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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일반

“유승민이 이긴 게 아니라 박 대통령이 진 것”

등록 :2015-02-02 19:32수정 :2015-02-0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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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후폭풍’]
‘비박’ 유승민, ‘친박’ 이주영에게 압승
유 원내대표 “당이 주요 정책 주도해야”
3년 남았는데…박 대통령 ‘레임덕’ 신호탄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오른쪽)과 원유철 의원(왼쪽)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무성 대표의 축하를 받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오른쪽)과 원유철 의원(왼쪽)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무성 대표의 축하를 받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당 주도의 국정운영’을 내건 유승민(57·3선·대구 동을) 의원이 새누리당의 새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유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근혜계’의 지원을 받은 이주영 의원에게 투표수 84 대 65로 압승했다.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긴장 속 협력’을 강조한 유승민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압도적 선택을 받음에 따라, 향후 당·청 관계와 복지·증세 등 정부 정책 기조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경선 결과에 대해 “‘이대로는 내년 총선에서 죽는다’는 의원들의 위기감이 유승민을 선택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지난 2년을 돌아보고 스스로 느끼는 것도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3년 잔여임기를 성공의 길로 가려면 당·정·청이 대화해야 한다”며 직설적으로 변화를 요구했다. 유 원내대표는 “당이 정말 민심을 무섭게 받아들이고 확실한 변화를 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청 불화’ 우려를 의식한 듯,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걱정하시지 말라. 1년 임기 동안 잘 모시고 청와대·정부와 잘 조율해서 하겠다”고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유 원내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당·청 관계에 대해 “지난 대선 공약을 지키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주요 정책은 당이 주도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그는 현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에 대해서도 “중부담 중복지로 가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반기를 들어왔다. 개헌에 대해서도 “논의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하는 등 개헌 논의조차 틀어막으려는 청와대와 다른 견해를 보여 왔다.

이 때문에 그의 당선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의 레임덕 시작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 연말 비선실세 국정개입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감싸는 태도를 보여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불렀고, 연말정산·건강보험료 개편 논란 등 정책 대란으로 민심의 역풍을 키웠다. 이어 여당 내 경선에서도 의원들로부터 철저하게 거부당한 것이다. ‘박심’(박 대통령의 마음) 개입 논란까지 감수하고 황우여·최경환·김희정 장관 등 국무위원들까지 경선 투표에 참여했어도 결과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유승민 의원이 이긴 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라는 게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정·청 관계와 주요 정책 입안과 추진 과정에 당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승민 원내대표가 비박근혜계인 김무성 당대표와 ‘전략적 제휴’를 할 경우 이런 흐름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63번째 생일을 맞은 박 대통령으로서는 생일상에 ‘쓴잔’을 받은 셈이다.

청와대는 유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 “원내 지도부가 선출되면 당·정·청 협의를 통해 정책을 잘 조율해 국민에게 염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게 전부다. 내부적으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부담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유 의원 쪽으로 판세가 기울었다는 기류를 사전에 파악하긴 했지만, 대등한 당·청 관계를 요구하며 유승민 카드를 선택한 의원들의 수가 예상보다 많았던 것에 대해서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여당 대표와 여당 원내대표가 결국 ‘과거 수첩’ 파문에 등장했던 ‘K-Y’(김무성-유승민) 라인으로 현실화됐다. 집권 3년차가 순탄치 않을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을 불러 오찬을 한 것 외에는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은 채 향후 인사와 당·청 관계 재정비를 위한 후속 조처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주께로 예상되는 ‘후속 인사’에서 박 대통령이 어떤 수습책을 제시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정 지지율까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까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으로선 위기를 돌파할 특단의 카드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김무성-유승민 체제와 소통할 수 있는 정무특보단 구성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새누리당의 한 인사는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는 너무나 당연한 전제여서 물줄기를 돌리지 못한다. 박 대통령이 예상치 못한 과감한 결단을 해야만 극복할 수 있는 비상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의 성공을 위해서는 ‘친박계 성골’들에만 의존해온 인재풀을 확 넓히고, 직접 당과 함께 정책 조율에 나서는 등 과감한 변화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준범 석진환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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