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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

‘비핵화’ 표현 지운 미국, ‘남북협력’ 강조

등록 :2020-07-08 17:46수정 :2020-07-09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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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일 방한 비건 대표 약식 기자회견

북-미 깜짝 접촉 없는 이유 설명하며
“북한에 만남 요청 안 했다”

최선희·볼턴 “오래된 생각에 갇혀” 비판
“나는 트럼프-김정은 지시 따른다” 강조

김정은에 “협상 상대 임명해달라” 우회적 요청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협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협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반년여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아 “미국은 남북협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남북협력이 한반도에서 좀 더 안정적인 환경을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전향적인 대북 메시지는 없었지만 비건 대표가 ‘비핵화’보다 ‘남북협력’의 중요성을 앞세워 강조한 대목에서 미국의 미묘한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전날 한국에 도착한 비건 대표는 8일 외교부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한국이 북한과의 남북협력 목표를 진전하려는 데 한국 정부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가 가져올 대북 메시지에 ‘제재 완화’ 등 실제 북한이 요구하는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쏠렸지만 파격적인 메시지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날 비건 대표의 발언은 미국 정부가 그동안 여러 차례 ‘남북협력이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는 이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같은 표현을 전혀 쓰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도훈 본부장은 “우리는 현 상황에 비춰서 조속한 시일 내에 (북-미)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그런 방도에 대해 심도 있게 협의했다”며 “비건 대표는 북한과 대화 재개 시 균형 잡힌 합의를 이루기 위해 유연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열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은 미국이 북한에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와 함께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청하면서도 북한의 제재 완화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렬됐다. 이 본부장이 전한 비건 대표의 발언은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일방적인 비핵화 조치만을 요구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읽힌다. 미국이 ‘뉴욕채널’이나 물밑 접촉을 통해 북한에 구체적인 복안을 전달하고 북한이 이에 호응하면서 협상이 재개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편, 비건 대표는 앞서 북한 외무성이 담화를 통해 “미국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북한에 만남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접촉을 제안하지도 않았는데 북한이 강경하게 대화 거부 의사를 밝힌 데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셈이다. 그는 이어 최선희 북한 외무성 1부상과 최근 폭로성 회고록을 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언급하면서 “나는 그들의 지시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따로 전한 입장문에서 “두 인물 모두 가능한 것에 대해 창의적으로 사고하기보다 옛 사고방식에 갇혀 있고 부정적이고 불가능한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비판했다. 비건 대표는 “나는 지난 2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에 있었던 여러 회담의 결과로부터 지침을 받는다. 그들의 비전이 우리 팀의 지침”이라고 했다.

비건 대표는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 실무협상을 이끌 적임자를 새로 임명해주길 바란다는 입장도 우회적으로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이 협상할 준비가 돼 있고 권한이 있는 상대를 임명하면 그 순간 우리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는 것을 알 것”이라고 했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전부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한 뒤 조세영 1차관을 만나 8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했다. 이 자리에서 한-미는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를 비롯해 미국이 추진하는 ‘주요 7개국’(G7) 회의 참여 국가 확대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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