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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0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가정보원 개혁을 위한 당 차원의 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원내대표는 “현재 모든 논란의 근원은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의혹이다. 새누리당은 당 차원, 나아가 국회 차원의 국정원 개혁을 적극 검토하겠다. 국정원 스스로의 적극적 노력이 선행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에도 “이번 (국정원) 국정조사가 국정원 개혁의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고, “정치권이 여태껏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개입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고 공언해놓고도, 결국 실현에 옮기지 못했다. 이번 계기에 국정원을 개혁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발언만 놓고 보면 새누리당이 곧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차단하는 내용의 자체 개혁안을 내놓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의 ‘선언’과 달리 당의 ‘행보’는 다른 쪽으로 움직이는 분위기다. 국정원 개혁 방안이 본격 논의되기도 전에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기능 폐지는 안 된다’며 일찌감치 선을 긋는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국정원 출신인 이철우 의원은 이날도 여러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동안 국정원 개혁은 할 만큼 했다”는 말을 반복했다. 국정원을 감시·통제해야 하는 국회 정보위원회의 서상기 위원장(새누리당)도 국정원의 현상 유지에 무게를 둔 ‘개혁 최소화론’을 펴고 있다. 원내 지도부의 한 인사는 “베일에 싸인 국정원 국내파트의 조직과 업무부터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지만, 발언권을 가진 상당수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의견과 동떨어진 주장들을 공개적으로 내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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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과거 야당이던 한나라당 시절, 국가정보원에 ‘메스’를 대려고 여러 차례 법 개정안을 낸 바 있다. 여기엔 △헌법·법률 위반 시 국가정보원장 탄핵소추 △국회 정보위원회 요구가 있을 때 국정원 시설·장비·문서 공개 △국정원 예산에 대한 국회 심의·의결 강화 △국정원 불법행위 신고자에게 포상금 지급 △국정원 직원의 증언 거부 처벌 등 지금 야권이 내놓은 개혁의 핵심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박근혜 대통령도 관련 법안의 발의자로 이름을 올리거나 당 대표로 이를 추인했다.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1차장 출신인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은 안기부 엑스(X)파일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뒤인 2006년 3월, 국정원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수사권 폐지나 국내외 파트 분리 방안 등은 담기지 않았지만, △특정 정당·정치인에 대한 동향파악·감시 등 정치적 사찰 행위 금지 △국정원 대공수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 강화 △예산안 첨부서류 제출 의무화 등 국정원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 많았다. 당시 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도 이를 보고받았다. 사실상 당론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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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국정원의 도청을 금지하고 불법행위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2000년에는 한나라당 의원 133명이 “남북관계 긴장완화로 국정원의 기능과 역할이 대폭 축소됐다”며, 국정원에 대한 예산특례를 폐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999년에는 “국정원이 정보수집을 빙자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국회의 감시·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불법행위 시 국정원장을 탄핵소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법안이 한나라당 의원 132명의 이름으로 발의됐다. 세 법안 모두에 박 대통령도 이름을 올렸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국정원 개혁 구상이 과거보다 크게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국정원장 취임 두 달이면 이미 내부적으로 개혁안을 만들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 셀프 개혁’ 지침을 내리기 전에 국정원장이 이미 안을 만들어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 의견은 들러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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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막가파’ 국정원장, 해임해야 [한겨레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