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신준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경의 도전은 경제적 강제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자본>의 고전적 가치에 부응하는 것이었다. 그가 손쉬운 일본어판 대신 굳이 역자를 구하기 어려운 독일어판을 번역한 것도 그 고전적 가치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남한에서 <자본>과 마르크스에 관해 이루어진 모든 것은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 오늘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꼭 3년 되는 날이다.
1867년 4월10일 런던을 출발하여 함부르크로 향하던 배에 두툼한 원고 뭉치 하나가 실려 갔다. 이틀 후 원고는 출판사에 넘겨졌고 5개월 후 초판 1000부가 발간되었다. 2013년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한 마르크스의 <자본> 제1권이다. 지난 세기 가장 요란한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이 저작의 지위는 고전으로 규정되는 것이 마땅하다. 19세기와 20세기 전체를 아우르는 인류의 지적 자산 대부분이 이 저작에 녹아들거나 거기에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마르크스 엥겔스 정본 전집 <메가>(MEGA·Marx-Engels-Gesamtausgabe) 작업을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학술원의 고전간행팀이 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 고전이 겪은 현실은 기구하다. 무엇보다 실체적 진실과는 무관한 풍문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우리 사회는 이 저작에 담긴 고전적 가치, 즉 시대를 뛰어넘는 지적 유산을 제대로 물려받지 못하였다. ‘헬조선’으로 상징되는 깊은 경제적 절망은 물론 촛불 대선의 경쟁이 민심의 소재와 거리가 먼 지금의 상황이 이 점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이 고전의 실체적 진실을 몇 가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첫째, 마르크스의 유효성이 1991년 소련의 붕괴로 소멸했다는 생각이다. 이 생각은 2008년 경제위기로 이미 틀린 것으로 입증되었다. 자본주의의 체제적 위기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고전적인 이론이 마르크스이기 때문이다. 둘째, 누구나 이 저작에 대해서 조금 안다는 생각이다. 풍문으로 귀에 익은 탓이다. 그런데 <자본>은 4권, 6책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를 전부 읽은 사람은 물론 어느 정도 정리해서 이해하는 사람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 책이 모두 미완성이고, 그 부분을 독자가 스스로 채워야만 정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4권은 우리나라에서 아직 출판된 적도 없다.
셋째, 문헌적 문제가 있다. <자본>은 마르크스 평생의 연구가 최종 집대성된 것으로,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작업을 계속한 저작이다. 미완성 부분은 당연히 선행 작업들과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 선행 작업 대부분은 출판되지 않고 원고로만 남았고, 그의 사후 뿔뿔이 흩어져버렸다. 1920년대 러시아 학자 랴자노프의 주도로 흩어진 원고를 모아 전집을 간행하는 작업이 시작되었고, 그것은 한 세기를 넘어 계속되고 있다. 정본 전집 <메가>는 114권 가운데 지금까지 62권밖에 발간되지 않았다. 마르크스는 아직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이 전집은 한 권도 발간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이 고전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이다. 분단을 정치적으로 악용해온 과거 정권들은 오랫동안 이 저작을 금서로 묶어두었다. 그래서 이 고전의 지적 자산은 우리 사회에 소개조차 될 수 없었다. 1987년에야 이 족쇄가 풀렸다. 오로지 한 출판인의 무모한 용기 덕분이었다. 이론과실천사의 고 김태경 사장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사실과 다른 풍문이 많아 진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 남한에서 <자본>이 최초로 발간된 것은 1987년 9월1일이다. 이론과실천사의 제1권이 발간된 날짜이다. 이후 제3권이 완간된 것은 1990년 7월26일이다. 비봉출판사에서 또 하나의 <자본> 번역판을 출판했지만 그것의 첫 발간일은 1989년 2월10일, 제3권의 완간은 1990년 11월20일이었다. 남한에서 <자본>은 최초의 발간도, 최초의 완간도 모두 이론과실천사의 판본이다.
이 저작의 발간에서 ‘최초’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최초의 출판은 국가보안법과 맞서는 일이었고,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거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타인이 채운 족쇄를 스스로 깨뜨리는 스파르타쿠스의 과업이기도 하였다. 김태경의 도전은 경제적 강제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자본>의 고전적 가치에 부응하는 것이었다. 그가 손쉬운 일본어판 대신 굳이 역자를 구하기 어려운 독일어판을 번역한 것도 그 고전적 가치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번역한 제2권과 제3권, 그리고 비봉판은 모두 김태경이 족쇄를 깨뜨린 후에야 이루어진 것들이다. 남한에서 <자본>과 마르크스에 관해 이루어진 모든 것은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 4월17일, 오늘은 바로 그 김태경이 세상을 떠난 지 꼭 3년이 되는 날이다. 그가 이 저작에 담았던 프로메테우스의 염원이 이 땅에서 싹을 틔울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속보] 미국, 연이틀 이란 공습…호르무즈 유조선 피격 뒤 긴장 재고조](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6/0628/53_17825999486967_20260628500299.webp)



![[단독] 장동혁, 퇴원 하루 만에 또 ‘올공’…“마음 불편해서”](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6/0626/53_17824325710824_20260626500338.webp)


















![<font color="#FF4000">[속보] </font>미국, 연이틀 이란 공습…호르무즈 유조선 피격 뒤 긴장 재고조](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582/imgdb/child/2026/0628/53_17825999486967_20260628500299.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