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9월 시작되는 2학기부터 전국 60개 일반계 고교에서 영어·수학 과목 학습능력에 따른 기초·심화과정이 개설돼 시범운영된다. 또 영역별 선택교과에서 학생들의 과목 선택기회가 넓어지고, 과목별 평가기준 마련과 졸업요건 설정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고교 학점제 도입이 추진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8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고교 교육력 제고 방안’을 내놓고, 5월까지 공모를 거쳐 자율형 공사립고 등 여건이 갖춰진 60개 학교를 선정해 2학기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우선 진단평가 등을 통해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파악한 뒤, 고교 기본 교육과정을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영어·수학 기초과목을 개설하고, 우수학생을 대상으로는 심화과정을 개설해 특수목적고와 마찬가지로 수월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기초·심화과정은 학교생활기록부에 점수나 석차 등급은 기재하지 않고, 일정 기준을 통과하면 그 과목을 이수했다는 사실만 기록하게 된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시범학교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개편 작업도 할 예정이다.
또 교과부는 시범학교에서 과정 이수를 원하는 학생이 적거나 강사 확보가 어려우면 지역 교육청 단위에서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시범학교에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을 돕기 위해 학업상담교사를 배치하고, 추가로 개설되는 기초·심화과정 담당 교사 확보를 위해 시간강사나 기간제교사를 충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시범학교 한 곳당 1억3000만원 안팎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주호 교과부 1차관은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시행되는 내년부터 시범학교를 확대하고, 2012년 하반기에 모든 일반계고에 전면 도입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장기적으로 졸업요건 설정, 대학과목 선이수제 확대 등에 대한 정책연구를 거쳐 중·고교 학점제 도입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차관은 “일반계 고교에서도 수월성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면 특목고 입시 열기로 인한 사교육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훈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특목고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며, 되레 일반계고에 특목고식 경쟁시스템을 도입하는 꼴이 됐다”며 “심화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유리해지면, 이에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안상진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은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필요한 과목을 더 많이 들을 수 있게 하는 고교 학점제는 기본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하지만 대학의 학생 선발 기준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는 기초·심화과정 개설로 학생들이 이수해야 할 과목 수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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