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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진 법무부 장관이 23일 삼성 비자금 특검법안을 반대하고 나선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가 내세운 반대 이유가 사실 관계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논리적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2002년 대선자금 사건이나 삼성 에버랜드 편법 승계 사건 등 재판이 이미 종결돼 확정된 사건이나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을 특검이 다시 수사한다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과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선자금 수사는 삼성의 비자금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여·야 대선 후보의 불법 정치자금이 수사의 과녁이었다. 불법 정치자금의 출처는 주된 수사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삼성의 비자금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특검이 수사 대상으로 삼은 대선자금의 용처도 당시에는 제대로 수사되지 않은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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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삼성 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사건이나 서울통신기술 전환사채 발행 사건 등 시민단체가 고발한 삼성의 경영권 승계 관련 사건은 불기소 처분되거나 아예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 장관이 경제적 파장을 특검 반대 이유로 거론한 것도 법무부 장관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수사 때도 경제적 파장을 핑계로 수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재계의 논리가 있었으나, 검찰은 수사를 강행했다. 당시 대검 중수부는 정몽구 회장의 구속이 유가나 환율 등 경제지표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는 보고서까지 만들어 ‘경제 현실론’을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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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 검찰 불기소 등으로 의혹 커져청와대 “거부권 유효하지만 시간갖고 검토”

정 장관이 “혐의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충실히 제시되지 않아 그야말로 ‘의혹’의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김상조 경제개혁연구소장은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양심 고백으로 삼성의 불법 로비 의혹은 의혹 단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역대 특검 사건 중에 이렇게 확실한 물증이 제시된 경우가 없었다”며 “특히 수사 주체인 검찰총수마저 삼성의 관리 대상이었다는 점 때문에 특검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국회를 통과한 ‘삼성비자금 특검법’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한 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좀더 시간을 갖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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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거부권 검토 의사를 밝힌 청와대 방침은 아직도 유효하다”며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청와대가 말한 특별검사제의 범위를 많이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그동안 정치권에 “특검의 수사 대상을 삼성 뇌물 의혹으로 조정하고, 공직자부패수사처설치법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정치권이 청와대의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불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거부권 행사 쪽으로 기울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언급은 자제하며 최종 태도 표명은 미뤘다. 천 대변인은 당장 “국회가 의결한 특검법안이 정부로 넘어올 때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며 “특검법이 넘어오면 국민 여론과 국회 동의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고제규 신승근 기자 unj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