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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 사태로 ‘곤혹’ 문 대통령, 신현수에 미련 갖지 말길

등록 :2021-02-21 10:24수정 :2021-02-2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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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64
청와대 비서는 수시로 바꿀 수 있어야
이참에 청와대 참모진 대대적 개편을
청와대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청와대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청와대 민정수석 파동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습니다.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이 반려했다, 다시 사의를 표명했다, 다시 반려했다, 사의는 표명했지만 근무는 계속하고 있다, 사의를 굽히지 않고 휴가를 갔다, 휴가에서 돌아오면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다, 등등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저도 정치부 기자를 오래 한 편인데 대통령 수석비서관 한 사람의 거취에 관한 기사가 이렇게 자세히 나오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신현수 민정수석은 1958년생으로 63세입니다. 서울 여의도 고등학교,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됐습니다. 대검찰청 정보통신과장, 대검찰청 마약과장 등을 지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31일 추미애-윤석열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종호 민정수석의 뒤를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네 번째 민정수석이 됐습니다.

신현수 민정수석에 대한 평판은 꽤 좋은 편입니다. 뛰어난 업무 역량과 합리적이고 겸손한 인품을 갖췄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현수 민정수석을 무척 좋아했다고 합니다. 신현수 민정수석은 조국 민정수석이 물러난 뒤 여러 차례 민정수석 하마평에 올랐던 일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가 그만큼 깊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31일 노영민 비서실장이 물러나면서 새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인사를 발표했습니다. 신현수 민정수석을 어떻게 소개했는지 찾아봤습니다.

신임 민정수석으로는 신현수 前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임명했습니다. 신현수 신임 민정수석은 국정원 기조실장, 참여정부 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 대검찰청 마약과장, 주유엔 대표부 법무협력관 등을 역임한 법조인입니다. 풍부한 법조계 경력을 바탕으로 균형감과 온화한 인품, 개혁 마인드와 추진력을 겸비해 권력기관 개혁 완성과 국민들의 민심을 대통령께 가감 없이 전달할 적임자입니다.

이번 12월 국회에서는 공수처법, 경찰청법, 국정원법 등 권력기관 개편을 위한 법률안들이 처리되어 권력기관 개혁의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새해에는 공수처 출범과 국가수사본부 신설 및 자치경찰제 시행, 그리고 국정원법 개정에 따른 대공수사권 이관 준비 등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차질없는 후속 조치들을 준비해야 합니다.

신현수 신임 민정수석은 대통령과 함께 참여정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며 사법 개혁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공유하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정원의 개혁 작업을 주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권력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 국민을 위한 법무·검찰 개혁 및 권력기관 개혁을 안정적으로 완수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노영민 비서실장의 발언이지만 표현을 자세히 뜯어보면 신임 민정수석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깊은 신뢰와 애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인사에서 발탁된 유영민 비서실장과 신현수 민정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이 될 것이라고 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인사를 한 문재인 대통령도 아마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랬던 민정수석이 한 달 반 만에 그만두겠다고 하니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신임 비서실장인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신임 비서실장인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수 민정수석은 왜 그만두려는 것일까요?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싸고 지금 문재인 정부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까요? 아니,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옳을까요?

민정수석에 대한 일반론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민정수석은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을 줄인 말입니다. “대통령 비서실에서 국민 여론 및 민심 동향 파악, 공직·사회기강 관련 업무 보좌, 법률문제 보좌, 민원 업무를 처리하는 핵심 요직”입니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와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도 맡고 있으며 아래에 민정비서관, 사정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법무비서관을 두”고 있습니다.

민정수석에 대한 이 설명은 제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1년 쓴 <문재인의 운명>에서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을 설명하며 각주로 붙인 내용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이 된 뒤에는 사정비서관을 반부패비서관으로 바꿨습니다.

민정수석의 역사를 살펴볼까요?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는 민정수석도 있었고 사정수석도 있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의 민정수석은 이학봉, 김용갑이었고, 사정수석은 허삼수, 정관용, 김종건, 이양우였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처음에 민정수석만 뒀다가 나중에 다시 민정수석과 사정수석을 분리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민정수석은 한영석, 정구영, 김영일, 이상연, 안교덕이었고, 사정수석은 김영일, 김유후였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시절 민정수석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민심을 ‘있는 그대로’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의 민정수석을 지낸 김용갑 전 의원은 뒷날 회고록에서 민정수석의 임무를 “대통령의 눈과 귀로서 국민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정리했습니다. 그는 민정수석 시절 자신의 ‘직언’으로 ‘땡전 뉴스’를 없앴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의 민정수석은 김영수, 문종수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민정수석을 아예 폐지하고 비서실장 직속으로 민정비서관을 뒀습니다. 그러나 임기 도중인 1999년 6월 민정수석을 부활시켰습니다. 자서전에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신설했다. 여론 수렴 기능을 강화하라는 재야 및 시민 단체의 건의를 수용했다. 민정수석 비서관에 김성재 한신대 교수를 임명했다. 김 민정수석에 당부했다.

