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강제로 상정한 한나라당의 홍준표 원내대표는 비준동의안의 조기 처리, 연내 처리의 핵심적 논리로 △선제적 비준을 통한 국익 수호 △노동계 춘투와의 연계 가능성 차단을 통한 사회적 혼란 예방 △반미 좌파들의 나라 흔들기 책동 봉쇄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우리가 직면한 국내외 현실에 대한 냉정한 평가·분석이 아닌 여권의 심리적 위기감과 주관적 상황인식을 근거로 사회 전반에 대결주의를 강요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른바 ‘선제적 비준론’은 한나라당이 내건 비준동의안 연내 처리 명분의 핵심이다. 홍 원내대표는 “우리가 먼저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면 미국 정부도 절대 비준안 본문에 손을 댈 수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의 자동차 부문 재협상 요구 등에 맞서려면 미국 정부의 눈치를 살피지 말고 먼저 비준안에 도장을 찍자는 논리다.
그러나 선제비준론은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의 외교전문가들조차 현실성에 회의를 제기할 정도로 허점이 많다. 한-미 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정몽준 의원, 외통위 위원인 홍정욱 의원 등은 최근 “미국의 상황을 볼 때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속도조절을 거듭 주문했다. 실제 페루와 콜롬비아의 경우 2006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의회에서 처리했으나, 이듬해 미국의 요구로 재협상을 벌이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선제 비준이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막을 방파제 구실을 할 수 없다는 실례인 셈이다.
노동계의 춘투 연계 차단을 통한 사회적 혼란 예방론도 노동계에 경제난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은 “이른바 춘투로 불리는 노동계의 임금 및 단체협상은 노동법에 보장된 민주주의의 기본권”이라며 “최근 경제상황의 악화에 따라 예상되는 노동시장의 불안을 노동계에 떠넘기는 잘못된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난으로 노동계의 대규모 춘투가 예상되면 정책 대안을 제시해 풀고, 잘못된 집단행동은 노동법 절차를 따르면 된다”고 덧붙였다. ‘춘투와 결합하면 큰 혼란이 온다”는 한나라당의 논리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자 경제 실정에 대한 책임 전가라는 것이다.

비준 지연을 반미주의자의 책동·난동으로 규정하는 한나라당의 논리는 이른바 수구세력들이 ‘전가의 보도’로 활용한 ‘좌파 원죄론’으로 번지 수를 잘못 찾은 전형적 색깔공세다. 현재 비준안 처리를 반대하는 민주당은 과거 자유무역협정을 주도했다. 야당으로 정치적 위치가 바뀐 뒤, 미국의 정권교체 이후 재협상 가능성 등을 이유로 비준을 미룰 뿐 반미주의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한나라당의 단독 상정을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보다도 더 보수적인 정당이다.
또 한나라당이 비준동의안을 연내 처리하되 25개 부수 법안 처리는 미국 의회의 비준동의안 처리 이후로 미루겠다는 여권의 분리처리론은 그동안의 주장을 스스로 뒤집는 것이다. 홍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최근까지 “의회 비준 즉시 협정이 시행되는 미국과 달리 한국 정부는 부수 법안을 바꾸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비준안 조기 처리”를 주장해 왔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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