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통심의위의 ‘천안함 글’ 삭제 요구 거부한 키소의 김창희 정책위원장
“정치적 표현을 담은 게시글에 대해 지나치게 이용자 책임을 강조하게 되면 인터넷 공론장이 균형을 찾을 수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공적 규제와 자율 규제가 조화를 이뤘으면 한다.”
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키소)는 방통심의위(심의위)의 천안함 관련 게시글 삭제 요구에 대해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해당없음’ 결정을 내렸다. 포털들이 공통된 게시물 관리 기준을 세우기 위해 만든 키소의 정책위원장 김창희(사진)씨는 14일 “법적 근거가 아닌 ‘심의규정’만으로 인터넷 게시글 삭제 여부를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심의위는 ‘미군 잠수함과 충돌설’과 ‘북 어뢰 1번 글씨 조작설’을 담은 천안함 관련 글에 대해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8조를 적용해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다”며 ‘삭제 시정요구’를 의결했다. 반면 포털들의 재심 요청을 받은 키소는 “침몰 원인에 대한 의견 및 주장을 개진한 것”이라고 판단해, 삭제 요구를 거부했다.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를 근거로 한 삭제 요구가 아니면 강제이행 명령을 내릴 수 없다. 따라서 키소가 삭제를 거부한 이 글들은 앞으로도 온라인 공간에 머물 수 있게 됐다.
김 위원장은 심의위의 인터넷 게시글 유해성 심의가 이용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의위의 조처가 ‘행정조처’인지 ‘권고조처’인지 법적 지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누리꾼들의 소송길도 막혀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심의위의 삭제 요구가 2008년 100%, 2009년 99% 이행돼도 누리꾼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6개 포털사가 참여한 가운데 지난해 3월 키소가 출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8년 정부 비판글에 대한 ‘기획 심의’와 정부기관 민원에 따른 ‘맞춤형 심의’가 잦았던 데 따른 자구책이었다. 김 위원장은 “각계 11명으로 구성된 정책위원단의 만장일치 결정은 포털 각사의 원칙에 우선해 적용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키소가 지난해 공인에 대한 게시물을 두고 중요한 원칙을 세운 것도 성과로 꼽았다. 그 결과 “국가기관과 지자체가 명예훼손을 이유로 게시물 임시조처 요구를 남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기기관은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주체이지 기본권을 주장할 ‘소지자’가 아니어서 훼손당할 명예가 없다.” 이런 인식에 바탕해 경찰과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 대해선 허위사실이 명백하게 입증될 때만 관련 게시물을 내리도록 했다. 유아무개 장관의 패러디물에 대해 ‘삭제 해당없음’ 결정을 내린 것도 이에 근거했다.
김 위원장은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 편집국장을 지냈다.
글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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