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3일 새벽 3시57분에 400조5495억원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통과했다. 내년도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여야 3당과 정부가 2일 오전에 중앙정부의 누리과정(만 3~5살 보육지원) 예산 부담을 늘리고, 고소득자의 최고 세율을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2017년도 예산안에 합의했지만, 예산안은 기획재정부의 실무 작업을 거치느라 법정시한인 2일 자정을 4시간 가량 넘겨서 처리됐다. 기술적인 이유로 지연된 만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개정 국회법인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이후 3년 연속 법정 처리시한을 지킨 것으로 간주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2017년도 예산안의 남은 쟁점이던 누리과정과 세법 개정에 대해 합의했다. 정부와 국회 간 핵심 쟁점이던 누리과정 예산은 어린이집 소요분의 45% 정도인 연 8600억원을 중앙정부가 3년간 매년 부담하기로 했고, 법인세율은 그대로 두되 소득세는 과세표준 소득 5억원 이상 구간을 신설해 기존에 적용되던 최고 세율을 38%에서 40%로 인상하기로 했다.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해 5조5675억원을 삭감하고, 5조4170억원을 늘려 결과적으로 정부의 원안에서 1545억원을 순삭감했다. 최대 난제였던 누리과정(만3~5살 보육지원) 예산은 여야 합의로 3년간 한시적으로 신설된 특별회계에 정부가 내년 8600억원을 반영하기로 했다. 정부는 전날 여야가 누리과정 비용을 중앙정부 예산으로 3년 동안 1조원씩 지원하기로 한 합의안에 반대하다가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이날 8600억원을 지원하는 절충안에 합의했다. 이번 예산안 합의는 박근혜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을 여소야대 국회가 예산으로 제동을 건 사례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때 ‘만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를 약속했으나, 집권 이후엔 공약과 달리 누리과정 예산편성 책임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겼다.
야당은 이명박 정부가 내린 최고 구간 법인세율(22%)을 그 이전 수준(25%)으로 되돌리려 했으나,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늘리는 대신 법인세 인상을 포기했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