. 삼성측 인사가 나서서 법무법인에서 내쫓고 사회에서 고립시켰다. 삼성은 늙으면 아내의 손잡고 산책하려는 소박한 꿈도 앗아갔다.
시민단체에 호소했다. 외면했다. 갈 곳이 없었다. 낭떠러지 앞에서 선 절망 속에서 사제단이 뜻을 받아줘 감사하다. 많은 고민했고, 괴로워했다. 배신자라 욕해도 좋다. 재벌이 사법체계, 국가기관, 우리사회를 더 이상 오염시켜서는 안된다. 고개 숙여 반성한다.
△ 김인국 신부 = 입장표명에서 밝혔다. 그리고 삼성의 주요 문제에 대해서는 김용철 변호사가 순차적으로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을 할 것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문제를 쏟아놓으면 소화하기 어렵다. 이런 사항을 전제로 정말 중요한 질문 있다면 몇 가지만 받겠다. 나머지 사항은 다음 기자회견 때 하겠다.
[김용철 변호사 일문일답]

=(김용철 변호사) 에버랜드사건, 96년 말에 이루어졌다. 에버랜드 사건은 범죄로 봤을 때 96년 말에 일어났는데, 나는 97년 8월에 입사했다. 입사하기 전에 벌어진 일이다. 나중에 재무팀을 거쳐 법무팀에 있을 때 수사 받을 때 대응하는 삼성쪽의 진술을 법무팀 변호사 가지휘하면서 분담했다. 이런 역할을 했다. 자세한 내용은 재판이 계속되는 사건이니, 법률적 문제도 있어 추후에 상세하게 밝히겠다. 진술과 증언이 조작됐고, 그 일에 관여했다.
-법무법인 서정에서 퇴직 후 법인카드 4800만원 쓰고, 파트너십 회의를 통해서 잘랐다고 삼성에서 반박하는데, 4자대면 나갈 것인가?
=(김인국 신부가 대신 답변) 지엽말단적인 부분은 관심을 쏟으면 안 된다. 사실이 아니다. 달을 봐야지. 손톱을 보면 안된다. 핵심에서 벗어난 문제라서 사실관계가 다르다는 말로 대신하겠다.
-이재용 전무가 비자금으로 재산을 축적했나.
=이재용 전무가 재산 형성과정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부 문건을 통해 적절한 기회에 발표하겠다.
-삼성 반론을 봤나?
=못봤다.
-삼성은 조목조목 반박했는데.
=(김인국 신부) 이재용 전무의 불법적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내부 자료가 있다. 그 자료를 가지고 다음에 설명하겠다. 그 문건은 보관하고 있다.
-검사 명단에 대해...오늘 <경향신문> 인터뷰 보니 검찰·언론사도 언급했다. 비리구조를 봐달라고 했다. 일단은 소개할 생각은?
=저는 질문하신 분이 몰라서 질문한다고 생각지 않다. 저보다 잘 알지 않느냐.
-사제단 고소고발은 언제?
=아까 밝혔는데, 매우 곤혹스럽다. 사제단은 용서하는 사람이지 허물을 드러내어 고발할 사람은 아니다. 그 의미를 읽어주기 바란다.
-김 변호사가 직접 고발 안하나?
=나는 자수해야 할 공범이다.
-2002년 비자금 개인돈이 아니고 회사 비자금인가?
=질문하시는 분은 친구가 정치에 나가면 몇 억원 줄 수 있나?
-물증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쓰라.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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