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의 <이방인>을 자신이 직접 프랑스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했다는 번역가이자 새움출판사 대표 이정서(이대식)는 카뮈 번역으로 명성을 쌓은 김화영의 <이방인>에서 무려 58개 항목의 오역을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김화영이 “소설을 완전히 왜곡”하고 제 맘대로 “등장하는 인물들 전부를 자기 입맛에 맞게 창작”한 탓에, 원래는 쉬운 대중 소설이 난해하게 되었다고 비방한다.
번역은 출발어와 도착어가 1대1 대응하지 않는다.(<이방인>의 경우 프랑스어가 출발어고 한국어는 도착어다.) 일상생활에서 ‘I Love You’를 ‘나는 너를 증오한다’로 알아들으면 오역이겠지만, 문체와 주제, 상황과 인물, 작품의 시대배경이나 아이러니 기법 등이 고려되어야 하는 문학 작품에서는 ‘사랑해’, ‘나, 너 사랑해’, ‘당신을 사랑하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보다 더 가짓수 많은 번역이 허용된다. 거기에 번역가의 고민이 있다. 그런데 이정서는 “수학 문제의 답도 하나인 것처럼 번역 문제의 답도 사실은 하나”이며, “‘번역상의 진짜 실수’와 ‘번역가의 다른 언어 선택’ 둘 다 ‘오역’”이라고 주장한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가 마리와 수영을 하는 중에 성욕을 느낀 대목에서 김화영은 “나는 그녀에게 정욕을 느꼈다.”(책세상/민음사)로 번역하고, 이기언은 “난 그녀와 이층짓기를 하고 싶어졌다.”(문학동네)로 번역했다. 또 형무소의 간수가 죄수의 성욕 처리법을 얘기하는 대목에서 김화영은 “스스로 욕구를 채우”는 수밖에 없다고 번역하고, 이기언은 “결국 자위로 끝내”야 한다고 번역한다. 이정서는 이 두 대목을 “나는 그녀를 원했다.”,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번역했다. 이정서의 황당무계한 논리가 맞다면, 우리는 저 가운데 단 하나의 정답을 찾아야 한다.
김화영의 오역이라고 지적된 사항은 이정서의 자의적인 해석과 생트집이 99퍼센트다. 김화영은 뫼르소를 교도소에서 법정까지 호송한 gendarme를 “간수”로 번역했는데, 이정서는 “간수는 교도소에서 죄수를 감시하고 돌보는 사람”이라면서 “경관”으로 번역해야 한다고 훈시한다. 프랑스의 법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피의자가 구속되면 그때부터 법무부 관할이다. 교도소에서는 물론이고 법정까지 호송을 하거나 법정에서 죄수를 감독하는 따위는 모두 법무부 산하 간수의 소관이지 안전행정부에 소속된 경관의 일이 아니다. 이기언은 “호송경관”이라는 절충어를 택했는데, 이런 경우의 정답은 간수다.
이정서는 김화영이 단도로 뫼르소를 위협하는 아랍인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단도를 뽑아서 태양빛에 비추며 나에게로 겨누었다”(김화영)와 “칼을 뽑아서 태양 안에 있는 내게 겨누었다”(이정서)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 정작 문제는 이정서가 이 장면을 확대 해석해서 뫼르소의 정당방어를 주장하고 있으니, 지하의 카뮈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뫼르소는 정당방위에 필요한 요건을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뫼르소의 살인에 대하여는 다른 지면에 쓰겠지만, 정당방위 운운하는 이정서의 해석은 그가 <이방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한겨레> <경향신문> 등의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이정서는 자신이 새움출판사 사장 이대식이라는 사실을 숨겼다. 이 때문에 독자는 출판사 사장이 벌인 ‘노이즈 마케팅’을 순수한 ‘학술 논쟁’으로 알고 속았다. 출판사는 그 반대라고 억울해하겠지만, 처음부터 그 사실을 밝히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다면 ‘노이즈’ 자체가 자제되거나 순화되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역풍은 과연 ‘이정서가 프랑스어를 읽고 해석할 줄은 아느냐?’에까지 이르렀다. <한겨레> 독자로서 출판사의 사과를 바란다.
장정일 소설가
[왜냐면] “‘이방인’ 번역 비판의 99%는 자의적 해석과 생트집” / 장정일
- 수정 2014-04-2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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