“국민 속에 들어가 국민의 소리를 듣고 상의하는 자리가 돼야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민정수석의 가장 중요한 임무를 ‘국민의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인식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김성재 민정수석은 재야 출신이었습니다. 민정수석을 하고 난 뒤에는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지금은 김대중 평화센터 상임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당시 상황을 물었습니다.

김성재 전 민정수석. &lt;한겨레&gt; 자료사진
김성재 전 민정수석. <한겨레> 자료사진

“김영삼 정부까지 민정수석은 무소불위였다. 김대중 정부는 민정수석을 없애고 민정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뒀다. 옷 로비 사건 등 문제가 생기면서 민정수석을 다시 만들었다.

민정수석의 업무는 두 가지였다. 첫째, 민심을 살피는 것이다. 민정은 영어로 ‘시빌 어페어스’라고 한다. 둘째, 사정기관과 권력기관을 점검하는 것이다. 국정원, 검찰, 감사원, 국세청, 기무사까지 담당했다.

민정수석실 비서관은 민정비서관, 법무비서관, 시민사회비서관, 민원비서관이었다. 김중권 비서실장이 민정비서관에 법조인을 내정했는데 대통령께 말씀드려서 문재인 변호사를 민정비서관에 기용하려고 했다. 문재인 변호사가 거절하는 바람에 김주원 변호사를 임명했다.

과거 민정수석과 사정수석의 일을 합쳐서 그런지 민정수석은 일이 정말 많았다. 매일 아침 엄청난 분량의 보고서가 올라왔다. 국정원과 검찰 보고서가 특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성재 수석 이후 민정수석에 검찰 출신들을 기용했습니다. 신광옥, 김학재, 이재신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민정수석은 문재인-박정규-문재인-전해철-이호철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이름이 두 번 들어간 것은 제가 잘못 쓴 것이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정수석을 두 번 지냈습니다. 2003년 2월부터 2004년 2월, 2005년 1월부터 2006년 5월까지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민정수석은 이종찬, 정동기 권재진, 정진영이었고, 박근혜 대통령의 민정수석은 곽상도, 홍경식, 김영한, 우병우, 최재경, 조대환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민정수석은 조국, 김조원, 김종호, 신현수로 이어집니다.

자, 간단한 퀴즈 풀어볼까요? 역대 민정수석 중에서 민정수석을 두 번 지낸 사람은 누구일까요? 앞서 말씀 드린 대로 바로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그럼 역대 민정수석 가운데 민정수석을 지내고 난 뒤 가장 높은 공직에 올라간 사람이 누구일까요? 역시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민정수석 중에 장관이나 검찰총장이 된 사람은 있었지만,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된 사람은 없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정수석으로서 대통령을 보좌한 경험이 있고, 대통령으로서 민정수석을 써본 경험도 있습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만큼 민정수석을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1년 <문재인의 운명>에 민정수석에 임명될 때의 일을 자세히 기록해 놓았습니다. 중요한 부분만 간추려 소개하겠습니다.

“그 시기 민정수석실의 첫째 과제는 군림하지 않는 청와대를 만드는 것이었다. 참여정부에선 ‘권위주의 타파’란 말로 표현했다. 과거 군림하는 청와대의 상징이 민정수석실이었다. 그래서 국민의 정부는 출범 때 아예 민정수석실을 폐지해 버렸다. 나중에 안 되겠다고 판단해서 부활을 시키면서도 역시 군림하지 않는 민정수석실을 지향했다. 그러면서 민주화운동 진영의 김성재 한신대 교수를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그때 김성재 민정수석 내정자로부터 민정비서관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자신이 비법조인이니 민정비서관은 법조인이 맡되 비검찰 출신 인권변호사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그 일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고사했다.

