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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1.23 16:30 수정 : 2009.11.23 21:22

스웨덴 입양 한인들이 지난 21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한인 차세대 및 입양 한인을 위한 한반도 평화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한 뒤 청중의 질의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에릭 칠웅 브루네고드씨, 토비아스 휘비네트씨, 다니엘 리씨.

‘두개의 코리아’는 현실…입양정책 방향 전환해야





한인 차세대 및 입양 한인을 위한 한반도 평화 포럼

한반도 통일은, 국외 입양인들에게 자신의 ‘뿌리’에 닿아 있다. 한국의 국외 입양 역사가 한반도 분단에 직결돼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분단된 나라일 뿐만 아니라, 국외 입양으로 많은 이들을 신체적으로, 정신적·심리적으로 분리시킨 나라이다.” 스웨덴 입양 한인 에릭 칠웅 브루네고드(39·한국 이름 김칠웅)씨의 말이다. 고등학생 때 태권도를 처음 배우며 남·북한 각각 꾸린 태권도연맹을 접하고는 ‘두 개의 코리아’를 실감했다는 다니엘 리(33)씨의 체험은, 국외 입양인들에게 분단은 일상에서 직면하는 현실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국인 입양인들이 이처럼 “한국의 현대사와 긴밀하게 얽혀 있고, 하나의 국제 커뮤니티에 속해 있기에”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남·북한을 연결하는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브루네고드씨는 강조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한 호텔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각) 열린 ‘한인 차세대 및 입양 한인을 위한 한반도 평화 포럼: 비전과 과제’ 심포지엄에서, 30대의 스웨덴 입양 한인들은 ‘분단으로 이어진 한국전쟁 이후 궁핍한 여건에서 한국 정부가 선택한 국외 입양이, 경제 발전을 이룬 뒤에도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 의문을 던지며, 국외 입양을 중단하도록 사회복지 재정을 늘리는 등 입양 정책의 방향 전환을 주문했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 정부는 전쟁 고아, 홀로 된 어머니, 저소득 가정을 뒷받침하는 사회 시스템을 갖추기보다, 국외 입양을 통해 아이들의 목숨을 당장 구하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고 브루네고드씨는 설명한다.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 생활 수준이 나아진 오늘날에도, 한국 아이들의 국외 입양은 이어지고 있는 건 “이상하다”고 지적한다. 전쟁과 분단으로 가난해서 아이들을 외국에 입양보냈다면, 경제 성장으로 형편이 나아졌다면 국외 입양을 멈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은 1953년 이래 약 18만명을 서구의 15개국에 입양보낸 것으로 추정되고, 최근에도 한 해 1300명 안팎의 아이들을 외국에 입양 보내고 있다. 중앙입양정보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에는 1306명이 입양됐고, 국외에는 미국 988명, 캐나다 78명, 스웨덴 76명, 노르웨이 45명 등 1250명이 9개국으로 입양됐다.

 국외 입양이 50년 넘도록 “반드시 불가피했던 건 아니었을 것”이라는 게, 토비아스 휘비네트(38·한국 이름 이삼돌)씨의 견해다. 북한은 1950~56년 루마니아 1천명 등 2500명을 10개 공산권 나라들로 입양을 보냈다가 50년대 말 대부분 되돌아오도록 하고 적어도 서류만 보면 국내 입양을 권장해 왔다는 것이다. 남한도 국제 입양 최대 공급국이 되는 길을 걷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랬더라면, 국제 입양이 지구적 현상이 되지 않았을 것이고, 중국이 90년대 초 남한 입양 시스템을 모델로 삼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거다. 그는 한국의 국외 입양 문제를 연구한 ‘고아의 나라를 위한 위로’라는 논문(국내엔 <해외입양과 한국 민족주의>란 제목으로 출간)으로 2005년 스톡홀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은 아시아 나라 가운데 처음 어린이들을 외국에 영구적으로 입양을 보냈고, 효율적이고 편리한 입양 절차 덕분에 외국인 양부모들이 가장 먼저 선택하는 나라가 됐으며, 1970년대와 80년대에 입양인이라고 하면 거의 한국인 입양인을 가리키게 됐다고 브루네고드씨는 전했다.


 많은 서구 나라들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오랜 국제 입양 역사로 오염돼 왔다고 휘비네트씨는 지적한다. “서구의 많은 일반인들이 남한이라고 하면 무엇보다 먼저 ‘입양’을 떠올리며, 간접적으로는 입양과 연결되는 독재, 부패, 빈곤을 연상한다”는 것이다. 스웨덴 등 유럽의 길거리와 신문·방송에서 삼성·엘지·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의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이들 회사의 고화질 텔레비전, 휴대전화, 승용차 등이 좋은 품질을 인정받아 비싼 값에 팔리는 요즘에도 말이다.

 브루네고드씨는 “한국 국외 입양의 역사가 남·북한의 분단, 남한의 빠른 경제 발전과 긴밀히 관련돼 있다”고 했다. 다급한 시절 사회복지 지출을 미루며 경제 성장을 일궜던 것 아니냐는 얘기다.

 그는 “위기에 놓인 아이들에게 최선의 선택은 아이가 친부모와 함께, 또는 태어난 나라의 양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스톡홀름/글·사진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남·북한 문제에 ‘북유럽식 접근법’ 모색을

20여년 동안 남·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한반도 문제를 연구해 온 가이어 헬게센 박사(덴마크 코펜하겐 노르딕 아시아문제연구소(www.nias.ku.dk) 소장)는 이날 포럼에서 기조 강연에 나서 “남·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며 ‘북유럽식 접근법’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북유럽식 접근법이란 상황이 안정적인지를 살펴 만약 안정적이라면 이를 출발점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서, 50년전 한국과 수교했던 북유럽 나라들은 35년 전 한반도 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이며 대화 채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자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특히 스웨덴은 그 채널을 활용해 지역 평화를 조율해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북유럽 나라들은 북한이 필요한 경제, 에너지, 보건, 교육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강에 나선 예란 페르손 스웨덴 전 총리(1996~2006년)는 2001년 남·북한을 동시 방문했던 장면을 되돌아보며 “한반도는 통일될 것이고 그 추진력은 한국의 경제 발전으로부터 비롯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브리엘 욘손 스톡홀름대학 교수(한국학 박사)는 독일의 급속한 통일 과정을 볼 때 ‘통일이 불가피한 상황이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한인 차세대 및 입양 한인을 위한 한반도 평화 포럼’은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북부유럽협의회(회장 서성빈·독일 거주)가 주최했다. 독일·스웨덴·오스트리아·네덜란드·벨기에·스위스·체코·폴란드·노르웨이·덴마크 등 10개국 민주평통 자문위원들과 현지 동포 등 150여명이 참가했다. 주최 쪽은 “재외동포 사회에 세대 교체라는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점차 주역으로 등장하는 유럽의 차세대와 입양 한인들에게 ‘한민족 공동체 네트워크’ 형성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고자 포럼을 마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스톡홀름/글·사진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