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란 모두가 이길 순 없는 무대다. 승자의 환호와 패자의 낙담이 교차한다. 이번 총선의 모든 승자가 20대 국회에서 잘하리라 기대할 순 없듯, 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다시 생활정치로 돌아가 할 일을 묵묵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후보들도 있다. ‘아름다운 낙선’의 주인공 권영국(무소속), 이계삼(녹색당), 하윤정(노동당), 변홍철(녹색당), 은수미(더불어민주당). 이번 선거에서 희망을 봤다는 이들 후보의 낙선 소감을 들어봤다.
1. 권영국 “희망을 만들었다.”

‘용산참사의 책임자’ 김석기(새누리당) 후보를 잡으려 경북 경주에 출마했다 3위(15.9%)에 그친 권영국 변호사는 15일 경주 공단 지역을 돌며 낙선인사를 하던 중 <한겨레>와 전화연락이 됐다. 권 변호사는 “지역분들이 ‘권영국이 이번에 상당히 선전했다. 여당 텃밭인 경주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고 얘기한다”며 “선거 이후에 내가 더 힘을 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선거운동 기간 중 부모한테 기호 6번(권영국)을 찍으라고 권유하는 초등학생도 만나는 등 나름 지역의 유명인사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정치지형을 바꾸려면 경주도 변화해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다할지 고민 중이다. 경주 쪽과 주기적으로 연계하며 지역과 전국의 상황을 함께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기를 만들려 한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같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으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서울 은평갑에서 당선된 박주민 변호사에 대해 “국회 입성을 축하한다. 세월호의 아픔을 빨리 풀어야 한다”며 적극적인 구실을 주문했다.
2. 이계삼 “다시 밀양송전탑 반대투쟁”
녹색당 비례대표 2번이었으나 당시 정당득표에서 3%에 훨씬 못 미치는 0.76%(18만2301표)의 득표율로 국회 진입이 좌절된 이계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은 다시 일상의 정치로 돌아갈 계획이다. 이 사무국장은 이날 통화에서 “녹색당이 이번에 정당답게 후회 없이 아름다운 선거운동을 했다”며 “녹색당 당원들이 보여준 활력과 우정이 최악의 한국 정치에서 유일한 희망”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선거는 끝났고 이 사무국장은 바람보다 빨리 일어서고 있다. 그는 경북 밀양을 거점으로 제2의 생활 정치를 모색하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밀양 어르신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탈핵을 꿈꾸는 시민들과 공부도 하고 밀양 송전탑 반대투쟁·탈핵 탈송전탑 교육, 에너지 악법 개정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녹색당은 이번에 밀양에서는 1200표(2.2%)를 얻었다.
3. 하윤정 “알바노조 돌아가 다음 선거 준비”
알바들의 입으로 불린 하윤정 노동당 대변인은 이번에 서울 마포을에 출마해 후보 6명 가운데 1.9%로 꼴찌를 기록했다. 하지만 낙태죄 폐지, 동성결혼 합법화, 무상생리대 지급 등 여성 쪽 공약을 대거 내걸어 바람을 일으켰다. “하하하. 득표에 대해선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15일 낙선소감을 묻자 전화기 너머 멋쩍은 웃음이 먼저 날아왔다.
“선거운동 하면서 기대보다 많이 저를 지지해주시는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지지하지 않아도 제 활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평가도 들었고요.” 하 대변인은 국회의원이 됐다면 ‘최저임금 1만원’ 이슈를 강하게 제기하려 했으나 무위로 돌아간 게 가장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노동당 마포당협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 대변인은 “알바노조 활동 계속 이어가면서 여성과 관련한 공약들, 요구들과 관련한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 대변인은 선거 뒤 페이스북에 띄운 글에서 “다음번에는 이번에 지지하지 않은 분들에게도 선택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정치활동을 이어갈 꿈을 밝혔다.
4. 변홍철 “김부겸 기세 이어 다음엔 내가!”
대구에서 도서출판 ‘한티재’를 운영하는 변홍철 대표는 대구 달서갑에서 30.1%를 득표했다. 이번 선거에 지역구 후보로 나온 녹색당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를 하고도 떨어졌다.
변 대표는 전화선 너머에서 “대구에서 이 정도 득표를 한 것도 상당히 의미 있다는 격려를 많이 받았다”며 “특히 선거운동 과정에서 더 이상 새누리로는 안된다는 노인층의 반응을 많이 들었고, 다른 당과는 다른 녹색당의 차별화된 정치적 의제들이 설득력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게 의미 있다”고 말했다.
변 후보는 출판사를 계속 운영하면서 생활정치도 계속 펼칠 생각이다. “녹색당 정치인으로서 달서구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노동권을 지키고 주민의 생활요구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뤄 풀뿌리 힘을 키워나가겠다”는 변 후보는 “이번에 대구의 김부겸 후보의 당선이 대구 정치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나도 녹색당 출마 경험자로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5. 은수미 “새로운 도전 시작될 것”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메시지에도 답이 없었다.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제가 좀 쉬어야 한다. 너무 집중해 온 힘을 쏟아부어서다”는 글을 통해 그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많이 지쳐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는 경기 성남중원에 출마해 4만4546표(38.9%)를 얻어 43.4%를 득표한 신상진 새누리당 당선자한테 밀렸다.
은 의원은 이번에 패배한 성남중원을 떠나지 않을 계획이다. 그는 “곧 성남중원의 지역위원장으로 인사드릴 것”이라며 “그동안 뵙지 못한 당원분들, 지지자분들을 뵙게 된다는 생각에 벌써 좀 두근두근하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전국적으로는 2040의 마음을 여는 데 기여했다고 자화자찬 중”이라며 “여러분도 스스로 잘했다 싶으면 자신에게 선물을 줘보세요. 꽤 좋은 버릇”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새누리당 압승을 막아주신 여러분 너무 감사하고, 항상 응원합니다”라고 인사말을 맺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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