그랬던 국민의 정부도 중반으로 가면서부터는 역시 검찰을 관리하고 통제할 필요성을 절감했는지, 고위 검찰 출신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하는 과거 체제로 되돌아가 버렸다. 심지어 민정비서관조차 현직 검사로 임명했다. 따라서 한때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기까지 했던 국민의 정부 초기 정신을 되살릴 필요가 있었다.“

“권력에 취하면 소신도 잊어버리기 십상인 것이 사람이다. 민정수석실 업무 내용 때문에 법조 출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검찰을 장악할래야 할 수 없는 비검찰 출신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하고자 한 것이 당선인 생각이었다. 더 나아가 나 같은 사람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함으로써, 검찰을 장악할 의사가 없다는 대통령 의지를 분명하게 천명하고자 한 것이다.

당선인의 뜻을 그렇게 헤아리게 되니 몸을 사리기 어려웠다. 민정수석은 법률 관련 업무가 근간이었으므로 법조 활동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한 1~2년 눈 딱 감고 ‘죽었다’ 생각하고 일하다 내 자리로 다시 돌아오면 되겠지 하고 순진하게 생각했다.”

“민정수석실 업무의 80%가 대(對)검찰 업무라고 했다. 그래서 수석과 민정비서관은 검찰 출신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특히 수석이 검찰 출신이 아닐 경우 민정비서관은 반드시 검찰 출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들의 조언을 따르지 않았다. 민정수석실 역할을 다르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검찰과의 소통이 필요하면 내가 직접 하거나 사정비서관이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민정비서관은 총무비서관을 제외하면, 전체 비서관들의 군기반장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했다. 그 점에서 이호철만 한 사람이 없었다. 실제로 참여정부 기간 동안 대통령 비서실이 나름대로 도덕적 긴장을 유지한 데는 그의 공이 컸다.

다른 비서관들도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하려는 개혁에 뜻을 함께할 수 있는 법조인들로 구성했다. 검찰 개혁 소신이 분명하고 공부도 많이 한 박범계 전 판사를 민정2비서관으로 선임했다. 그는 ‘법무부의 비검찰화’를 강력히 추진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민정2비서관, 법무비서관을 지낸 뒤 2004년 국회의원 총선거에 도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신현수 민정수석이 청와대 사정비서관에 임명된 것은 2004년으로 박범계 장관이 청와대 비서실에서 나간 뒤의 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두 사람과 각각 수석-비서관으로 인연을 맺었지만, 박범계-신현수 두 사람은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2004년 청와대 비서관으로서 거취가 엇갈렸던 두 사람은 17년 뒤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으로 검찰 인사를 둘러싸고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자신들의 이런 운명을 알았을까요? 몰랐을 것입니다.

자 이제 이번 사안의 핵심을 정리해볼까요?

신현수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이유가 뭘까요?

법무부가 검사장급 검사 4명 인사를 발표한 것은 2월 7일이었습니다. 법무부 검찰국장에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 서울남부지검장에 심재철 검찰국장, 대검 기획조정부장에 조종태 춘천지검장, 춘천지검장에 김지용 서울고검 차장이 임명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관심이 쏠렸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습니다. 검사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큰 잡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설 연휴가 지나고 2월 16일 갑자기 검찰 인사로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이 갈등을 빚어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날 “인사와 관련한 사항은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파장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특히 민정수석과 민정비서관 사이에 검찰 인사 내용에 대해 이견이 있었던 것처럼 보도되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졌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했던지 다음 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 앞에 나섰습니다. 대략 이런 내용의 문답을 주고받았습니다.

-민정수석이 왜 사의 표명을 했나?

=법무부에서 4명의 검사장에 대해 인사를 하면서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 민정수석이 사의를 몇 차례 표시했다. 그때마다 대통령이 만류했다. 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민정수석은 단 한 차례도 회의에 안 빠졌다. 오늘도 아침 현안회의에 참석했다. 거취 문제는 변화가 없는 상태다. 민정수석과 민정비서관 사이에 이견이 있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이다.

-사표를 만류했다고 했는데, 지금은?

=유지하고 있다. 그 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고, 어제도 오늘도 모든 회의를 거른 적이 없다. 그 속을 대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인사 이견은 있었고 사의 표명이 있었다는 것만 팩트다. 청와대 내부 이견은 사실이 아니다.

-검사장급 인사 4명 결재는 누가 받았나? 민정수석이 받았나, 민정비서관이 받았나?

=그 절차나 과정에 대해서 종이가 갔다 문서가 갔다는 말씀은 안 드리지만, 법무부 장관 안이 조율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보고가 되고 발표가 된 것이다.

-인사에 이견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는 것인가?

=민정수석이 보는 인사 방향과 법무와 검찰이 보는 방향이 다를 수 있다. 민정수석은 중재하려고 했고, 진행되는 중에 발표되고 민정수석께서 사의를 밝혔다.

-백운규 장관 구속영장과 관련이 있나?

