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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발] 김일성 삼촌들을 위한 변명

등록 :2016-06-30 13:51수정 :2016-07-0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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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수

논설위원

북한 권력자의 친인척에게 독립운동 서훈을 줄 수 있느냐는 논란은 결국 상훈법을 개정해서라도 서훈을 박탈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국가보훈처는 29일 “국가 정통성과 국민 정서를 고려하는 새로운 공훈 심사기준을 만들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전날까지 “공훈 심사는 독립운동 행적으로 하는 것이다. 김일성의 아버지도 (자격이 되면) 검토할 수 있다”고 했던 박승춘 보훈처장은 하룻만에 꼬리를 내렸다. 예상했던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회주의 독립운동’(사실 ‘사회주의’라 하기도 어렵다)을 인정할리 만무한 데다, 야당까지 ‘국기 문란행위’로 보훈처를 몰아세우니 버틸 재간이 없을 것이다. 굳이 버틸 마음이 없었을런지도 모른다.

이 소동은 적어도 북한 문제에서만큼은 우리 사회가 반세기 전의 ‘레드 콤플렉스’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일성이 진짜냐 가짜냐’를 놓고 벌였던 숱한 무의미한 논쟁의 21세기판 버전에 다름 아니다. 김일성의 집안이 유명한 독립운동 가문이란 건 근현대사 연구자들에겐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의 아버지 김형직은 독실한 크리스찬으로 1918년 무렵 항일 조직인 조선국민회에서 활동하다 일경에 체포돼 옥고를 치른 기록이 남아 있다. 존경받는 농촌운동가 배민수 목사(1896~1968)는 자서전에서 김형직을 “중국 동북지역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숭실학교에 입학했다”고 묘사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김일성의 친삼촌 김형권과 외삼촌 강진석도 마찬가지다. 김형권은 무장 항일투쟁을 벌인 혐의로 1930년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옥사했고, 강진석 역시 13년형을 선고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그 무렵 일제 사법부가 독립운동가에게 내린 최고 형량이 17년형 정도였다는 걸 고려하면, 김일성의 삼촌들은 일제에겐 매우 위협적이었다고 짐작해볼 수 있다. 항일 독립운동을 전공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김일성의 집안이 매우 이름 있는 독립운동 가문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일성 친인척의 항일 공적을 인정하는 게 해방 이후 북한정권의 개인 숭배와 세습 등 오류를 합리화하는 건 아니다. 아버지 김형직은 김일성이 14살 때 사망했다. 친삼촌 김형권이 구속될 때 김일성의 나이는 18살이었다. 나중에 아들과 손자, 증손자가 대대로 북한정권의 권력자가 됐다고 해서, 그래서 북한정권이 친인척까지 모두 떠받든다고 해서, 일제와 싸웠던 이들의 공적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우리 사회엔 북한과 김일성, 주체사상에 대한 좌우 양쪽의 심각한 편향이 존재한다. 그 배경엔 1945년 해방 이후 수십년간 정통성 없는 남한 정권이 북한과 김일성에 관한 사실을 너무 형편없이 감추고 왜곡한 전력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북한 정권이 1960년대 이후 권력세습을 위한 우상화와 역사의 치장에 몰두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1930년대 혹독한 항일 무장투쟁 과정에서 탄생한 ‘주체’의 맹아가 반세기를 훌쩍 뛰어넘어 1980년대 중반 남한 운동권의 한 흐름을 형성한 데엔 이런 양쪽의 왜곡과 편향이 깔려 있다.

‘정통성’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야지, 사실을 감추거나 신성화하는 도구로 사용되어선 안된다. 아무리 남북 대치상황이라 하더라도, 일본제국주의에 협력했던 인사를 반공이라는 이유만으로 ‘정통성이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박승춘 보훈처장에게 “김일성 아버지도 독립운동가냐”고 추궁하고 “국기를 문란했다”고 비난하는 야당 주장은 기실 이와 다르지 않다. 독립유공자의 공적은 그의 행적을 갖고 엄정하게 평가하는 게 옳다. 여기에 ‘국가 정체성’과 ‘국민 정서’가 개입하면 그게 얼마나 주관적일지는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도 반세기 훨씬 이전의 해방 전후사를 놓고 치열한 이념 투쟁을 벌이는 한복판에 서 있다. 시대착오적인 교과서 국정화는 단적인 사례다. 이 싸움에 이번엔 야당이 돌을 하나 더 얹은 셈이다. 중요한 건 팩트고,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언제까지 ‘치장된 역사’를 놓고 싸움을 벌어야 하는가. pcs@hani.co.kr">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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