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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04 00:16 수정 : 2008.02.04 02:28

민주노동당 대의원들이 3일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임시 당대회에서 일심회 사건 관련자 제명안을 삭제한 수정 안건에 관한 찬반토론을 착잡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민주노동당 ‘분당’ 위기
“당 깨진다” 정치적 부담에도 ‘혁신안’ 부결 선택
평등파 대거탈당 예고…심상정·노회찬도 가능성

민주노동당이 분당으로 치닫고 있다. 사실상 당이 공중 분해될 위기다.

3일 임시 당대회에서 심상정 비상대책위 대표가 제출한 혁신안이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NL)의 반대에 부닥쳐 부결됨에 따라, 민주노동당은 분열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혁신안의 핵심 쟁점인 일심회 사건 관련자 제명 안건이 폐기된 것에 반발한 평등파(PD)의 대거 탈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주파-신당파 한치도 안물러서

강경 평등파는 당대회 이전부터 탈당과 신당 창당을 공언한 상태다. 조승수 전 의원과 김형탁 전 대변인은 이미 탈당했다. 여기에 비대위 대표를 사퇴하겠다는 뜻을 비친 심상정 의원과 노회찬 의원 등 온건 평등파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대거 탈당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정파 대립을 되풀이해 온 민주노동당이 창당 8년 만에 ‘각자 제 갈길을 가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4월 총선 전망도 극히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혁신안의 최대 쟁점인 ‘일심회 관련자 제명’ 안건에 대한 부결 가능성은 어느 정도 예고돼 있었다. 심상정 대표는 혁신안을 내놓으면서 “편향적 친북정당의 이미지를 벗겠다”며 간첩죄 유죄 판결을 받은 일심회 사건 관련자 2명의 제명을 포함시켰다. 강경 평등파는 심 대표의 혁신안이 불충분하다며 신당 창당을 밀어붙였다. 심 대표가 “부결은 비대위에 대한 불신임”이라고 배수진을 쳤음에도, 자주파와 신당파 양쪽 모두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다수파인 자주파는 일심회 등 북한과 관련한 혁신안 내용을 표결을 통해 대부분 수정하거나 폐기했다. 자주파는 “진보정당에서 국가보안법 피해자의 제명은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고 격렬하게 반발했다. ‘편향적 친북 행위’, ‘친북 정당 이미지’라는 문구와, ‘민주노총당’ 문제를 지적한 혁신안의 대선 평가 부분도 표결 끝에 삭제됐다. 비대위 쪽은 “일심회 관련자 제명은 국가보안법 차원이 아니라 당내 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해당 행위를 징계하는 차원”이라며 원안 통과를 거듭 호소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자주파는 “당을 깼다”는 비판과 책임론에 직면할 수 있는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부결’을 선택했다. 이들은 일심회 사건 관련자 제명을 국가보안법 문제, 사상과 양심의 문제와 연결시켜 보고 있다. 명분상으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문제로 본 것이다. 신당파가 대선 패배를 빌미로 ‘종북주의’ 문제를 제기해 자신들에 대한 인적 청산을 시도한다는 의구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 평가 부분도 표결 끝 삭제


반면, 강경 평등파(신당파)는 혁신안이 통과되더라도 자주파의 ‘종북주의’와 패권주의는 계속될 것이라며 창당 작업을 본격화해 왔다. 정파간 노선 차이가 당내 토론이나 정치적 합의로 좁혀질 수 없다고 보고, 아예 각자 진보정당을 운영해 경쟁하자는 것이다. 신당파인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은 이날 당대회 산회 직후 논평을 내어 “최소안의 안인 비대위 혁신안을 거부한 민주노동당은 회생을 위한 일말의 가능성마저도 없애 버렸다”고 말했다.

양쪽 강경파의 틈에서 “당원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며 이들을 최대한 설득해 당을 지키려던 심 대표의 혁신 구상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이제 민주노동당은 구심력은 없이 양쪽 강경파의 원심력만 강하게 작용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게 거의 확실하다. 그 결과는 분당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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