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2011년부터 ‘2불 폐지’
필답고사·영어논술 허용에 학업성취도결과도 반영
‘3불 당분간 유지’한다면서…“말장난으로 국민 우롱”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10일 2011학년도부터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를 허용할 방침을 밝힘에 따라 대학입시를 둘러싼 혼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교협이 겉으로는 당분간 ‘3불’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내용상으로 사실상 3불 폐지를 추진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2불’ 폐지되나?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안병만 장관까지 나서 “3불 정책은 그것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나온 정책으로 3불 중 일부가 폐지되는 것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3불의 불가피성을 옹호했다. 그러나 대교협이 밝힌 대로 3불 중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를 당장 폐지한다고 해도 정부가 막을 방법은 없다. 이명박 정부의 대입 자율화 정책으로, 이미 입시에 대한 모든 권한이 대교협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대교협 대입전형실무위원장인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이 이날 밝힌 2011학년도 입학전형 개선안을 보면, ‘필답고사’ 실시를 공식화하고 있어 수학·과학 풀이형 문제 출제가 가능해지게 된다. 외국어 특기자 전형 등 입학전형 특성에 따라 논술을 다양화하겠다고 밝혀, 영어 문제를 내는 것도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본고사 구실을 한다’며 정부가 지난해까지 고등교육법 시행령으로 막아 왔던 내용들이 모두 풀리게 되는 것이다.
고교등급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교육정보공시제에 따라 공개되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통해 전국 고교를 과목별로 줄을 세우는 것이 가능해지는데, 이를 반영하겠다는 것은 개별 학생의 실력이나 잠재력이 아니라 학교 성적을 입시에 활용하는 전형적인 고교등급제다.
김 처장은 “본고사란 학생부나 수능성적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대학이 일부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라며 “논술 다양화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고교등급제 논란에 대해서도 “고교 특성 반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은숙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회장은 “대교협이 노골적으로 3불을 무력화하면서 ‘말장난’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공교육 파행 우려
본고사가 부활할 경우 ‘내신+수능+본고사’라는 새로운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고착화돼 학생들의 입시부담은 가중되고, 사교육에 대한 의존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의 몇몇 대학이 본고사를 치르기 시작하면 다른 대학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김 처장은 “대학이 다양한 형태의 논술을 시행하면 학생 선발에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논술 본고사’가 대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고교등급제까지 시행되면 국제중, 특목고, 자율형 사립고 등 대입에서 우대를 받을 가능성이 큰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전쟁’이 격화하는 등 공교육의 파행이 예상된다. 김명신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는 “불과 얼마 전까지 정부와 대학이 잠재력과 창의성을 평가해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겠다고 대대적인 선전을 해놓고, 느닷없이 2불을 폐지하겠다니 너무 혼란스럽다”며 “서울대반·연고대반 부활 등 대학입시의 폐해가 과거보다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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