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이자 1억8185만원 나와
17억원 입금 하루만에 빠져
넉달쓰고 해지 “이자 822만원”
삼성전자 6071주 “26억원대”
김용철 변호사의 공개로 삼성의 비자금 조성 방식과 규모의 일각이 드러났다. 전현직 임직원들의 이름을 빌려 차명계좌를 만든 뒤, 이 계좌를 이용해 불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보관하거나 자금 세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은 공범자 구실을 충실히 해 왔고, 검찰이나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은 이런 내용을 훤히 알면서도 묵인해 온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가 공개한 금융기관 차명계좌는 모두 네 개다. 이 가운데 세 개가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서울시청 앞 삼성 본관 빌딩 2층 소재)에 개설된 것이고, 하나는 굿모닝신한증권 도곡지점에 개설된 증권계좌다. 모두 본인 동의 없이 개설된 뒤 삼성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김 변호사도 본인 이름의 계좌에 자금이 얼마 들어 있는지, 현재도 돈이 남아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다.
■ 은행계좌 세 개=50억원대의 비자금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계좌는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 개설된 미확인 계좌다. 지난 19일 김 변호사가 본인임을 밝히고 우리은행 OO지점에 확인한 결과, 계좌번호는 알 수 없지만 이런 계좌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확인해 주었다. 그러나 닷새 뒤인 24일 우리은행 △△지점에 확인했을 때는 아무런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 우리은행 쪽은 이 계좌가 보안계좌일 경우, 본인이라도 계좌를 개설한 지점이 아니면 조회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계좌의 존재는 이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을 보면 알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이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소득 1억8185만4326원에 대한 소득세 2500여만원을 올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 납부했다. 올 5월 삼성 전략기획실 직원이 찾아와 세금이 이렇게 나왔으니 대신 내 달라며 세금 액수에 해당하는 돈을 주고 갔다. 빨리 정리하라고 말했지만 이 직원은 “내년까지 한 번만 더 폐를 끼치겠다”고 말하고 돌아갔다.
이 계좌를 정기예금으로 간주하고, 연 4.5%의 이율을 적용해 역산해 보면 예치된 돈의 규모는 약 50억원대로 추정된다.
또, 하나의 계좌(계좌번호 1002-301-722068)는 위의 미확인 계좌와 마찬가지로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 개설된 것이다. 이 계좌는 2004년 8월26일 개설돼 2004년 12월7일 해지된 것으로 돼 있다. 2004년도 김 변호사의 이자소득 세명세서에 나오는 822만원의 이자소득이 발생한 계좌로 추정된다. 지난 19일 우리은행 OO지점에서 확인했을 때는 계좌번호와 계좌 활동 기간까지는 확인해 주었으나 거래 내역은 ‘조회 불가’였다. 지난 24일 △△지점에서 계좌번호를 알려 주며 조회한 결과, 이런 계좌의 존재 여부도 확인할 수 없었다.
나머지 하나(계좌번호 1002-635-117357)는 두 달 전인 지난 8월27일 신규로 개설돼 그날 17억원이 입금된 통장이다. 이 돈은 바로 다음날 국공채 매수 자금으로 인출됐다. 자금 세탁용으로 하룻동안 계좌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 증권계좌 하나=굿모닝신한증권 도곡동지점은 2004년 10월28일 김 변호사 명의의 계좌(계좌번호 012-01-112×××)에 삼성전자 주식 6071주(당시 시가 26억6820만4500원)가 있다고 통보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이 자체 정기감사 과정에서 손님들에게 잔고 내역을 통보한 것이다. 물론 김 변호사가 모르는 내용이었다. 이 계좌의 내역이 통보되자 김 변호사의 부인이 “나 모르게 숨겨 놓은 주식 아니냐”고 따져 이를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이 주식이 남아 있는지, 아니면 현금화돼 인출됐는지 확인할 수가 없는 상태다.
이런 계좌들은 김 변호사 본인이 자신의 이름이 도용당해 만들어진 차명계좌라고 공개했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 거래 내역과 자금 출처 등이 금방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비자금 규모는 얼마? =이런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는 삼성의 비자금 규모를 정확히 알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 전모는 비자금을 관리하는 전략기획실의 몇몇 핵심 인원들만이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변호사의 증언을 통해 대략적인 규모를 유추해 볼 수는 있다. 김 변호사는 “이런 방식으로 전략기획실 재무팀에서 관리하는 차명계좌가 1000여개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략기획실 임직원과 각 계열사 사장단, 재무담당 임원(CFO) 등 믿을 만한 인사들의 명의를 이용해 차명계좌를 만든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김 변호사의 경우처럼 퇴직 이후에도 명의를 계속 사용하는 것까지 합치면 그 수가 1000여개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차명계좌에 넣어두는 비자금 액수는 각 직급에 따라 수억원에서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서 그리 신임받지 못한 김 변호사의 차명계좌에 50억원대가 들어 있었던 것에 비추어 전체 규모를 추정할 뿐이다.
하지만 삼성은 김 변호사의 이런 주장에 대해 “해당 계좌의 돈은 삼성과 관계 없는 개인 돈”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실체적 진실은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정석구 선임기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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