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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노동

멈추지 않는 ‘위험의 외주화’…산재사망 90%가 ‘하청노동자’

등록 :2018-12-11 21:33수정 :2018-12-1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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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 목숨 앗아간 태안화력 사고
정규직 2인1조 점검 업무가
민간에 맡겨진 뒤 나홀로 근무로
발전사 5곳 사고, 97%가 외주 업무
사망 40명 중 37명 하청노동자
지난 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안전문(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하청노동자 김아무개씨를 추모하는 꽃과 메모가 붙어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안전문(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하청노동자 김아무개씨를 추모하는 꽃과 메모가 붙어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위험의 외주화’가 빚은 참사가 또다시 젊은 하청 노동자 김용균(24)씨의 목숨을 앗아갔다.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기계에 끼여 숨진 김씨가 지난 9월 입사한 하청업체 계약직 노동자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김씨가 맡았던 한국서부발전의 태안화력발전소 운전·정비는 민영화된 중소기업들이 담당하고 있다. 1∼8호기는 한전산업개발이, 김씨가 숨진 9∼10호기는 한국발전기술이 운전과 정비를 책임진다. 한국서부발전이 설비를 소유하고 있지만, 발전소 운영은 민간 하청업체들이 총괄하는 구조다. 한국발전기술은 2011년 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 100% 출자 자회사로 설립됐으나, 2012년 유상증자 등을 거쳐 남동발전 지분율이 52.43%로 낮아졌다. 그러다 2014년 12월에 남동발전이 지분 52.43%를 칼리스타파워시너지 사모투자 전문회사로 넘기며 완전 민영화 됐다.

이 때문에 정부의 발전소 정비 분야 시장개방이 저가 수주 경쟁과 위험의 외주화로 이어져 이번 사고를 부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사고가 난 한국발전기술처럼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모펀드가 운영을 맡은 경우, 정비·안전 등 비수익 부문의 비용 최소화는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발전소 정비·운영은 1980년대엔 한전 및 한전 자회사가 책임지는 공공 독점이었으나, 1994년 한전케이피에스(KPS) 파업을 계기로 정부가 민간 개방을 주도해왔다. 발전소 정비를 책임지는 한전 자회사가 파업하자, 필요시 이들을 대체할 인력과 기술을 민간 시장에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정부는 하나둘 생겨난 작은 규모의 민간 정비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를 명분으로 2013년부터는 국내 정비 일부 물량에 대해 경쟁 입찰을 의무화(발전정비산업 1단계 개방)했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한국발전기술도 한전케이피에스와 경쟁 입찰을 거쳐 석탄설비 운용·정비 계약을 낙찰받았다”며 “정부 시책에 따라 경쟁 입찰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쟁 입찰 물량을 한층 더 늘리는 ‘2단계 개방’을 추진하려 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추진되며 일시 정지된 상태다.

하청업체 노동자의 열악한 안전 문제도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공공운수노조는 한국남동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 5개 발전사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발생한 사고 346건 가운데 337건(97%)이 하청 업무에서 발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 동안 이곳에서 산재로 사망한 40명 가운데 하청 노동자는 37명(92%)이었다.

하청 노동자는 산업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십상이다. 업체 규모도 작고, 김씨와 같은 1년 단위 계약직 노동자를 주로 고용하다 보니 노동자들이 숙련을 쌓기도 어렵다. 노동계는 김씨가 밤중에 위험한 작업을 ‘혼자’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어 “김씨가 하던 일은 원래 발전소 정규직이 2인1조로 하던 업무였는데, 발전소 외주화 구조조정을 통해 하청업체로 업무가 넘어갔다”며 “그동안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인력 충원과 2인1조 근무만 받아들여졌어도 김씨는 숨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2018년 6월까지 한 사건에서 3명 이상 숨진 산업재해는 모두 28건이었다. 이 사건들로 숨진 노동자는 모두 109명인데 이 중 93명(85%)이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이 가운데 원청 사업주가 처벌받은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동계 기자회견에선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성토가 터져 나왔다. 이날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강릉선 케이티엑스 열차가 선로를 이탈했던 8일 오전 7시35분 가장 당황한 것은 열차에 타고 있던 승무원이었지만, 철도공사가 아닌 코레일관광개발 소속이라는 이유로 누구도 이들에게 현재 어떤 상황이고, 무슨 조처가 취해지고 있는지 말해주지 않았다”며 “케이티엑스 선로 이탈과 케이티 통신 대란을 비롯한 연이은 사고의 다른 이름은 위험의 외주화”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지금이라도 원청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우리도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도입하는 등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혜 최하얀 정환봉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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