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달이 전선에 걸렸다
목을 맨 나무들
기차 위로 휙휙 지나가고
마지막 우편이 평은역에 도착한다
모래가 빠져나간 강바닥이
덤프트럭 바퀴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무섬마을이 점점 가라앉고 있다
벼랑이 된 산의 옆얼굴을 긁어내리고
새들을 내쫓고
지붕을 부수고
오는 봄을 다 내다 버리는 포클레인
한 손에는 지진, 한 손에는 홍수를 일으키던 구름 신들
소낙비 내리는 여승의 천막은 작은 신전
흰목물떼새 한 마리 날아 들어와 비를 피한다
상한 여름, 고압선이 사과밭을 지나가고
물속의 집들은 곧 감전될 것이다
묵납자루, 말조개들의 비명이 얼어붙은 강
먹황새 한 마리 찾아와 탁발하는 강
기둥만 남은 집에서 빼낸 못들은 벽을 잃었다
따듯한 옷이 걸린 등을 잃었다
술미마을을 지나간 거대한 바퀴자국들
길을 길 밖으로 밀어낸다
산 그림자도 함께 죽어가는 내성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