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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노동

아직도 흐르는 촛농, 비정규직의 뜨거운 눈물이다

등록 :2019-12-04 19:46수정 :2019-12-05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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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1주기 연속 기고 ② 송경동 시인

“직접고용” 판결조차 무시되고
노동자는 하루 세명씩 일수 붓듯
착실히 산재로 죽어가는 현실
그렇게 변한것 없는 1년
광장과 거리는 또 다른 의회
7일 다시 광장에 서리라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앞줄 오른쪽)씨와 중대재해사업장 조사위원회 위원들, 현장노동자들이 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정부에 조사위원회의 권고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이 기자회견 뒤 각종 중대재해사업장 조사보고서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는 권고안이 잠자는 동안 켜켜이 쌓여가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앞줄 오른쪽)씨와 중대재해사업장 조사위원회 위원들, 현장노동자들이 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정부에 조사위원회의 권고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이 기자회견 뒤 각종 중대재해사업장 조사보고서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는 권고안이 잠자는 동안 켜켜이 쌓여가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년 전 오늘,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 위에서 388일째 고공농성 중이던 스타케미칼 해고자 홍기탁과 박준호가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게 힘을 모아보자고 친구들과 논의했다. 그들과 함께 박근혜 퇴진 광화문 캠핑촌에서 넉 달 동안 했던 노숙농성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촛불 항쟁 이후 75m 굴뚝 위에서 두번째 겨울을 맞고 있었다. 12월6일부터 4박5일간 청와대 앞에서 목동 고공농성장까지 기어가는 오체투지부터 시작했다. 도착 후 바로 차광호 지회장의 단식, 이어서 나승구 신부, 박승렬 목사, 박래군 인권재단사람 소장, 김우 세월대책위 운영위원, 이해성 극단고래 대표 등 시민사회·문화·종교계 분들의 무기한 동조 단식이 이어졌다. 결국엔 고공농성자들이 극한의 단식 선언까지 하는 절벽 끝 같은 나날이 이어졌다. 가진 건 몸뚱이밖에 없는 나도 24일 동안 곡기를 끊어보기로 했다. 다행히 수많은 연대자의 힘이 가세하여 두 노동자가 최소한의 요구를 관철하고 지상으로 무사 귀환했다. 하지만 1년이 다 되어가는 오늘까지 고용보장을 약속했던 신설 회사는 세워지지 않고 김세권 사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김세권 사장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각종 노동개혁 공약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 등의 불법공작이었음이 밝혀졌는데도 여전히 전교조는 법외노조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은 미루고 미루다 재계 핵심 요구인 반노동법안을 끼워 넣은 해괴한 조삼모사의 단계에 와 있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와 마찬가지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일자리 나누기 공약은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 국회 통과를 시도하며 누더기가 됐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은 자회사를 통한 비정규직 전환으로 배반당하고 말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

비정규직 확대·양산의 온상인 악법들 폐지는 애초 의지도 부족해 뭐라 하긴 그렇지만, 하물며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대법원 판결에서 ‘직접고용 정규직’이어야 함이 확인된 톨게이트 여성 노동자들의 당연한 요구마저 거부하고 있으니 말해 무엇 할까. 한국도로공사의 실소유자인 지난 정부가 그간 위법을 해왔다면 권력을 승계한 현 정부가 나서 공개 사과하고 그 모든 불법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단죄, 명예회복과 합당한 피해보상을 해도 용서가 될까 말까 한 사안 아닌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일까. 박근혜와 함께 각종 국정농단의 몸통이었던 황교안의 청와대 앞 농성장에는 ‘찾아온 손님이니 가 뵈는 게 예의’라는 대통령이 그전부터 찾아온 손님이자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인 톨게이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연일 연행이나 하는 게 할 도리일까.

이처럼 노동개혁을 안 하겠다는 것은 촛불 항쟁 계승은 커녕 그 소중한 성과마저 모래성으로 만들고 패배감만 확산시키는 일인지라 이젠 우려를 넘어 분노하게 된다. 이런 때 우연히 멀리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우는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의 소식은 부럽기도 했다. 자본주의의 아성인 미국에서 개빈 뉴섬은 얼마 전 우버, 리프트 등 플랫폼 경제 종사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에이비(AB)5’ 법안에 서명했다. 서명지에 남긴 말도 인상적이다. “이 법안은 노동자를 독립계약자로 잘못 분류해 노동자가 최저임금, 건강보험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나아가 “중산층의 공동화가 40년째 이어졌고, 우리의 노동자들에게 지속적인 경제적 안전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더 나아가 “미국 노사관계법(NLRA)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에게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줌으로써 혁신과 더 포용적인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입법부와 노동계, 그리고 경영계를 소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촛불 대통령, 법무부 장관, 노동부 장관, 국회의원들은 이 척박한 땅에서 아직 요원한 것일까.

그렇게 다시 1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일터에서의 삶은 변함없이 가난하고 막막하고 서글프다. 천정부지로 부동산 가격만 뛴다. 이재용을 열번 만날 동안 대통령은 자신을 찾아간 비정규직 대표단 100인 등 비정규 노동자들을 단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그동안에도 대부분이 비정규 노동자인 이들이 하루 세명씩 일수 붓듯 착실히 산재로 죽어가고 있다. 암담한 사회 현실과 생활고에 쫓겨 가족 단위로 목숨을 끊는 사연들도 실상은 이윤 극대화만을 위해 사회적 안전망을 해체시켜놓은 자본에 의한 산재이자 합법적인 살인이나 다름없다. 많이 늦었지만 촛불 항쟁의 명령을 따라 이제라도 양화를 비약적으로 구축해서 명맥만 남은 악화를 결정적으로 밀어낼 마음은 없는 것인가. 언제까지 야당 탓만 하고 있을 텐가.

나도 정부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어 기운 차려 12월7일 고 김용균 청년 비정규직 1주기 추모대회에 부끄러운 추모시 한편 써 들고 나간다. 광장과 거리는 또 다른 정부와 의회이다. 청원하기 위해서 나가지 않고,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형성하고 구축하기 위해 나간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까먹지 마라. 그 국민 중 1100만명이 비정규직으로 참혹하게 살아가고 있다.

송경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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