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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22 19:38 수정 : 2008.07.22 22:19

인터넷여론 입 틀어막기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 내용과 문제점

정부가 22일 발표한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은 인터넷의 역기능을 강조한다. 인터넷을 통한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유해정보의 확산 등으로 인터넷 경제의 신뢰기반이 흔들리며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이번 대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문제는 정부가 ‘건전한 인터넷 이용 질서를 확립’하겠다며 인터넷을 통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대책도 내놓았다는 점이다. 대책이 추진되면, 포털사이트 등에 함부로 글이나 동영상을 올렸다가는 쉽게 추적돼 낭패를 볼 수 있게 된다. 문제의 정보를 유통시키거나 방치하는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도 함께 처벌된다. 따라서 포털 등은 누리꾼들이 올리는 모든 창작물에 대한 사전검열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의 인터넷 이용 환경이 어떻게 달라질지 살펴본다.

인터넷여론 ‘재갈물리기’ 논란
게시글 삭제 요청 거부 못해 악용 가능성 커
사이버모욕죄 신설…표현의 자유 침해 가속

정부가 명예훼손 가능성이 있는 글이나 동영상의 인터넷 유통을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 스스로 차단하도록 하는 방안을 꺼내 들었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이하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명예훼손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요구하면 해당 글이나 동영상을 사이트 운영자가 무조건 임시삭제 조처해야 하고, 거부하는 운영자는 처벌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보통신망법에도 포털 등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게시물을 조처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있다.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아 삭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고, 삭제 요구에 불응하는 업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의 일정으로는 정보통신망법은 올 9월 정기국회에 개정돼,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시행된다. 이때부터 포털업체들은 권리침해나 명예훼손을 이유로 게시물 삭제 요청이 들어오면, 일단 30일 동안 임시삭제 조처를 해야 한다. 사이트 운영자는 불응했을 때의 처벌이 무서워 앞뒤 가리지 않고 무더기 삭제하는 사례가 빈발할 것으로 보인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승수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동안의 임시삭제 조처는, 게시물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포털 같은 인터넷사업자에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광범위한 사전 검열이 이뤄지는 셈이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는 “누구든지 온라인상의 게시물이 자기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관적으로 판단해 요청하면 30일 동안 무조건 삭제되는데, 이런 환경에서 합법적인 글이라도 임시삭제를 두려워해 누가 올리려고 하겠느냐”며 인터넷을 통한 의사표현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런 환경을 정치권이나 기업에서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이나 정책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주장이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소비자들의 고발성 글을 삭제할 목적으로 명예훼손을 들이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실장은 “기업이 명예훼손을 이유로 분유나 컴퓨터 제품에 대한 소비자 고발 글과 부당해고를 비난하는 노동자 글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잦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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