=전혀 관련이 없다. 그에 대해 대통령이 뭐라고 한 적이 없다. 그게 마치 출발인 것처럼 보도되는 데, 전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민정수석실과 법무부가 이견이 있는데 대통령이 갈등 과정을 알면서도 재가를 했나?

=그런 건 말씀드리지 않겠다. 청와대 의사결정 과정을 낱낱이 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인사안이 조율 안 된 상태에서 인사가 났다는 것인가?

=법무부는 법무부 안을 올리는 것이고, 민정수석은 좀 더 조율됐으면 하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 발표가 났다는 취지다.

-결국 패싱이네?

=패싱이 아니라 조율 중인 상태에서 나갔다는 것이다. 건너뛰었다고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다.

-조율되지 않은 안이 올라갔고 대통령이 재가해서 발표했다면 이번 인사는 대통령 의중이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조율되는 과정은 민정수석까지다. 대통령은 결부시키지 말아 달라.

-민정수석과 민정비서관 갈등은 없다고 했는데, 실무 협의는 검찰국장과 민정비서관이 하게 되어 있다. 민정비서관이 민정수석과 같은 입장인데 법무부가 밀어붙였다면 박범계 장관이 법무부 의견을 밀어붙였다는 얘기인데?

=박범계 장관이 자기주장을 관철하도록 절차를 진행했다. 대통령 재가는 있었다.

복잡하지요? 어쨌든 청와대 고위 관계자 얘기는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 사이에 검찰 인사를 둘러싼 갈등이 있었고, 조율되지 않은 인사안을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서 진행하는 바람에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입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이런 설명은 민정수석 사의를 둘러싼 의혹을 오히려 증폭시켰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과 민정수석,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의 관계에 비추어 상식적으로 잘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후 언론에서는 “민정수석이 대통령에게 특별감찰관 지명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대통령이 민정수석 사의를 받아들이려고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의 결재를 정식으로 받지 않고 인사를 발표했다”,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감찰을 요구했다”는 등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이런 보도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입장이 곤란한 것은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습니다. 신동근 최고위원이 19일 최고위원회에서 “갈등과 이견을 피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갈등이 관리되지 않고 이런 식으로 언론에 버젓이 공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짧게 언급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보면 부글부글 끓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중진 의원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검찰 출신을 민정수석에 기용한 것이 잘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현수 수석 개인을 아무리 신뢰한다고 해도 검찰 출신인 그를 민정수석에 기용함으로써 국민과 검찰에 대통령이 물러섰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준 측면이 있다. 끝까지 검찰 출신을 기용하지 말았어야 한다. 대통령이 검찰 출신 일개 비서의 거취 문제로 구설에 오르는 것 자체가 크게 잘못된 일이다.”

하긴 그렇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이나 대통령의 비서에 불과합니다. 국무위원인 장관과는 전혀 다른 존재입니다. 국회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습니다.

비서는 자기 입장이 없어야 합니다. 비서가 자신의 거취 문제로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잘못입니다. 대통령은 비서를 수시로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신현수 민정수석은 박범계 장관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과 싸우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이번 민정수석 사태의 배경에는 정치권력과 검찰권력의 해묵은 갈등이 깔렸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수사권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검찰권력과 그런 검찰권력을 인사권으로 통제하려는 정치권력의 대립으로 벌어진 사건입니다. 신현수 민정수석은 정치권력과 검찰권력 사이에서 중재를 시도하다가 실패한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2019년 조국 사태, 2020년 추미애-윤석열 사태의 연장인 셈입니다.

신현수 민정수석은 지난해 12월 31일 민정수석으로서 국민에게 이렇게 첫인사를 했습니다.

“새로 임명된 민정수석 신현수입니다. 어려운 시기에 소임을 맡게 됐습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하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lt;한겨레&gt; 자료사진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한겨레> 자료사진

신현수 민정수석은 최선을 다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정확히 헤아리지 못했고, 이제는 자신의 거취 문제로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물러서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현수 민정수석에 대해 미련을 갖지 말고 그를 풀어줘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5월 9일까지입니다.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이번 기회에 아예 민정수석뿐만 아니라 비서실장, 정책실장을 포함해서 청와대 참모진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것은 어떨까요? 너무 과격한 제안인가요?

문재인 대통령은 평소 청와대 비서진에 대해 무척 관대한 편이라고 합니다. “대통령인 내가 잘하면 되지 청와대 참모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냐”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잘못된 생각입니다. 대통령은 단호해야 합니다. 때로는 잔인해야 합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켜야 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지 청와대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합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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