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30 20:25
수정 : 2008.01.31 11:35
공청회서 “영어표기법도 바꿔야”
연일 조율안된 방안 내놓아
인수위 안에서도 “성급하다”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요즘 ‘영어교육 전도사’ 같다. 30일 열린 영어 공교육 공청회에서도 유감없이 그런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인수위 내부에서조차 조율되지 않은 내용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위원장은 공청회 들머리 발언에서 “10년 뒤 아시아권에서 가장 영어를 잘하는 나라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는 이미 세계 공용어 가운데 하나이며 인터넷 정보의 90%가 영어로 돼 있다. 영어교육은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영어 표기법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원어민처럼 발음하기 어렵다”며 “국립국어원의 외래어표기법을 수정·보완하는 준비도 해야 하는데, 법을 바꿔야 해 당장은 추진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프레스 프렌들리(Press-friendly)라고 했더니 ‘프레스 프렌들리’라고 썼더라.(f와 p 발음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썼다는 의미) 미국에 가서 오렌지를 달라고 했더니 못 알아들어서 오린지라고 하니(l과 r 발음을 달리했더니) 알아듣더라”고 경험을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이 위원장 쪽은 공청회 뒤에 “발음 교육에 대한 복안을 묻는 방청객의 질문에 답변했던 것”이라며 “이 위원장의 평소 소신이긴 하지만 위원회의 공식 견해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위원장은 또 “(영어 공교육을 받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단어 활용 개수에 따라 도서목록을 만들고, 탐구 보고서 등을 쓰면 교육이 더 활성화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역시 인수위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내용이다. 이 위원장은 최근 영어 몰입교육에 관해 “해야 한다”는 뜻을 보여 ‘너무 나갔다’는 비판을 샀다.
이 위원장의 영어교육에 대한 신념은 숙명여대 총장 시절부터 확고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총장으로 취임한 이듬해인 1995년 영어 말하기·쓰기 시험을 만들어 2001년도 신입생부터는 졸업 때 의무적으로 치르도록 했고, 97년엔 ‘사설 영어교육 자격과정’인 테솔(TESOL)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했다.
인수위 안에서도 이 위원장의 ‘영어 몰입’을 탐탁지 않아 하는 기류가 읽힌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영어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 위원장은 밑바닥의 심각한 현실보다는 공급자 중심에서 과욕을 부리고 있다”며 “한쪽 의견만 듣는 공청회를 연 것이나 추진 일정을 서두르는 것 등 모두 너무 성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위원장이 앞장서니 밑에서는 다른 말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당선인의 한 측근도 “영어교육 개편을 위한 ‘준비’ 작업을 강조했어야 하는데 서둘러 ‘시행’한다는 쪽에 무게를 실으면서 혼란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성연철 황준범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