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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노동

코로나 여파에 기약 없는 무급휴직…긴급실업수당 시급하다

등록 :2020-03-27 04:59수정 :2020-03-2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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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휴업수당’ 지원 늘렸지만
고용보험에 가입 안된 이유로
사실상 실직에도 지원 못받아
5인미만 업체는 사업주 맘대로
특수고용·프리랜서도 대책 빠져
“고용형태 무관 긴급 대책 필요”
지난 2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업주가 점심시간에 테이블을 주변을 소독하고 있다. 식당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점심시간에 공무원 등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없다. 매장 하루 판매액이 2만2천원일 때도 있다”며 “며칠 전부터 도시락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업주가 점심시간에 테이블을 주변을 소독하고 있다. 식당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점심시간에 공무원 등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없다. 매장 하루 판매액이 2만2천원일 때도 있다”며 “며칠 전부터 도시락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한달 전만 해도 대형병원 신약 세미나 등에 고급 도시락을 납품하는 업체에서 일했던 ㄱ(41)씨는 요즘 서울 홍익대 앞 한 식당에서 ‘서빙 알바’를 하고 있다. 원래 다니던 업체는 사장 부부와 ㄱ씨 등 4명이 일하는 소규모 사업장이지만, 평소 월 매출이 8천만원을 넘는 ‘알짜’ 사업체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주 고객층인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이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각종 병원 내 행사가 취소됐고, 그로 인해 도시락 주문도 뚝 끊겼다.

갑작스러운 주문량 감소로 곤란에 빠진 사장은 지난달 25일 ㄱ씨에게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부르겠다”며 기약 없는 무급휴직을 통보했다. 그는 “말이 무급휴직이지 도시락 주문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 사실상 잘린 것 같다”며 “지난 한달 동안 식당 일용직 알바를 뛰며 번 소득이 50만원도 채 안 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그가 저녁때 일하는 ‘아는 형’의 식당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로 지난달부터 월세가 밀린 것은 물론, ㄱ씨에게 이번달 급여를 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는 26일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지원한 한 공장에 ‘알바’를 나갔다.

코로나19 사태가 두달 넘게 지속되면서 ㄱ씨처럼 기약 없는 무급휴직 통보를 받는 이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당장 일자리를 잃어 소득이 끊기더라도 실업급여 혜택을 받기 힘든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도 포괄할 수 있는 긴급실업수당을 지급하는 등 더욱 획기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25일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기업들이 휴업·휴직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할 경우 최대 90%까지 휴업수당을 보전해주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휴업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는 5인 미만 사업장이나 고용유지지원금의 필수조건인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특수고용노동자와 프리랜서 등은 이런 대책을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ㄱ씨도 그중 한명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의 보전 범위가 기존 최대 75%에서 90%로 늘어나 사업주 부담은 줄었지만, ㄱ씨가 일했던 업체는 이 돈을 받기 위한 필수조건인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고용유지지원금은 노사가 공동 부담하는 고용보험기금을 재원으로 해 고용보험료를 내지 않은 경우 수혜 대상이 될 수 없다. 지난달 기준 국내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380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약 2639만명)의 52% 정도다. 제도적으로 가입 대상이 아닌 이들을 포함해 고용보험 미가입자 48%가량이 코로나19로 불어닥친 고용한파에도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는 셈이다.

더욱이 그가 일했던 도시락 업체와 같은 5인 미만 사업장은 지급능력 등을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예외 적용을 받아 휴업수당 지급 의무와 해고 제한 등이 없다. 당장 10만~20만원이 아쉬운 영세업체 사업주로선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휴업수당의 10%를 부담하기보다 ‘무기한 무급휴직’ 같은 사실상의 해고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2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이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이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현재 정치권에서 촉발된 재난소득 논의와는 별개로, 당장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인 실업 고위험집단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데는 정부가 추가로 내놓는 고용대책들이 현실과 괴리가 큰 것이 많기 때문이다. 한 예로 정부는 지난 24일부터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는 저소득층(중위소득 60% 이하)에 주는 구직촉진수당을 한시적으로 부활시켜 3개월간 5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월 2회의 구직활동 이행 등이 확인돼야 받을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구인공고 자체가 줄어든 현 상황에서 적절한 대책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일랜드가 코로나19 사태에 긴급실업수당을 도입한 것처럼, 보다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실업급여 혜택을 못 받는 실업자에 대한 대책이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며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포함해 일을 했다는 사실을 증빙·신청할 수 있으면 한시적으로 수당을 제공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노무를 제공받는 사업주가 먼저 노동자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하면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 성격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특수고용노동자나 프리랜서 일용직처럼 누가 어디서 일하는지 고용 상황이나 소득 증감 자체에 대한 파악이 어려운 이들에게 유효한 전달체계를 갖추는 게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남재욱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서구에선 고용 형태나 구직활동 여부와 무관하게 개인별 고용계좌를 개설해 실업으로 인한 피해를 정부가 보상해주는 아이디어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며 “최근 자영업자와 플랫폼 노동자, 예술인 등을 실업보험의 당연가입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이를 위해 노동자 몫의 실업보험료를 일반사회보장기여금으로 충당하기로 한 프랑스 사례를 참조할 만하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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