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그 무엇보다 우선해서 검찰과 언론이 개혁되면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엑스파일’ 사건이나 언론계 비리 사건들을 보면 검찰과 언론의 개혁은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다. 검찰과 관련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오늘은 언론에 대해서만 얘기해볼까 한다.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채 두 달도 안 되는 사이에 잇따라 터진 언론계 비리 사건들은 언론인의 몸가짐과 윤리의식이 어떠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사건1지난 7월13일 밤,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의 ‘만취폭력’ 사건이 있었다. 그는 이날 밤늦게 술에 취해 택시기사와 회사원 등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오랫동안 정당을 담당해온 그 기자는 이 과정에서 자신을 ‘대통령 친구’라고 하면서 ‘전라도 XX’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그에게 폭행을 당한 택시기사는 “일반시민이면 모르겠는데 기자라는 얘기를 듣고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기자라면 많이 배우고 엘리트일텐데 이런 사람이 기자를 하면 보도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개탄했다는 것이다.
#사건27월21일 밤 9시, <문화방송>과 <한국방송> 뉴스가 일제히 ‘엑스파일’ 사건을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는 한 일간지의 사주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재벌과 결탁해 유력 대선 후보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내용이 폭로됐다. 기업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도 심각한 문제지만, 정·경 유착을 감시해야 할 신문사의 사주가 적극적으로 정·경·언 유착을 꾀하는 내용의 ‘엑스파일’ 사건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8월18일, 서울경찰청은 외국인 노동자 송출비리와 관련해 언론사 간부 등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인 혐의로 홍아무개씨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문화방송>은 지난해 말 홍씨의 부탁을 받은 뒤 올해 1월 홍씨가 브로커로 일하는 인력 송출업체의 경쟁업체에 대한 비리를 보도했다. 경찰은 이 보도와 관련해 문화방송 전 보도본부장과 전 보도국장 등이 제공받은 향응과 금품의 ‘대가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사건48월22일, 한 대형 드라마 외주 제작사가 2003년 <한국방송> 등의 일부 드라마 제작 담당 간부와 피디들에게 명절 선물과 ‘야외비’(감독진행비)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기록돼 있는 내부자료가 <한겨레>에 공개됐다. 자료에 언급된 사람들 가운데 몇 명은 명절 선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으며, 이 외주 제작사의 전 직원은 “공식적인 제작비에 들어 있지 않은 ‘야외비’를 내가 직접 현금으로 피디 등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사회정의의 최후 보루로서 권력과 사회의 비리를 감시해야 할 기자와 피디, 언론사 간부들이 본분을 잊은 채 스스로 권력층 의식에 젖어 불법을 저지르고 시대에 뒤떨어진 행태를 보인 사건들이다. 기자에게 맞은 택시기사의 말에서 알 수 있듯 국민들은 언론인에게 더욱 엄격한 도덕성과 직업윤리를 기대한다.
이 사건들을 계기로 사회의 변화와 시대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언론인들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바로잡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로 떠올랐다. 부도덕한 언론인이 만들어내는 신문이나 방송에 국민들이 믿음을 줄 리 없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언론사들뿐 아니라 모든 언론 종사자들이 이제 시대가 요구하는 윤리 기준을 따르지 못할 경우 언론의 존재기반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점을 자각하고 도덕 재무장을 해야 할 때이다.
윤영미/여론매체부 미디어팀장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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