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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02 19:23 수정 : 2009.07.03 03:54

비정규직 두고 “고용 유연성이 근본대책”
“연말까지 최우선으로 해결할 국정과제”

비정규직 울리는 비정규직 보호법 논의

이명박 대통령이 2일 비정규직법과 관련해 “근본적인 것은 고용의 유연성”이라며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3차 민관합동회의에서 이렇게 밝히고 “국회가 적절한 기간을 연장하고 그 기간에 근본적 해결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고용 유연성’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고용 유연성을 강조했고, 지난 5월7일에는 “노동 유연성 문제는 연말까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국정 최대 과제”라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의미가 남달랐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비정규직법이 지난 1일 시행에 들어간 뒤 정치권과 노동계, 재계가 문제 해결 방법을 놓고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기 때문이다.

고용 유연성은 쉽게 말해 노동자의 해고를 쉽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비정규직 보호·축소보다는, 비정규직을 자유롭게 고용·해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기업들의 논리에 가깝다. 따라서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비정규직법을 고용 유연성의 논리에 따라 개정하자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은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책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대통령이 자꾸 기업 차원의 고용 유연성만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2006년 비정규직법의 틀을 만든 이목희 전 민주당 의원도 “비정규직법은 외환위기 직후 비정규직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비정규직을 축소하고 차별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라며 “고용 유연성을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용 유연성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임금·복리후생 등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을 줄이고 해고자의 복지를 감당할 사회안전망의 확충과 보강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고용 유연성 확대의 사례로 꼽는 유럽 국가들의 경우,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이 거의 없으며, 해고의 자유만큼이나 이를 보완할 사회안전망도 튼튼하다는 사실은 이런 점에서 곱씹어볼 대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비정규직법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에 관한 구체적 구상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일을 할 때는 임금을 90% 가까이는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비정규직의 차별 시정 쪽에 무게를 둔 바 있다. 분명한 것은 이 대통령이 비정규직에 대한 접근에서 노동 유연성을 강조하는 친기업적 태도를 버리지 않는 한, 정부·여당이 내놓을 비정규직 해법도 노동자의 생존권이나 일자리 안정성보다는 시장·효율 논리에 치우쳐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근본적 구조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한 노동 전문가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비정규직 사용 기간 제한을 철폐해 기업들이 마음껏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게 하려는 뜻으로 읽힌다”며 “그 경우 어느 기업이 정규직을 선호하겠느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황준범 남종영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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