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방한 중인 존 네그로폰테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왼쪽)과의 조찬 회동에 앞서 유 장관과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가운데)의 안내를 받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대국민담화’ 뜯어보니 정부 스스로 국제 통상마찰 ‘각오’
검역주권 회복 시급…정운천 장관 “국민 위로하려는 것”
정부는 8일 한승수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전날부터 나온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대책의 종합판을 내놨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고 이미 수입한 미국산 쇠고기를 전수조사하며, 특별 검역단을 미국에 보내 현지 수출작업장을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은 정부가 지난달 18일 타결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과 정면으로 어긋나거나 실효성을 갖추기 어려워, 국내 여론 무마용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잘못된 협상으로 이미 ‘검역주권’을 다 내준 마당에, 재협상을 해 그것을 바로잡기보다는 ‘통상 마찰을 각오하고 수입위생조건을 위반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부가 스스로 국제 통상 질서를 무시하고 미국과의 신뢰관계까지 깨자는 행동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 정부의 모순되는 설명 = 정부는 ‘검역주권’ 포기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심상치 않자, 뒤늦게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가트) 20조를 원용해 수입중단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혜민 통상교섭본부 에프티에이 교섭대표는 이날 “국민 건강을 위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인데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직후 정부가 보여온 태도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협상 타결 직후 브리핑에서 농림수산식품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우리 정부가 즉각 수입중단 조처를 취할 수는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따라서 정부의 수입 중단 방침 선언은, 국내 비판 여론을 일시적으로 모면하려고 ‘꼼수’를 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리는 “재협상이라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우리 쪽에서 이런 특수상황이 발생했으므로 내용을 수정하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해야지, 급하다고 광우병이 발생하면 금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양국간 신뢰를 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투자자-국가 소송제 대상 주장도 = 통상 마찰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부도 인정한다. 이혜민 대표는 “우리가 수입중단 조처를 취할 경우 미국이 이의를 제기할 것이고, 무역 분쟁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될 경우에는, 정부의 수입금지 조처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미국이 국내에서 육류 유통업에 진출할 경우, 수입중단 조처는 곧바로 손해를 끼치는 행위이므로 해당 업자들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할 수 있는 요건이 된다”고 말했다.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이미 수입된 쇠고기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즉각 검역단을 보내 조사한다는 정부의 방침 역시 실효성이 없다. 광우병이 발생해서 이미 수입중단 조처를 취한 상황에서 이미 수입된 쇠고기에 대해 전수조사를 해서 무엇을 가려낼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또 정부가 개정 수입위생조건에서 ‘동등성의 원칙’에 따라 미국 수출 작업장에 대한 위생 관리와 승인권을 미국 정부에 넘겨주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검역단을 보낸다 해도 미국이 조사를 받아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재협상 않으면 실효성 없어…촛불끄기용 ‘말잔치’
▶ 미 정부 말 아끼며 속으론 ‘광우병 생겨도 수출’ 굳혀
▶ 이 대통령 “FTA 반대하는 사람들 아니냐”
▶ 인명진 “정부에 쌓인 불만 ‘쇠고기 민심’으로 표출”
▶ [왜냐면] 중고생 촛불집회 참가를 막으라고? / 신연식
▶ [왜냐면] 학생주임 선생님, 저희와 함께 촛불을 드세요 / 김유경
▶ [특집화보] 미국 쇠고기가 싫어요!
▶ [핫이슈] 광우병에 ‘성난 민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