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중 싸우고 던지고” 학생은 무시
“교과 상의 한마디 없어” 동료는 방치
“한국어 배울 과정 적어” 정부 무관심
“마약중독자 아니에요” 사회는 편견
“40명 데리고 수업되나” 환경은 열악
원어민 교사들의 ‘솔직한 토크’
“싸우고, 뭔가를 던지고, 책상을 칼로 긁는 학생들.” “책도 없고 필기구도 없이 앉아 있는 학생들.” “수업을 시작해도 자리에 앉지 않고 수업을 마치기도 전에 자리를 뜨는 학생들.” 지난해 9월부터 우리나라 고교에서 원어민 보조교사로 일하는 로라(26·미국)의 ‘한국 제자’들이다. 그는 “감히 말하지만 나는 매일 한국 학생들한테 무시당한다”고 말했다. 조자룡 전국영어교사모임 사무총장은 “원어민들은 체벌을 하거나 점수를 깎는다는 위협으로 학생들을 통제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데 학생들이 이 점을 악용하기도 한다”며 “게다가 원어민의 수업은 대개 내신 성적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업은 하지만 교사로서 대접받지 못하는 원어민의 초라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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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선 우리가 ‘루저’다.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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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원어민이 교실 수업을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을 하지 않는 학교도 많다. 교육청은 원어민이 학교에 배치된 뒤 3~5일 동안 수업 참관 등의 오리엔테이션을 하도록 권고하지만 이를 이행하는 학교는 드물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말이다. 인천의 한 고교 영어 교사는 “원어민이 온 날 별도의 오리엔테이션 없이 바로 수업을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존(캐나다)은 “원어민들은 적절한 훈련이나 고용주인 학교로부터 어떤 가이드라인도 받지 않고 그냥 교실에 내던져지는 경우가 많다”며 “원어민 교사한테 교실 수업에 대한 더 많은 훈련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교사자격증이 없는 교사들한테 수업 지원은 필수적이다. 교사자격증이 없는 원어민을 채용한 학교가 교수법이나 학생지도법을 교육하지 않고서 원어민의 ‘무자격’을 문제 삼을 수는 없는 일이다. 1996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일한 토미(미국)는 “영어를 쓰지 않는 학생들한테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법에 대한 훈련을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학교는 교육적 지원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인색하다. 로라는 “한국 교사들이 원어민 교사들도 감정과 생각이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우리는 학교 분위기를 흐리는 불순한 존재들이 아니고, 여기 단지 돈을 목적으로 왔거나 여행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로라는 “동료로, 교사로 인정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중학교에서 일하는 칼(영국)은 “지난 2년 동안 한국의 언론은 원어민들을 마약 중독자, 범죄자 등으로 묘사해왔다”며 “대개의 원어민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교육을 하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는 원어민들이 한국을 배우려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지만 배우려고 하는 원어민조차도 마땅한 교육기관을 찾지 못하는 게 더 문제다. 서울의 한 고교에서 일하는 데이브(28·영국)는 “교육청에서 한국말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집과 교육청이 너무 멀어서 참여하기가 힘들다”며 “일주일에 두 번씩 한글 과외를 받으려고 선생님을 구하고 있는데 아직 못 구했다”고 했다. (기사에 나오는 원어민 교사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김한별 박소현 윤정희 이산 이원경 진혜란 최유빈 아하!한겨레 2기 학생수습기자 한주형 1기 학생기자,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