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신준
동아대 부민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그리스 로마 시대는 철학, 예술, 문학의 전성시대였다.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인간이 무엇을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로마에 세워진 콜로세움과 대중목욕탕, 무상급식소는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잡기 위한 소비의 사회화 사례이다. 결국 인공지능에 의한 생산력의 증가는 인간에게 여가시간과 소비의 사회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있고 나서 마르크스의 <자본> 강의에서 자주 청중으로부터 받는 질문이 생겼다. 일자리 절벽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1980년대 자본주의가 제조업 중심에서 금융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량 실업의 공포를 경험한 데서 온 일종의 학습효과 때문일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는 이 재편 과정이 1997년 외부의 압력에 의해 매우 급속히 진행되었기 때문에 그 공포가 더욱 부풀려져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 대답은 항상 단호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물론 강의에서 이어진 질문이기 때문에 이런 호언장담이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어서는 곤란하다. 그 근거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자본주의 생산체제에 대한 마르크스의 분석이다. 자본주의는 생산과 소비가 일치하는 봉건제에서 이 둘이 분리되면서 교환이 양자를 연결하는 구조의 경제제도이다. 이렇게 구조가 변화한 까닭은 경제의 목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봉건제에서는 자급이 경제적 목표이지만 자본주의에서는 돈을 버는 것이 목표가 된 것이다. 돈을 버는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구매한 가격보다 더 비싸게 판매하는 것이다. 이 둘의 차이를 대개 우리는 수익이라고 부른다. 이 수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경제적 목표이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이윤 극대화의 원리”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여기에서 마르크스는 구매가 시장에서 곧 수요이며 판매가 공급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구매와 판매의 차익을 얻는다는 말은 곧 공급이 수요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본주의는 공급이 수요에 비해 과잉이고 이 과잉상태를 극대화하는 것을 경제적 목표로 하는 경제구조인 것이다. 당연히 소비가 부족해서 물건이 팔리지 않는 현상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래서 자본주의에서 경제가 좋지 않다는 말은 언제나 소비 부족을 가리킨다. 최근 정부가 “해피 먼데이”를 통해 휴일을 늘리려고 한 것도 바로 부족한 수요를 부추기기 위한 것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만성적인 수요 부족 때문에 결국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맞추는 경제구조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예상하였다. 사회안전망과 복지는 그런 균형을 맞추기 위한 사회적 장치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 탓에 실업으로 내몰린 노동자들이 어떻게 사느냐는 걱정은 기우이다. 대다수 대중의 소비능력을 빼앗은 경제제도는 곧바로 붕괴할 것이기 때문이다.
호언장담의 둘째 근거는 역사적 사실이다. 우리는 취직을 해서 먹고사는 이 경제제도를 유일한 것인 양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경제제도는 역사적으로 다양하게 존재하였다. 사람들의 불안은 이 제도 아래서 노동하지 않고 먹고사는 방법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고대 노예제에서는 노예가 노동을 전담하고 일반 시민은 노동을 하지 않았다. 시민들에게 “노동은 치욕”이었다. 인공지능이 노동을 전담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노예제의 시민과 같은 조건에 처하게 된다. 고대 노예제에서 일반 시민들이 무엇을 하였는지를 생각해보면 알파고의 일자리 절벽에 대한 공포를 조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리스 로마 시대는 철학, 예술, 문학의 전성시대였다.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인간이 무엇을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바로 여가시간의 활용이다. 그리고 그 시대에 노예를 갖지 못한 시민이 어떻게 살았는지도 또 다른 교훈을 던지고 있다. 로마에 세워진 콜로세움과 대중목욕탕, 무상급식소는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잡기 위한 소비의 사회화 사례이다. 요즘 용어로 복지제도이다. 결국 인공지능에 의한 생산력의 증가는 인간에게 여가시간과 소비의 사회화를 가져올 것이다. 최근 갑자기 이목을 끄는 새로운 현상들, 스위스의 기본소득, 집밥 백선생, 제주 올레길 등이 우연히 생겨난 일이 아니다. 이들이 함께 가리키는 방향, 그것은 바로 자본주의의 미래, 여가시간과 소비의 사회화이다. 어떤 것으로도 “시대의 징후를 가릴 수는 없다.” 마르크스의 얘기이다. 그러나 물론 여기에는 중요한 한 가지 전제가 있다. 생산을 사적으로 독점하는 자본주의가 그것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 로마가 공화제와 민주주의를 통해 노예제를 꽃피웠다는 사실은 그 변화가 어떤 수단으로 이루어질 것인지를 우리에게 함축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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