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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육

혼잣말도 공부가 됩니다

등록 :2020-10-12 17:23수정 :2020-10-13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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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ㅣ강원국의 공부하면 뭐 하니

말할 수 있는 것만 아는 것이다. 할 말이 있는지 혼자 말해봐야 한다. 그러면 내가 아는지 모르는지, 내 생각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말할 수 있는 것만 아는 것이다. 할 말이 있는지 혼자 말해봐야 한다. 그러면 내가 아는지 모르는지, 내 생각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비 맞은 스님 담 모퉁이 돌아가는 소리’란 말 들어보셨나요? 남이 알아듣지 못할 작은 소리로 혼자 중얼거린다는 뜻입니다.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혼잣말로 웅얼거리면 어른들께 꾸중을 들었습니다. 남이 알아듣게 말해야 한다고요. 하지만 이제는 혼잣말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카메라 보고 혼자 말하는 1인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혼잣말 전성시대입니다.

말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나 혼자만 알아먹어도 되는 말과 남이 알아듣게 해야 되는 말, 내가 하고 싶은 말과 남이 듣고 싶어 하는 말. 그런데 우리 사회는 남이 알아듣게 말하라고 요구합니다. 또 남이 듣고 싶은 말을 하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다 보니 말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남이 알아듣게, 남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려니 힘듭니다. 그런데 뭣이 중합니까? 내가 먼저이고 남은 나중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부터, 내 말을 많이 해야 합니다.

어릴 적부터 혼잣말을 했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적에 집에 다락방이 있었습니다. 당시 달걀 모양의 통에서 얇은 비닐 막 같은 걸 뽑아 먹는 과자가 유행했습니다. 나는 다 먹은 과자 통 3개를 신줏단지처럼 모셨습니다. 하나는 지금의 나, 다른 하나는 미래의 나,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다른 사람이 보는 나였습니다. 내가 나에게 오늘 잘 지냈는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5년 후 10년 후의 내가 오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친한 친구나 그날 사이가 안 좋았던 누군가가 나에 관해 어떻게 말할지 생각해봤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지만 당시엔 재미가 있었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나의 성스러운(?) 의식이었지요. 그러는 시간 스케치북만한 다락 창문으로 보이는 저녁노을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나뉘어 있습니다. 부모는 말하고 자녀는 듣습니다. 선생님은 말하고 학생은 듣습니다. 상사는 말하고 부하는 듣습니다. 많이 아는 사람이 조금 아는 사람에게 말합니다. 그런데 말을 통해 더 많이 알게 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어른은 더 어른스러워지고, 선생님은 더 선생님다워집니다.

이 모두가 말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 사람의 지식, 정보, 감정, 의견, 주장이 모두 말에 담기기 때문입니다. 말이 곧 그 사람이니까요.

자신이 아는 걸 말해보는 게 가장 좋은 공부법이란 걸 강의해보고 알았습니다. 돈을 받고 강의하는 내가 돈 내고 듣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나는 강의하기 위해 준비합니다. 강의마다 이전까지 하지 않았던 말을 한마디라도 보태려고 합니다. 그래야 나 스스로 지루하지 않고 강의를 지속할 수 있으니까요. 그 한마디를 찾는 과정이 나의 공부입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즐겁습니다. 한마디를 찾았을 때 기쁘고, 그 한마디를 수강자들에게 말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저뿐 아니라 강의하는 모든 분들의 마음일 겁니다.

학창시절 쉬는 시간, 공부 못하는 친구가 잘하는 짝에게 물어봅니다. 이때 진짜 공부하는 친구는 누구일까요. 저는 설명하고 알려주는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들은 사람이 아니라 말한 사람입니다. 들은 친구에게 말해보라고 하면 잘하지 못하거든요. 하지만 말한 친구는 말하기 전보다 더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말하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 사이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사실, 여기에 공부 비밀이 있습니다.

공부는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아는 걸 말하기 위해 해야 합니다. 공부가 읽기와 듣기라면, 선생님 말씀 듣고, 교과서와 참고서를 읽는 것이 공부라면 그것의 목표는 말하기, 쓰기여야 합니다. 아는 것을 말하고, 모르는 걸 질문하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우리가 왜 남의 말을 듣고 남의 글을 읽습니까? 내 말을 하고 내 글을 쓰기 위해서죠. 그렇다면 우리의 공부 목표는 선생님처럼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험이 목표인 것보다는 재밌습니다.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요. 학생들도 언젠가는 어른이 됩니다. 그러면 압니다. 어른처럼 말하는 게 별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 말입니다.

내가 선생님이다, 지금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공부하는 겁니다. 그리고 선생님처럼 말해보는 겁니다. 그러려면 말을 많이 해봐야 합니다. 처음부터 말을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 말을 잘하는 사람은 그럴 기회가 많이 주어졌거나 스스로 말을 많이 해본 것입니다. 말 잘하는 것은 타고나는 것도,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많이 해보면 됩니다. 기업에서 일하면서 알았습니다. 사장이나 임원 같이 높은 분은 말을 잘합니다. 말할 기회가 많으니까요. 그에 반해 직원들은 말하는 걸 싫어하고 두려워합니다. 그럴수록 더 못합니다.

말할 수 있는 것만 아는 것입니다. 할 말이 있는지 혼자 말해봐야 합니다. 말해보면 내가 아는지 모르는지, 내 생각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말하다 보면 생각도 나고 정리도 됩니다. 말할 수 있어야 공부가 제대로 된 것입니다. 말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공부입니다.

말할 기회가 없고 말하는 게 두려우면, 혼잣말을 해보세요. 됩니다. 누군가를 머릿속에 앉혀놓고 말하면 됩니다. 나는 글을 써야 하거나 생각을 정리해야 할 때 아내에게 말해봅니다. 아내와 싸워서 말할 수 없으면 강아지를 앞에 두고 말합니다. 이도 저도 어려우면 혼자라도 말합니다.

등하굣길 버스 안에서, 학원이나 피시방 오가는 길에서, 아니면 자기 방을 서성이며 중얼중얼 말해보세요.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공부입니다. 아는 것을 말하는 순간 당신이 바로 선생님입니다.

강원국 ㅣ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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