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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09 19:35 수정 : 2010.04.09 22:14

한명숙 전 국무총리(앞줄 가운데)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법정을 나와 소감을 밝히고 있다. 종교계, 시민사회 인사들이 순결(무죄)을 상징하는 백합꽃을 들고 한 전 총리의 무죄 판결을 반겼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 전총리, “검찰이 다시 죽이기 시작 국민과 함께 싸워서 승리”
검찰, 총장 등 수뇌부 긴급 회동 “무죄 예상보다 너무 나가”

“검찰은 한명숙 죽이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한명숙은 결코 죽지 않는다. 국민과 함께 싸워 승리하겠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9일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자마자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에게 ‘검찰과의 2차전’에서 또다시 승리하겠다는 ‘출사표’로 소감을 대신했다. 선고 전날 검찰이 추가로 제기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두고 한 말이다.

한 전 총리는 “진실이 밝혀졌다. 진실을 밝혀준 사법부에 감사드린다”면서도 “참으로 길고 험난했다. 다시는 저처럼 억울하게 공작정치에 희생당하는 사람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그동안의 피로감도 드러냈다. 그가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말하자, 지지자 100여명은 꽃말이 ‘순결’인 백합꽃을 흔들어 화답했다.

한 전 총리의 변호인단도 재판 결과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조광희 변호사는 “법률적으로도 타당하고 상식적으로도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는 판단을 재판부가 해줬다”며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딱 맞는 사건으로,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김진표 최고위원,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야당 쪽 인사들이 총출동해 눈길을 끌었다

김남일기자 namfic@hani.co.kr


[검찰 반응]

“무죄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건 너무 나간 것 아닌가.”

법원이 9일 검찰의 강압수사를 의심하며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공판 과정에서 ‘수사 부실’이 드러났음에도 유죄를 기대했던 대검찰청은, 무죄 판결이 난 뒤 김준규 검찰총장과 수뇌부가 모여 2시간 넘게 구수회의를 여는 등 민감하게 대응했다. 대검 간부들은 회의에서 “진술거부권이 남용되는 사법 절차의 허점이 악용됐다”는 등의 의견을 나누며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조은석 대검 대변인은 전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한 선고공판이 있은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건물 유리벽에 검찰로고 앞으로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일선 검사들은 재판부가 강압수사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수긍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 대검 관계자는 “강압수사라는 식으로, 그렇게까지 재판부가 판단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재판장은 검찰에서 한 진술은 안 믿고 자기 앞에서 나온 말만 믿는 철저한 공판중심주의자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막판에 기대를 걸었던 ‘골프채 선물’과 ‘제주 골프빌리지 공짜 숙박’을 재판부가 아예 판단 대상에서 빼버리자 내심 맥이 빠진 분위기다.

그렇지만 이런 반발 기류와 달리 이번 판결로 검찰의 신뢰에 상당한 손상을 입었다는 염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부장급 검사는 “(강압수사라는) 법원의 판단이 사실이라면 감찰 대상”이라며 “김준규 총장이 내세운 ‘신사다운 검찰’,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이 이번 사건으로 빛이 많이 바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무죄 선고가 너무 세게 나서 한 전 총리가 건설 관련 업체에서 돈을 받았다는 추가 의혹도 결국 정치적 표적수사라는 의심을 벗기 힘들게 됐다”고 내다봤다.

김남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