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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30 19:31 수정 : 2007.10.30 19:31

‘180일간의 재갈’에 얼어붙은 누리꾼

“MBC(명박씨)를 보면 특정 후보가 연상되지 않나요?”

“동영타일, 동영산업 등 기업 이름도 바꿔야 합니다. 대통령 후보의 이름이 계속 나오면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죠.”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다음 중 선거법 위반이 아닌 것을 고르시오’라는 글의 일부다.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인터넷 글이나 영상물 단속을 비꼬고 있는 것이다.

경찰 전담반 263명 배치…민간감시단 2545명 운영
출석요구서 남발로 한번 걸리면 대부분 글쓰기 멈춰
선관위는 국회탓…한나라당선 되레 ‘규제강화 법안’

■ 인터넷 여론 실종=누리꾼에 대한 선거법 위반 단속은 개인 홈페이지부터 정치포털 사이트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경찰청은 전국적으로 경찰관 263명을 전담 사이버검색요원으로 배치하고, 누리꾼 2545명을 사이버명예경찰관 ‘누리캅스’로 임명했다. 선관위도 900여명의 사이버감시단을 두고 있다.

감시와 단속이 강화되면서 인터넷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인터넷이 대선 표심을 좌우할 것이라던 전망과 달리, 투표일을 한달 보름 남짓 남겨둔 지금까지 인터넷은 선거에서 구실을 못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때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이 로그온하다’라는 기사를 내보낼 정도로 인터넷의 힘이 폭발적이었던 지난 대선과는 확연히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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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때 정치평론가 이상의 분석력을 보여주며 여론을 주도했던 이른바 ‘사이버 논객들’의 활동은 현격히 줄었다. 정치포털 ‘네이션코리아’에 글을 쓰는 누리꾼 ㄱ씨는 “대학 교수 등 기득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맘대로 써도 아무말 하지 않으면서 왜 누리꾼 글만 갖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선거법 위반으로 출석요구서를 받은 누리꾼들은 대부분 글쓰기를 멈췄다”고 말했다.


포털도 조용해졌다. 네이버는 지난 6월부터 실시간 검색어에서 정치인을 제외하고, 인기 검색어의 정치인 순위도 삭제했다. 지난달부터는 정치기사 댓글란도 없앴다. 네이버는 “네티즌들이 선거법을 모르고 댓글을 올려 고발되는 경우도 있어 이를 막기 위해 댓글란을 없앴다”고 밝혔다. 포털 다음의 이승진 홍보담당자도 “대선이란 이슈가 인터넷에서 크게 바람을 일으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됐던 사용자 손수제작물(유시시)도 맥을 못추고 있다. 최민재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은 “각 당 경선 때부터 대선 후보의 유시시 조회수가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선 유시시를 운영하고 있는 ‘판도라 티비’의 손정은 마케팅 담당자는 “후보 캠프에서 만든 유시시는 많지만,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영상은 선관위 기준이 까다로워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강원택 숭실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돈이 들지 않아 더 많은 유권자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인터넷에서 선거운동이나 정치적 논의가 금지되는 것은 시대를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엔지오학)도 “자꾸 침묵의 선거만 강요하지 말고, 네티즌들이 더 많이 떠들썩하게 말하고 더 요란스럽게 참여하면서 대선을 신나는 정치 축제의 장으로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불복종과 항의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치포털 사이트 ‘서프라이즈’와 이곳에 글을 쓰는 누리꾼들은 선관위의 글 삭제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또 중앙선관위 게시판에는 누리꾼들의 항의성 글이 수만개나 올라와 있다.

■ 해결책은?=결국 문제는 선거법이다. 누리꾼의 뭇매를 맡고 있는 선관위는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문병길 중앙선관위 공보서기관은 “후보를 지지·반대하는 인터넷 선거운동을 상시적으로 허용하자는 입법 의견을 지난 2003년부터 줄곧 내고 있다”며 “법 개정은 국회의 몫”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 개정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지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팀장은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 실패의 책임을 인터넷으로 돌리고 있어, 누리꾼들의 정치 참여를 높이는 법 개정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오히려 한나라당은 선관위 이외에 정당도 포털이나 언론사에 글을 올린 이용자의 신원 정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를 한층 강화한 법안을 지난 5월 발의했다.

송호창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선거법 93조는 애초 후보들의 상호 비방을 막기 위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누리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선관위가 법만 탓하지 말고 운용상의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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