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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등록 :2008-04-2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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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될 인물 4776명이 공개됐다. “을사조약 전후부터 1945년 8월15일 해방에 이르기까지 일본 제국주의의 국권 침탈과 식민통치, 그리고 침략 전쟁에 적극 협력해 우리 민족과 다른 민족에게 피해를 끼친 자”라는 기준에 따라 선정된 인물들이다. 8월 사전 출간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작업이 일단락됐다. 150여명의 전문가가 2001년부터 작업했으니 무려 7년 가까이 걸렸다.

사전 편찬은 단순히 친일에 대한 심판을 뜻하는 건 아니다. 이보다는 잘못된 과거를 기억하고 되새김으로써 그와 같은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한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타인에 대한 억압이나 차별이 없는 사회, 전쟁과 침략을 반대하고 평화의 가치를 지키는 사회,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역사적 이정표로서 의미도 있다.

이번 작업은 순전히 민간 차원에서 이뤄졌다. 민간기구인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가 국민 성금으로 이뤄냈다. 국민의 높은 의식 수준이 자랑스럽지만,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를 덮고 있는 친일의 망령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착잡하다. 사실 이 작업은 나라에서 해야 했다. 그러나 정치권, 재계, 언론계를 쥐락펴락하는 친일의 망령에 밀려 나서지 못했다. 2002년 국민의 정부는 기초조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예산(2억원) 지원을 계획했으나, 국회는 이마저 모두 삭감했다.

보수·우익 단체들은 지금도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체제를 위협하는 친북 행위라며 사전 편찬을 방해하고 있다.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은 심지어 일본 우익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그대로 빌려와, 일제의 병탄을 미화하고 친일을 비호한다. 이명박 정부는 병탄의 역사를 묻어두는 것이 실용 외교라고 주장한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다. 오늘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고 내일을 향해 열린 창이다. 일제의 병탄은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을 초래했고, 청산되지 않은 친일은 이후 이승만 독재, 박정희 군사정권 등으로 이어졌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잘못은 용서할 순 있어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억의 보고인 친일인명사전은 시대적 역류를 극복하고, 역사의 정의를 바로세우며, 평화의 가치를 드높이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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