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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18 20:20 수정 : 2010.06.18 22:16

일제고사 한달 앞두고…초등학교에 ‘1등반’ 등장

교장·교감들 “성적 올려라” 대놓고 압박
‘1등반’ 뽑고 열등생은 시험 제외 추진도

전북 ㅂ초등학교 6학년 담임인 ㄱ교사는 이번 학기 초부터 지금까지 6학년 교과서를 펴 본 일이 없다. 다음달 13~14일 치르는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 시험 범위에 맞춰 4~6학년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문제집만 풀었다. 음악·미술·체육 수업은 한 번도 못했다. 아침 8시부터 방과후 수업이 끝나는 저녁 8시까지 온종일 수학 문제집만 푼 적도 있다.

그는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 보여, 미술치료 겸해서 쉬는 시간에 그림을 그리게 하는데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돌멩이를 요즘 부쩍 많이 그린다”며 “시름시름 앓는 아이들도 있어, 너무 안쓰럽다”고 말했다. ㄱ교사가 이렇게 문제풀이 수업을 하는 이유는 교장의 요구 때문이다. 그는 “교장이 학기 초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일제고사 성적을 올릴 방법을 강구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전국 초6·중3·고2 대상 학업성취도 평가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교장·교감들이 정규 교과시간에 일제고사 대비 문제풀이 수업을 강요하는 등 학교교육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학교들이 일제고사 대비 수업에 몰두하는 이유는 올해부터 학교별 일제고사 성적이 정보공시 사이트인 ‘학교알리미’(schoolinfo.go.kr)에 공개되기 때문이다.

충북의 ㄱ초는 올해부터 교장이 ‘학력우수반 제도’를 도입했다. 매달 시험을 본 뒤 평균이 가장 높은 학급은 복도에 내건 학급 표찰에 ‘1등반’이라는 배지를 달아준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지난해에는 1등반을 정하지는 않았다”며 “일제고사 대비 모의고사를 매달 치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울 ㅇ초에선 일제고사 대상인 6학년이 지난 11일 일제고사 대비 모의고사를 치렀다. 6학년 교사들이 협의해 보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교감의 요구로 번복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일제고사 성적에 따라 학교별로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는 얘기까지 있다”며 “결과가 나쁘면 6학년 담임들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어 교장·교감의 요구를 그냥 수용하는 형편”이라고 했다.

교장 등 학교 관리자들이 일제고사 성적을 올리는 데 급급하면서, 학습부진 학생을 가려내 맞춤형 학습 지원을 해준다는 일제고사 도입 취지는 빛이 바랜 지 오래다. 경기 ㅂ초는 학기 초에 교감이 “학습부진 학생들은 일찌감치 학습장애로 분류해 시험에 응시하지 않도록 하는 게 (학교 성적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해, 실제로 대상자 9명을 골라냈다. 학습장애아는 특수교육 대상자로 분류돼 일제고사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학교 성적을 깎아먹는 아이들은 미리 걸러내겠다는 것”이라며 “학부모의 반발로 무산됐지만 결국 이 아이들은 미운털이 박히게 됐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