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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할 경우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피에스아이) 전면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20일치 <한겨레> 1면 머릿기사에 대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반응은 뜻밖이다. 취재진의 질문에 유 장관은 ‘너무 앞서간 보도'라거나 ‘정부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식으로 피해 가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비확산 문제가 부각될 것이고, 피에스아이의 취지는 대량파괴무기(WMD) 비확산에 있으니 그 필요성이 강화될 것”이라며 “(피에스아이의) 전면참여 문제를 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국방부도 전면참여 쪽에 힘을 실었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 주요 간부 대부분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대량파괴무기이고, 피에스아이의 목적은 대량파괴무기 확산 차단이므로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같은 의견”이라고 밝혔다.

정부 고위 인사들의 이런 반응은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과 관련한 언론 보도의 파장을 우려해 후속 보도의 수위와 빈도를 낮추려 애써온 일반적인 대응 태도와 확연히 다른 것이다. 정부는 대량파괴무기 확산 차단을 목적으로 한 피에스아이 참여가 ‘글로벌 코리아'를 주창해 온 이명박 정권의 ‘철학'에 부합한다는 판단에 따라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계기로 피에스아이에 전면 참여하는 쪽으로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과 전문가들의 판단은 전혀 다르다. 상당수 전문가는 ‘상대방 영해에서 군사활동, 잠수항행, 정보수집, 무기수송, 어로 등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정선·검색·추방'을 규정한 남북해운합의서의 존재를 들어, 한국이 북한의 반발을 불러올 피에스아이에 굳이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빌미로 논란 많던 피에스아이 전면참여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숨은 의도가 뭐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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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남북간 해운합의는 선박 운항 협력과 함께 해상에서의 군사적 충돌 방지 목적도 있다”며 “남쪽의 피에스아이 참여는 북한의 반발을 불러 남북해운합의서 체제를 무력화해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피에스아이 차원의 국제 훈련과 작전을 벌일 경우 이는 한·미·일 군사동맹이 한반도 영해 안으로 들어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반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이유로 피에스아이 참여는 득보다 실이 많은, ‘대북제재를 위한 제재' 성격의 감정적 대응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피에스아이에 참여했을 때 부정적 영향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반면에, 이익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남북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높이고, 북핵 폐기를 목표로 한 6자 회담에서 북쪽의 태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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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하면 한국 정부만 ‘닭 쫓던 개'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뒤 국제 제재 논의를 하는 한편 북한과 비공개 접촉에 나서는 양동작전에 나설 것”이라며 “정부가 피에스아이 전면참여 검토 등 감정이 섞인 강경 일변도의 대북 대응으로 나가다 뒷감당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북한과 대화를 얘기하면서 이 시점에서 피에스아이 참여를 공론화하는 이명박 정부의 저의가 무엇인가”라며 “혹시 한반도의 긴장 고조가 통치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서항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피에스아이가 남북관계를 해친다고 하는데 피에스아이가 생긴 이유가 북한의 핵 위험 때문”이라며 “원인 제공자인 북한이 이를 해소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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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권혁철 송호진 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